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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예지

시작은 한 문장이었다. “잘 지내?” 보내고 나니,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이러한 기분으로는 잘 지내냐는 말을 반갑게 보내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이야.” 별로 오랜만이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마치 어제 본 것처럼, 잘 지내냐는 말이 어색할 정도로 익숙하면서도 반갑기엔 애매한 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새벽이었다, 4시 15분. "어이." 평소에 부르는 호칭이 기억나지 않아, 아무 말이나 보냈다. 역시,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지야." 그래, 이름이 가장 무난하다고 생각했다. 그제야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까먹었다는 사실을 알아버렸다. 일단 1이 없어지기 전에, 말을 이어가야 내 용기가 사그라들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있지." 온점보단 쉼표로 내가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걸 보내는 게 좋을까? "있지," 걸그룹 있지가 생각났다. 집중력이 점점 떨어진다. 이러다간 용기고 나발이고 기억까지 잊어버리고서야 나중의 당혹감을 혼자 감당할 모습이 떠올랐다. 5시 15분, 메시지를 모두 지웠다. 지운 메시지에 변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적어봤다. "연지야, 내가 메시지를 지운 건 다름 아니고." 다름 아니고,라는 말이 마치 사무적인 인상을 줘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가까워질 순 없어도 멀어질 수도 없는 사이인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메시지를 지웠다. 또 지웠다, 또, 또. 6시 15분이었다. 30분 뒤에는 출근할 준비를 해야 한다. 대화창을 나왔다. 6시 25분, 메신저를 지우고 핸드폰을 초기화해 버렸다. 굴러다니던 아이패드를 집어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연지야."


오랜 동창인 한수진이 내게 메시지를 보냈는데, 25개의 메시지가 지워졌다고 떴다. 전화를 걸었다. “한수진, 너 무슨 일 있지?”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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