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가 엎어졌다. 나는 오늘 드디어 이 사과를 팔러 가는 길이었다. 딱 봐도 낡은 자전거를 꾸역꾸역 끌고 나와 사과 상자를 잔뜩 실었다. 무리했다는 걸 알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별 일 있겠어?‘라는 생각으로 나섰다. 사실 사과가 이렇게 깨질 것이라는 건 이미 예고된 일이었다. 다만 내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모처럼의 주문에 기분이 너무 들떴고, 바람이 시원했고, 아침에 쾌변을 한 덕에, 한 탓에 말이다. 어쩌면 주문자가 너여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나는 널뛰는 맘에 한 눈을 뺏겼고 나머지 한 눈으로 바라보기에 나는 너무나 큰 세상에 살고 있었다. 사과가 엎어졌다. ‘나에게‘가 아닌 ‘너에게’ 집중할 수 있는 그날이 오면 다시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