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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영작가 Nov 25. 2023

디자이너의 단 8시간 '홍콩여행'

하루 만에 즐긴 홍콩의 업무이야기와 여행이야기

공항에서 본 택시들

중국, 홍콩, 대만 등 아시아계열 나라를 방문해 본 적이 없던 나였기에 새벽 비행기로 도착하여 아침에 바라본 홍콩공항의 풍경은 전혀 잘 사는 도시의 모습이 아니었다. 경부고속도로가 처음 개통되던 시절에야 볼 수 있을 법한 택시들, 무질서한 주차, 오래된 호텔과 공사장등 홍콩이라는 도시를 잘 사는 금융도시라고 알고 있어서 그랬을까 예전에 방문했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기대이하 모습과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생각되었었다.


어리숙하게 시작된 홍콩의 하루는 오전 4시간 업무와 저녁까지 8시간의 여행시간. 환전해 간돈 30만 원 정도로 빠르게 돌아다니며 조그만 카메라한대로 풍경들을 담았다. 하루에 쓴 돈은 식비포함 여행경비 여유로이 20만 원 정도, 택시비가 4만 원 정도 했던 것 같다. 


초등학생 때 타던 아버지 승용차보다 오래된 보이는 택시와 그 밖으로 뉴욕같이 보이는 대도시의 모습은 매번 뉴스에 나오는 홍콩의 빈부격차 문제를 직접 실감할 수 있게 해 주었다. 홍콩에 처음 여행온 많은 여행객들이 오래된 택시에 실망할지 모르지만 택시가 데려다주는 홍콩 번화가의 모습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급하게 방문한 홍콩 패키징박람회. 중국의 많은 포장기술과 패키징업체들의 부스를 볼 수 있었다. 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따로 글을 쓸 예정이다. 

매번 주변 같이 일하는 디자이너들에게 요즘업무흐름에는 컴퓨터로 디자인툴만 깔딱깔딱할 줄 아는 디자이너는 이젠 아무 쓸모가 없다고 이야기하는 나이기도 하고, 매년 새해계획에 영어공부를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는 나에게 실제로 영어로 업무를 봐야 하는 상황이 닥치니 그동안의 업무에 미루어왔던 영어스피킹공부가 얼마나 한스럽게 느껴지던지. 영어 앞에 무너지는 모습을 또 한 번 마주하고 나니 내심 대비책 하나 없는 이런 나 스스로가 못나 보이기를 넘어서 대단할 정도였다. 나이가 곧 30에 가까워지는데 언제쯤 영어와 친해질 수 있을까.

평소에 중국을 싫어하던 내가 깔아보고 욕하던 중국인들마저도 저마다 업무를 위해서 능수능란한 영어실력을 갖추어 비즈니스를 대하는 것을 보고 스스로가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른다. 돌아가서 다시 퇴근 이후 영어공부를 다짐했지만 이 다짐이 얼마나 갈지는 스스로의 역량과 의지에 달렸을 거다. 

애플스토어에서 바라본 센트럴

업무가 끝나고 비행기출발까지 남은 8시간 동안 홍콩 센트럴을 돌아다녔다. 여행을 할 때 계획을 절대 세우지 않고 흐름 그대로 도시의 풍경을 느끼는 성격인 나에게 센트럴은 크기도, 볼거리도 딱 적당한 여행 지였던 것 같다. 홍콩출장을 3일 전 통보받아서 정말 아는 것 하나 없이 왔었기에 옆에서 같이 다니며 도움을 주신 거래처 대리님께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전날까지 바빴어서 네이버에 홍콩여행이라는 글자 검색조차 하지도 못하였고 당일 도착하고 짐을 푼다음에 정신없이 바라본 홍콩이라는 나라는 생각보다 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친숙했을까?. 그래서인가 근처 가까운 나라로 서울보다 조금 더 큰 도시에 가보고 싶은 독자분이 있으시다면 꼭 이 나라를 추천해드리고 싶다. 딱 서울보다 20년 더 못살고 20년 더 잘 사는 모습을 한눈에 같이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된다.

