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니 아쉬움과 후회가 남는 많은 순간들, 다년간의 회고록
1. 뒤돌아보니 유망한 프로젝트를 못 알아봤던 순간.
알아보지도 못했었고, 최선으로 임하지 못해 후회로 남은 대표적인 기억이 있다. 26살 아직 회사원 때의 지배구조가 남긴 따분한 그림자 잔재가 있던 초창기 사업시기의 나에게 들어왔던 대형 프로젝트. 이태원에 큰 도서관을 짓는 프로젝트였다. 나에게 너무 좋은 포트폴리오이기도 하였지만 당시에 하는 일들이 막 많아지기 시작하였고, 매번 프로젝트 브리핑을 위해 지방에서 서울 이태원까지 올라가는 번거로움에 현실적이지 못한 나태한 내 모습이 생각들을 지배하였다. 오가는 것도 힘들어서 받은 만큼만 해줘야 한다는 고리타분하고 고집스러운 생각들이 가득 차 너무나 뻔하게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던 것 같다. 클라이언트입장의 다양한 고민과 좋은 선택을 위한 연구를 더 할 생각도 안 하고 말이다. 단순히 심미성을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로 고집할게 아니라 도서관을 만들어가는데 필요로 할 것을 많은 시간을 할당해서 판단하고 제안하면서 크리에이팅 했어야 했다. 이 좋은 기회를 단순히 시각적 디자인 제안의 pr로 커버해 버리니 클라이언트들은 실망했을법하다. 결국 프로젝트는 다른 에이전시에게 기회가 넘어간 것으로 기억한다. 그 도서관은 근래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숏츠에 디자이너들에게 인기를 끄는 장소로 자주 내게 보이곤 한다.
단순히 내가 좋은 기회임을 못 알아보고, 또 노력을 안 해서 놓친 아쉬운 프로젝트라고 생각하였는데, 그때의 작업물을 보고 노력보다는 역량이 너무 부족했었음에 확신이 섰다. 더하여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보는 시선의 영역도 너무 좁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 프로젝트의 핵심요소는 당시 나에게 능력 이상의 고도화 업무사항이었다. 후회를 하기에는 당시에 내가 너무 역량이 부족했었다. 그때처럼 굴복의 순간이 없도록 곱씹고 살아가려고 얼마나 노력 중인지 모른다. 노력을 해도 안 되는 것들이 분명 있다. 다만 후회를 미리 예방하는 방법은 당연 있지 않을까?
2. 때로는 돈을 좇지 않았어야 할 순간.
나는 돈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좋아하는 편이다. 대부분 돈의 흐름을 잘 읽고 보폭을 키워가는 사람들은 성장속도와 판단력이 좋은 편이었다. 본인에게 크게 투자하고 판을 키울 줄 아는 사람들이 확실히 돈 몇 푼 모으려고 속 좁히고 사는 사람들보다 배울게 많다는 것이 필자의 오랜 생각이다. 그러다 보니 나 또한 프로젝트 승인 여부를 판단할 때 예산규모를 당연 중요요소로 책정하는 편이다. 하지만 가끔은 당장의 예산보다 더 중요한 요소가 프로젝트에 내포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분명 사업을 하시는 분들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 생각된다. 단지 몇십만 원의 프로젝트가 내 먼 미래의 지표를 바꿔놓을 기회를 품고 다가올 수 도 있고, 때로는 재능기부 수준을 요하는 경우에도 다시는 쳐다보지 못할 기회들이 담겨있는 경우도 많다. 삶의 지혜가 무엇보다 많이 필요로 할 순간이다. 판단은 개개인의 몫이고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도 본인의 책임이 되는 순간이다.
프로젝트의 기본성질을 무시하고 돈을 좇아 시작한 일들은 대부분 끝이 좋지 않았음은 확실하다. 마찰로 중단되기도, 대표자의 부적절한 행위로 디자인한 상품이 뉴스에 안 좋게 나오기도, 인간관계에 피폐함을 느끼기도 하는 등 숨참고 지나가야만 건너갈 수 있는 독한 순간들이 다가왔었다.
가끔은 눈앞의 재화가 아니라 먼 미래의 영향력을 보고 투자를 할 줄 알아야 한다. 당장 일이 생겨 바쁘고 힘들어도 그 시간이야 언젠가 끝나기 마련이고, 그 선택이 미래의 골칫거리를 치워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근래에 시도하는 일 앞에 몇 푼 날리는 리스크에 마음을 졸이는 자세가 제일 문젯거리였음을 인식하여 마인드 개선을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개선하고 있는 편이다.
