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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해영 Feb 20. 2021

08. 적재-바람

''바람'이 불어오는 곳으로 소망하는 '바람'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


“잠시 여기 쉬었다 가세요
부디 편히
잔뜩 짊어진 그 무거운
고민들은
잠시 여기 내려다 놓아요
다 괜찮으니
활짝 웃음 지을 수 있을지
모르니까”
‘적재-바람’ 가사 중

인생길.
우리는 저마다의 짐을 짊어지고 길을 간다. 그 크기는 제각각이기에 간혹 타인의 짐이 나의 짐보다 상대적으로 작아 보일 때가 있다. 하지만 크기만으로 짐의 무게를 가늠할 수 없으며, 어느 누구에게도 각자의 짐은 결코 가볍지 않다.


나는 등산을 좋아한다. 필요 이상의 상념을 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등산을 준비할 때면, 언제나 정상까지 가기 위해 짐을 최소화한다. 하지만 오르다 보면 그 짐마저도 무겁게 느껴졌다. 그리고 산 초입에서 나무와 꽃들에 머문 나의 시선은 산 중턱에 이르면 어느새 발끝에만 머물러 있었다. 그래서 쉼을 가질 때나 풍경을 만끽하고는 했다.

이렇게 보면 등산이 필요 이상의 상념을 잊게 해준다는 것은 곧 상념의 여유와 틈을 없애준다는 것과 같다.


그렇게 오롯이 걷는 것에만 집중한 채 한 발 한 발을 옮기다 보면 어느새 산 정상에 다다랐다.

언제나 그랬듯이 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내가 사는 세상은 너무나 작았다. 저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 아등바등하며 살아가는 모습 모두 그저 별거 아닌 것만 같았다.

그래서 저곳으로부터 짊어온 마음의 짐도 조금은 작고 가볍게 느껴졌다. 정상에서 맞는 바람에 실어 보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쉼의 끝을 알리듯 이마의 땀방울이 마를 즈음, 나는 다시 세상으로 내려가야 했다.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으로 변함없는 무게의 짐을 다시 짊어지고.


적재의 바람은 JTBC ‘트래블러-아르헨티나’의 다섯 번째 OST이다. 앨범 소개 글에 ‘‘바람’은 바람의 땅 파타고니아를 떠올리며 만든 테마로, ‘바람’이 불어오는 곳으로 소망하는 ‘바람’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냈다.’라고 설명했다.


우리가 짊어진 짐을 다른 말로 표현해보면, 근심, 어려움, 고난, 걱정, 역경 등으로 나타낼 수 있다. 어쩌면 이들은 ‘아직 바람에 이르지 못한 상태’ 혹은 ‘바람을 이루지 못한 상태’로, 현재와 바람을 이룬 때와의 차이로 인해 겪는 ‘마음속 시차’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시차 적응’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시차는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익숙해진다. 다만, 이 마음속 시차는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바라는 그 때로 나아가야 만이 그 간극이 좁혀진다.


인생길.
오늘도 우리는 저마다의 짐을 짊어지고 길을 간다.

언젠가 나와 당신이 바람을 이루길 바라며, 꾸준히 그 길을 걸어가는 한 걸음 한 걸음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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