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단면(1)

by 최예지

“그래서, 어쩔 건데?” 박이 말했다. 한은 고개를 떨궜다. 박은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카페 밖으로 나갔다. 한은 홀로 남아 남은 코코아 한 모금을 홀짝였다. 겨울이었다. 눈이 내렸다. 박은 신경질 내며 담배를 태웠다. 주변의 시선에 점점 더 어두운 골목으로 향했다. 한은 계산을 하고 박이 두고 간 외투를 챙겼다. 박이 보이지 않았다. 한은 불안했다. 박과 만나고 나면 머리칼에 달라붙는 담배향이 어느 골목에서 났다. 한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박의 담배향을 좇아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박이 다른 여자와 키스를 하고 있었다. 한은 들고 있던 외투를 떨어트리고 서둘러 반대 방향으로 향했다. 박은 한의 핸드크림에서 나는 시어버터 향이 잔뜩 묻은 자신의 외투를 걸치고선 여자를 밀쳤다. "왜?" 여자는 말했고 박은 여자를 보며 말했다. "좋았는데." "좋았으면 계속해, 응?" "시어버터, 됐다." 한의 발자국이 쌓인 눈에 여기저기 남아있었다. 박은 발자국을 보다가 뛰어갔다. 한의 발자국이 다른 사람의 발자국과 뒤엉켜 알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아.” 박은 짧은 한숨을 내뱉곤 전화를 꺼냈다. ‘전화기가 꺼져있어-’ 박은 이제 밤이 끝나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수요일 연재
이전 20화20. 우울해서 미칠 뻔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