3. 패색이 짙어진 프로젝트를 몇 퍼센트의 가능성에 의존해 수락한 순간.
분명 클라이언트사 대표 또는 담당자의 악한 마인드가 어느 정도 눈빛으로 읽혔다. 이 프로젝트는 분명 무척이나 까다롭고 힘들고 위태로울 순간이 많을 것이라는 확신이 선다. 하지만 이를 통해 얻게 될 성장과 포트폴리오에 욕심이 너무 앞서기 시작한다. 그렇게 시작했던 프로젝트들은 대부분 결과물은 나와도 과정이 좋지 못하다. 사람에 지치고 수십 번 후회를 하기도 한다. 피를 토하면서 얻어낸 성과물 치고는 너무 작다. 분명히 첫인상과 첫 느낌으로 어느 정도 쳐낼 수 있었는데 그 순간 시선과 욕심이 잘못 앞서나갔던 것 같다.
썩은 동아줄도 분명 멀리에서 보면 그럴싸하게 매듭지어 달려있는 편이다. 훑어봤을 때 이상한 점이 있나 없나 잘 보고 판단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필자는 이런 경험과 노하우를 매번 맞아가면서 속앓이를 되풀이하며 배워나가는 것 같다.
4. 재량으로 승부 볼 수 있었지만 보수적인 프레임을 못 벗었던 순간.
더 많은 노력과 행동이 단순 프로젝트를 성공 그 이상으로의 영역으로 나아가게 했었을 순간들이 있다. 단지 고객과 에이전시로 남는 것 이상 파트너십의 성과를 가져오거나 더 좋은 결과를 끌어올 수 있었던 순간들 말이다. 그 모든 순간들은 재량과 도전의 자세가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필자도 이전에 할리스, 공차등 다양한 네임벨류의 커피브랜드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경험이 있지만 반대로 쉽사리 포기해서 놓쳤던 커피브랜드 두 군데가 있다면, '메가커피'와 '벌크커피'가 있다. 충분히 프로젝트를 따낼 수 있었을 정도로 근접해 있었는데 승부수를 던지지 못했었다. 찾아가서 프로젝트에 대한 pr도 하고 제안서도 더 상세히 써냈다면 좋은 포트폴리오로 남지 않았을까. 그 당시에는 이전포트폴리오에 만족도와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안일한 마음가짐이 노력들을 전부 막아버렸었다. 밑도 끝도 없이 도전을 했어야 할 시기에 안도감은 너무나 큰 악재임은 분명하다. 그리고 메가커피는 당시 몇십 개의 점포규모의 일반 저가형 커피브랜드 모델에서, 지금은 손흥민을 모델로 쓰는 대형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성장했다. 기회의 버스는 그렇게 떠났었다.
얼마 전 영국의 제시 린가드선수의 FC서울 입단과정의 비화를 통해 열정을 배웠다. 제시 린가드선수가 더 높은 주급과 유럽생활을 포기하고 당시 듣도 보도 못한 한국의 FC서울로 이적한 이유는, FC서울 담당자의 열정 때문이었다고 한다. 담당자는 다른 유선상의 제안이 아닌, 린가드선수가 머물고 있는 훈련장까지 찾아가 입단제의부터 향후 목표 및 다양한 미래에 대해서 논의하며 무척이나 적극적으로 설득을 했다고 한다. 그 모습에 린가드선수 또한 서울이적을 결심하게 되었고, 이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선수가 K리그에 입단한 사례 중 제일 큰 규모로 역사에 남게 되었다.
남들이 하지 않는 노력에 역사가 써졌다. 나도 돌아보니 조금 더 간절함을 담았어야 했다. 멀뚱멀뚱 불가능해 보이고 과정이 힘들다고 포기할 것이 아니라 적어도 후회 안 남게 도전이라도 해보는 노력을 앞으로도 담아가고 싶다.
후회로 남을 순간을 확정 짓는 데에는 그 시기의 삶의 분위기와 간절함의 농도, 삶의 지혜, 자만감 정도의 요소들이 있는 것 같다. 이전의 일을 덜 후회하려면 당시에 더 나서고 더 좋은 판단을 위해 깊게 고찰해야 함이 분명하다. 당장의 눈앞에 이익과 판단을 흐리는 피로도 및 의욕저하가 먼 훗날에 큰 후회로 남기에 조금 더 간절한 마음을 담고 살아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