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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영작가 Jan 27. 2024

나이가 들수록 왜 점차
무덤덤해지는 걸까?

무덤덤해진 당신을 응원하는 격려의 몇 문장들

오랜만에 서울을 떠나 고향과 근처도시에서 머물다 왔다. 장시간 차로 이동이 많아서 오랜만에 탁 트인 지방도시의 풍경들을 눈에 담으며 많은 생각들에 잠기곤 했다. 정신없는 서울의 건물숲에서 빠져나와 보낸 며칠간의 평온함 속 큰 폭의 표정변화 없이 마주한 하루하루에 의문이 생겼다. 나이가 들수록 왜 점점 모든 것에 무덤덤해지는 것 같지? 하고 말이다. 사소한 주제일 수 있지만 오가는 차 안에서 잔잔한 음악과 함께 골똘히 생각해 보고, 고민의 내용을 한줄한줄 글로 옮겨 적었다. 



두근거림과 흥미로운 일상을 기대하지 않는다면


행복한 하루는 걱정과 근심이 없이 평온한 하루가 흘러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별다른 특별한 시도를 하지 않는 이상 커다란 이벤트가 갑자기 인생에 다가오기란 적다는 것을 우리는 20대를 거치면서 배운다. 더불어 뜻밖의 위태로운 상황과 난처한 상황은 너무나 쉽고 갑작스럽게 다가온다는 것을 알게 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서서히 마음의 눈을 안정적인 하루에 맞추어나갈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덧 즐거운 하루보다는 보다 조용하고 심플하게 흘러가는 하루에 안도의 초점이 맞추어지기 시작한다. 


감정의 시선은 언제나 동일한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다. 받아들이는 나의 태도만이 다를 뿐. 필자는 매일아침 하루가 무탈하게 흘러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출근한다. 딱 예상한 대로, 준비한 만큼의 결과만 나에게 주어져도 그것들이 하나하나 쌓여나가는 것으로 충분히 만족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큰 기대감을 갖게 하는 무언가에 기대는 하루보다는 평화롭게 흐름대로 흘러가는 하루가 더욱 인상적이고 매력 있어 보인다. 조용한 클래식 같은 하루의 반복만을 기다린다.


어쩌면 지금이 두근거림과 흥미로운 무언가가 없는 삶이라면 이전의 내가 목표해 왔던 시기의 일부에 도달했을지 모른다. 또는 현실적인 것들에 의해 일상의 기대치가 적정선으로 맞추어진 것일 수도 있다. 둘 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강인 해진 것일지, 더 나약 해진 것일지, 현실적으로 냉정 해진 것일지..


누구에게나 마주하는 하루의 많은 것들을 상대해 내기에도 벅찬 하루일 것이다. 너도나도 감정을 꺼낼 힘이 없기에 감추고 살아가는 것일 뿐. 내면의 나약한 부분을 스스로가 누구보다 잘 알고 대처해 나가는 시기가 20대 후반, 30대 초반이라 생각한다. 이때쯤이면 감정의 체력이 고갈되어가고 있음을 쉽사리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삶에 적절히 대응해 나갈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맞추어져 가는 과정일 뿐이다. 강해진 것도, 나약해진 것도, 냉정해진 것도 아닌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자연스럽게 배우고 갖추어나가는 새로운 자세일지 모른다. 겸허하게 받아들여보자.



너도나도 과거를 회상할 마음의 여유가 없다.


내가 어떻게 살아오고 있는지, 매 순간 평가를 하면서 나아가기에는 가야 할 길이 너무 멀다. 흠이 되는 행동도, 보다 나아진 모습도 매번 품어오며 살아가는 하루를 수십 번 반복할 것이다. 0이되었든 10이 되었든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고 길임을 알고 지난 과거에 후회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과거를 돌아보고 후회하는 일보다는 지금 살아가는 현실이 담을 과거에 좋은 기억을 남기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어떨까. 언젠가 안 하면 후회할 거라 생각되는 벅찬 일들도 도전해 보면서 말이다. 

