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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영작가 Nov 12. 2023

15년을 넘게 해온 게임을 접으면서

새로운 시작을 위한 정리의 과정

무미건조한 마음을 바로잡는 데는 더 비워내거나 무언가로 채워내는 방법이 있다. 채움에는 신중한 고민과 현실적인 준비과정이 따라야 하기에 지금의 미숙함이 느껴진다면 무언가를 비워내는데 변화를 가져가는 편이 차후에 후회하는 것이 덜한 편이라는 게 필자의 입장이다. 


약 15년 전 중학교 1학년때 처음 친구들과 갔던 피시방에서 접했던 피파온라인이라는 게임은 28살이 된 얼마 전까지도 많은 비중은 아니었지만 일상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는 하나의 시간이었다. 누구에게나 취미가 있듯이 머나먼 이 게임은 성인이 된 이후에 목적성이 많이 바뀌었는데, 어릴 적 중독성 강한 게임에서 요즘은 일 년에 한두 번 얼굴 보기 힘든 타지의 10년 지기 친구들과 유일하게 떠들고 만날 수 있는 매개체로의 기능을 하였다. 퇴근하고 힘들다는 이야기만 내뱉는 20대 청춘들이 주말에 유일하게 보이스톡 틀어놓고 게임을 하며 잠시나마 떨쳐내던 일상은 소소하면서도 필수적으로 자리를 잡았고 몇 년을 그렇게 지속해 왔었다. 


곧 30을 바라보고 있는 나이, 과업의 높은 숙련도가 필요로 하기도 하고, 이전과 달리 다들 바빠지고 시간활용을 논문 또는 자기계발에 더욱 투자해야 하는 시간이 되었기에 점차 활용 빈도수가 적어지기 시작하였고, mac을 주 업무기기로 활용하던 나에게도 게임 또는 세무업무 외에는 활용하지 않는 큰 데스크탑 컴퓨터는 공간을 차지하는 주범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던 와중 새로이 연말에 기기와 가구를 들이는 계획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처분의 대상으로 데스크탑이 눈에 들어왔고, 그렇게 데스크탑 정리라는 작은 행동하나에 15년 해왔던 게임을 더 이상 하지 않는 계획을 담았다.

지금은 주에 몇 판하지도 않는 게임이기에 시간을 뺏는 일상의 요소는 아니지만 오랜 기간 자리 잡고 있던 재미의 대상을 비워내고 새로운 도전이나 경험의 대상으로 메꿔보고자 하는 생각이 앞서기에 이대로 행하면 어떨까 싶었다. 주에 가끔 게임을 하는 시간을 배제하면 잠자는 시간을 빼곤 대부분 일과 학업에만 투자하고 있는 필자이기에 비워낸 시간은 시선적 휴식에 투자할 확률이 높다.


몇일전 게임의 모든 아이디와 관련된 애플리케이션등을 지워내었다. 중학생 때는 게임중독으로 큰 문제를 일으켰던 나이지만 어릴 적 미리 중독되었던 경험으로 20대 때 게임에 허투루 낭비하는 시간이 없었어서 진심으로 다행이라 생각하는 편이다. 게임의 아이디를 성장시키기에는 현실의 나조차 키워내는데 너무 벅찬 순간이며, 함께 해오던 친구들도 대학원을 졸업하고 더 넓은 바다로 향하는 찰나이기에 함께 동행하고자 한다. 


1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취미로 게임을 해온 것에 대하여 어려 보이고 낭비 같고 안타깝다 느끼는 분들도 있을지 모른다. 거쳐가는 세대마다의 흐름을 끌어가는 요소들이 자리를 하고, 이에 어떤 이는 중독되어 인생을 태우기도, 어떤 이는 중요한 시기에 중독으로 인생을 망치기도, 어떤 이는 적절히 활용하며 인생을 즐겁게 활용하기도 할 것이다. 필자에게는 어릴 적 유일한 행복이었던 게임이기에 더 많은 방황을 막아주기도 하였고 일찍이 다른 자극적인 게임으로 눈 돌리는 것을 막아주기도 한 게임이기도 하다. 학창 시절의 오랜 추억이 깃들어 20대까지 이어져온 하나의 흐름이 아닐까 싶다.


오래 해왔던 경험은 추억으로만 묻어두고, 휴식시간에 자극적인 게임의 인터페이스 세계에서 벗어나 산책이나 여유를 즐기는 휴식에 시간을 태워보고자 한다. 지금의 선택은 큰 마음을 먹고라기 보다는 흐름상 때가 맞는것 같다 생각된다. 지식재산이 너무나 간절한 요즘에 피파온라인 게임의 지식데이터를 비워내고 전문역량을 조금 더 채워 넣고 싶다.


업무피로에 침침한 내 눈이 지금의 선택에 조금이나마 기분을 달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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