홍콩 센트럴 시내 중심가
도심의 바쁜 사람들
높은 빌딩과 그 아랫사람들의 모습들

홍콩은 물가가 비싼 편이다. 금전적 여유를 갖고 여행을 한다면 한국과 비슷한 분위기의 도시여서 편안한 여행이 될 수 있지만 소비 금액에 제한을 두고 여행한다면 좋지 못한 여행이 될 수 있다. 필자가 느낀 물가정도는 한국의 1.4배 정도. 여의도에서 밥 한 끼 먹는데도 15,000~18,000원이 현실이기에 약 2만 원 정도 되는 한 끼 물가와 아메리카노 한잔에 만원정도하는 모습들을 생각한다면 그 정도 비유가 맞는 것 같다. 


정신없는 도시숲

주변 디자이너들에게 홍콩 한번 가보라고 많이 이야기했었다. 홍콩의 센트럴과 그 건너편 침사추이는 명품브랜드와 여러 브랜드들이 자리를 하고 있는 매장이 많아서 브랜드의 도시라고 호칭을 붙여도 이상하지 않아 보였다. 개인적인 경험과 고찰이 배경이 되어 굳은살이 되어가기 시작하는 나에게 디자이너는 많은 브랜드를 경험해봐야 한다 생각은 늘 변함이 없기에, 같이 일하던 디자인 팀장님에게도 홍콩을 여행해 보자고 권유하기도 하였다.  


'브랜드 디자이너한다는 놈이 에스티로더, 시슬리도 모르면 어떻게 해. 일러스트레이터 다룬다고 다 디자이너 되는 줄 알아?'


24살 어릴 적 일했던 백화점의 1층의 유명 브랜드 절반 이름도 제대로 모르던 나에게 명품 좋아하던 실장이 훈계하듯 나무랐던 한마디. 유명한 브랜드와 협업하는 디자이너가 되겠다면서 정작 소비자들이 왜 에르메스 같은 하이브랜드를 구매하는지조차 모르는 나에게는 너무 치명타 같은 한마디였다. 막연하게 디자인만 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업무의 본질을 찾아 여러 브랜드를 구매해 보기도 경험하기도 하면서 성장하던 그 시작이 어쩌면 당시에는 상사의 쓴 한마디 었을지 모르지만 지금 돌아보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많은 디자이너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다. 차를 한대 팔려면 먼저 차를 사봐야 그 가치를 알게 되어 판매기술에 도움이 되듯이 디자이너가 브랜드를 접해야 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라고. 좋은 제품은 디자인이 뛰어나지 않아도 많은 소비자들에게 인정받고 튼튼해진 신뢰도에 디자인적인 영향이 가는 한가닥의 움직임이 일어날 때 그게 시장 트렌드에 변화를 몰고 오기도 하는 것처럼, 디자이너로 일하는 우리들은 브랜드소비를 사치라 생각하지 않고 하나의 흐름이라고 여기며 주시할 필요가 있다. 과정에 개인적인 견해를 배제하고 소비자들의 흐름을 반영하는 편이 좋다. 그래야 시장에서도 객관적인 눈으로 트렌드를 볼 수 있으니까.

애플 사이니지와 도시풍경
샤넬 광고가 건물 하나를 집어삼키고 있다.
mz세대가 좋아할법한 카페

도심 곳곳에 감성카페가 생각보다 많이 보였다. 인스타감성을 좋아하는 한국 젊은이들에게는 해외 연남동처럼 느껴질지 모르는 이 동네, 마찬가지로 홍콩의 카페감성을 탐내는 무수히 많은 젊은이들이 있다. 가격이 조금 비싼 홍대 근처 개인카페처럼 느껴졌다. 조금 특별한 커피메뉴를 구매하면 1만 원이 넘어가고, 바리스타가 고객의 요청에 요리를 하는 모습도 보이는 것으로 봐서 어쩌면 곧 한국 개인 카페에도 보일 새로운 모습이 아닐까 싶었다.

