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 당신은 누군가와 ‘친구’가 되어간 그 순간들을 기억하는가?
“When you don’t know
how to be strong
You can, lean on me
I’ll be your rock at the bottom
You don’t have to be cool
‘Cuz I, see through it
If your world is feeling heavy
I can carry it too
Let me be a friend
Let me be a friend to you”
‘Dylan Rockoff-Be a friend’ 가사 중
나는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면, ‘변곡점’을 찾곤 한다.
바로, 원수에서 친구로, 친구에서 연인으로 관계가 변하는 등장인물 간의 관계 변곡점 말이다.
이건 마치 수면내시경 전 잠드는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려는 것과 같아서, 눈을 부릅뜨고 보아도 놓치기 일쑤이다.
이런 소소한 재미를 간혹 나와 나의 인생 등장인물과의 관계에서도 찾아보곤 하는데, 이 역시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이미 서로에게 스며들어 있다.
그렇다면 혹 당신은 누군가와 ‘친구’가 되어간 그 순간들을 기억하는가?
평생을 함께 하고 싶다는 바람과 평생을 함께 할만하다는 신뢰
나에게는 이러한 바람과 신뢰를 선물한 몇몇의 친구들이 있다. 이 중에는 학교에서 만난 친구들도 있지만 직장에서 만난 친구들도 있다. 어느 누군가에게는 다소 생소한 일일 수도, 부러운 일일 수도 있기에, 내게는 이들 한사람 한사람 모두가 참 소중하고 감사한 인연이다.
이들과 내 사이에 어떠한 순간들이 쌓여서 변곡점을 맞이한 것일까.
그들과 함께 한 시간을 되돌아보면 다른 이들에게는 없는 특별한 이벤트란 없어 보이지만 어떻게 특별한 존재가 된 것일까. 관계의 그라데이션, 그 시작점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기에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그들과 나누는 시답잖은 농담, 꾸밈없는 대화, 불편하지 않은 정적 등
평소 물에 잘 뜨지 않는 몸이지만 그들과 함께 있는 순간만큼은 모든 불필요한 힘이 빠져 물 위에 둥둥 뜰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그들을 통해서도 마음 한 켠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경험을 하곤 했는데, 이는 그들의 마음이 무너지는 때를 지켜본 순간이다.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해 줄 수는 없었기에 묵묵히 곁을 지키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이 참 속상했다.
Dylan Rockoff의 Be a friend 가사는 그러한 때에 담담한 위로와 함께 ‘내가 곁에 있어’라고 말하는 듯하다.
존재 자체가 주는 안정감과 고마움.
그들이 내게 주는 이 ‘선물’을, 나 역시 그들에게 주고 있을까. 특히나 그들이 때로 어두운 터널을 맞이했을 때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성찰을 잠시 뒤로하고 그저 감사한 사실은 친구로서 곁을 지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앞서 ‘속상함’으로 표현하였으나 되돌아보니 ‘감사함’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은, 내가 받은 그 ‘선물’들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 역시 어두운 터널을 맞이할 때, 묵묵히 곁에 있어준 그들에게 문득 감사한 마음이 드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