작년부터 과거를 회상하고 기억하는 것을 멈추었다. 28살 처음 겪은 반려묘와 사별시기부터 말이다. 강형욱 씨가 한 프로그램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본인의 겪는 사별의 감정은 너무나 크기에 유예하고 살아가는 것이라고. 함께 해준 좋은 기억들은 떠나고 남은 내가 기억해 내기엔 벅찬 추억과 슬픔만이 만연 할 것이고, 그 모든 추억이 대부분의 과거기억에 묻어나있기에 쉽사리 꺼내 들지를 못한다. 1년이 넘은 지금도 말이다. 감정변화의 폭은 이때 많이 줄어든 것 같다. 이유를 설명하기엔 사실 아직 정답을 내리지 못했다. 그냥 그때부터 들떠있던 삶에서 소소한 것들과 평화로운 것들을 지향하며 살아가게 된 것 같다. 


공허한 감정이 무척 컸다. 딱히 방법이 없어서 공허함을 일로 채워나가고 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과 학업에 집중하고 나면 잠을 자기 전에 피곤함이 몰려 잠이 잘 오지 않는 현상이 사라진다. 그래서 필자는 베개에 누우면 바로 잠에 드는 편이다. 잠을 청하기 전 오만 잡생각이 몰리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집중하고 이끌어나가야 할 일이 있기에 매일 하루하루를 무너지지 않고 살아갈 수 있기도 하다. 살아가는 이유를 내 강점이 묻어나는 일로 바꾸어나가는데 노력하였다. 어떠한 관계에서라도 흔들림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불안한 지금의 상태에서는 혼자 내면을 다져나가는 방법뿐이 선택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더욱 선명해질 기억들에 더 웃고 좋은 기억을 만 담고 싶다. 앞으로도 수없이 많은 일들을 겪으며 나이를 먹어갈 우리의 인생 앞에 현재의 안 좋게 쓰인 과거기록만 바라보며 후회하는 모습은 스스로를 끝없는 바닥으로 끌어내릴 것이다. 당장 내일도 어렵고 난처한 일들이 가득할지라도, 마주하는 마음 가짐을 새로이 좋은 기억들로 한번 채워나가 보겠다는 의지로 하나 둘 마주한다면 무덤덤한 우리일지라도 가끔은 미소 짓는 순간이 찾아올 테니 말이다. 



후회하지 말고 살아가자.


침착해지고 냉정해지는 모습은 나이가 들수록 성장하고 있다는 뜻이 아니다. 누구나 커가면서 저마다의 아픔과 현실을 겪으며 알맞은 방식으로 대처해나 가는 것일 뿐. 그러한 스스로의 모습들이 모여 냉정하고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것일 뿐이다. 어설프더라도 가파르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증표일 뿐이다.


누구에게나 과거의 수많은 후회거리가 있으며, 더불어 지금의 현실에서도 계속 이어져오고 있을 수 있다. 그래서인지 더욱 냉정하고 현실적으로 하루하루를 맞이하고 있을 수 있다. 현실적으로 이러한 지속상황에 갑작스러운 좋은 변화를 이끌어내는 건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앞서 말했듯이 좋은 일이 기대만큼 확 다가오는 일은 드물기 때문이다. 변화를 시도하기보다는 가파르게 숨 쉬었던 걸음을 멈추고 평온함을 가져가려 노력해 보자. 당장은 어려운 순간들을 마주하고 있을지라도 무덤덤함 속에서 가쁘게 숨차 오르는 언덕을 넘고 넘다 보면 비교적 이전보다 바람의 정상이 가까워질 테니 말이다. 

필자도 하루만 버티자, 한 달만 어떻게 버텨보자 하며 살아온 지 오랜 시간이 흘렀다. 매 순간 주변에는 웃고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안 힘든 날들은 없었다. 막막한 순간이 자주 다가오지만 운명인가 보다 하고 차분히 받아들이려 노력하고 있다. 내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점은 당장에 이루어낼 수 없고 수많은 고비를 더 넘어야 하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늘 올라가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더욱 무덤덤하게 바라보게 되는 것 같다. 

지나간 후회스러운 과거는 조금 아프거나 슬플지라도 굳건하게 걸어 잠그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기록해 나가 보자. 아직 우리에겐 기록해야 할 백지의 일상이 무척 많이 남았으니 말이다. 무덤덤하면서도 알뜰하게 스스로를 지키면서 살아가길 원한다. 언젠가 무덤덤한 하루 속에도 뜻밖의 웃음이 피어날지 모르며, 그토록 원하는 바와 더욱 가까워지는 좋은 날이 올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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