커피를 기다리는 주민들

거리에 스며들어있는 포스터 디자인을 보면서 홍콩의 디자인 스타일도 엿볼 수 있었다. 동네자체가 선호하는 폰트스타일이나 레이아웃형식이 존재하지는 않아 보였다.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기에 매번 마주치는 포스터, 디자인이 엿보이는 창작물등은 공통점을 갖고 있진 않았고 그냥 거리마다 조화롭게 스며들어있었다. 


빈부격차가 정말 도시 곳곳에서 보이는 나라, 홍콩. 홍콩의 빈부격차는 세계화, 정부 정책, 주택 가격 급등 등 여러 가지 이유로 1997년 홍콩 반환 이후부터 꾸준히 벌어졌다. 우리나라 최저임금 10,000원 대도 사실 필자는 청년들이 살아가야 하는 서울 물가에 비하면 턱도 없이 적다고 생각되었는데 이곳의 최저임금으로는 도시에서 생활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쓰러져가는 새장같이 모여있는 집들의 이유를 알게 되었다.


홍콩도 한국도 돈 여유가 있으면 살기 좋은 나라, 돈 여유가 없으면 살기 힘든 나라이다. 이 세대를 본인이 좋아하는 일들을 매일같이 하며 불안정한 금전여유에 쫓기지 않고 살 수 있다면 사실 이것이 심적, 물질적 중산층이 아닐까? 열악한 주거환경과 치솟는 높은 물가에 죽어나는 젊은이들을 여행 중에도 볼 수밖에 없는 것은 이 시대의 현실이지만, 그 와중에도 환경을 탓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많은 홍콩 젊은이들을 보면서 또 한 번의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렇게 짧은 8시간 서울이 아닌 다른 해외 동네에서 틈틈이 많은 생각을 하였다. 

너무 아름다웠던 홍콩의 야경

홍콩은 밤이 진짜라는 이야기, 정말이었다. 서울의 한강 야경은 명함도 못 내밀 것 같은 침사추이의 야경은 반포대교 밤 풍경 20배 정도 크기는 되어 보였다. 도심밑으로 다니는 수상버스들과 노을 풍경들, 가족들과도 다시 한번 와보고 싶은 아름다운 동네. 한국이나 홍콩이나 아름다운 야경을 장식해 주는 것은 열심히 밤늦게 일하고 있는 건물 속 직장인들의 빛임은 똑같긴 마찬가지였다. 


야경을 즐기고 새벽비행기로 서울로 5시에 도착해 다시 정상출근을 하고 업무를 시작했다. 잠깐 꿈을 꾼 건지 싶을 정도의 짧은 홍콩여행은 오랜 업무에 새로운 일탈 같았다. 12월까지 바쁜 일정들을 마치고 여유가 될 때 여유로운 시간과 마음으로 다시 한번 방문하고자 하는 생각도 들고, 그때까지 영어스피킹이 조금은 늘게끔 도전은 해봐야겠다는 마음이기도 하다. 


여행을 다녀와서 벌써 열흘정도 흘렀다. 여느 때와 같이 바쁜 일상들이지만 잠깐 여행으로 많은 생각을 하고 돌아와서일까 조금 더 일상을 여유롭게 생각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해외여행을 통해 견문을 넓히고자 굳이 머나먼 유럽권 나라를 선호할 필요가 있을까, 여행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시선의 변화라면 가까운 홍콩과 같은 나라도 적당하다 생각된다.


본 여행 사진은 후지필름 x100f기종으로 담았는데 여느 고급기종들보다 가볍고 편리하고, 배터리도 오래가서 하루 여행에는 전혀 문제없었던 것 같다. 손떨림 방지기능이 없어서 조금 흔들림에는 신경 쓸 필요가 있어 보이긴 했다. 


좋은 당일치기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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