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돈

by 혜윰

동네장사다 보니 외상이 많다. 당장 현금이 없다고, 월급날 주겠다고. 그냥 쓱 가져가서는 한 달이 다 되도록 연락 없는 분도 계시다. 오늘은 안되겠다 싶어서 빚 독촉을 하겠다고 마음 먹었다. 워낙 싫은 소리 못하는 성격인지라 단단히 마음 먹고 한 명씩 카톡창을 열어 인사부터 전했다. 잘지내시죠? 별 일 없으시죠? 시간나실 때 한 번 놀러오세요. 하고는 카톡창을 닫았다. 돈 얘기는 1도 안 꺼내고.

소심한 나에게 화도 나고, 한편으로는 야박한 소리 안해서 다행이도 싶기도 하고. 그렇게 씁쓸하게 하루를 시작하려는데 손님 한 분이 들어오시더니 외상값을 주신다.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며 커피도 한 잔 사들고 오셨다. 완전 기분이 좋았다. 마땅히 받아야 할 돈을 받은건데 어째서 공돈이 생긴것마냥 기분이 좋은건지는 모르겠다. 이런 게 외상의 묘미겠지. ^^


by 혜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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