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기시감

공포 도전해 봅니다. 저는 좀 무섭네요.

by 최예지

핸드폰을 켰다. 15%가 남았다. 연수는 차를 몰았다. 핸드폰 충전기를 연결하면서 노래를 10 정도의 크기로 틀어놓고 근처 공원으로 향했다. 차도, 사람도 별로 없는 한산한 공원이었다. 연수는 주차를 하고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다시 내뱉었다. 몇 번 반복하자, 방금 일어난 일이 아득하게 느껴졌다. 공연장을 갔는데, 이야기꾼이 공연을 벌인다는 홍보를 대대적으로 하고 있었다. 공연 시작 30분이 되었을 때, 들어갔다. 모두가 그 이야기꾼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여자가 있었는데,” 장내가 조용해졌다. 부스럭 거리며 과자를 먹던 사람도 입으로 녹여먹는 건지 소리가 점점 잦아들었다. ”죽었어.“ 여기저기 침을 꼴깍 삼키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살았어.“ 여기까지 어떤 이야기를 한 건지 알 수 없는 연수는, 3시간이라는 긴 공연시간 동안 나머지는 어떤 얘기로 채워질지 기대하며 계속 앉아있었다. 공연시작 시간에 맞춰 온 사람들은 대게 나가기 시작했다. 뜨거웠던 열기가 팍 식어버려서 벗어놨던 외투를 연수는 다시 챙겨 입었다. ”그리고 살았다니까? 오늘도 나가네?“ 이야기꾼은 옆에서 장구 반주를 쳐주는 장구재비에게 입을 뻥긋하며 말했다. 연수만이 그 넓은 공연장에 혼자 남았다. 5000원이라는 돈으로 누군가의 3시간을 산다는 건, 재밌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너 혼자 남았어? 잘했어, 휘모리 갈까요. 선생님.“ 휘모리장단이 몰아치고 연수는 이야기꾼이 들려주는 2시간 30분 동안의 이야기에 몰입했다. 그 이야기는. 연수는 오늘 있었던 일을 떠올리다가 서늘한 인기척에 졸다가 깼다. 누군가가 연수의 차를 빤히 쳐다보는 기분이었다. 연수는 착각이겠거니, 하고 차에서 내리려는데 그 사람의 모습이 백미러에 비쳤고, 점차 커졌다. 연수는 빨리 시동을 걸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시동은 걸렸고, 동시에 그 사람이 달려왔다. “어쩌라고!“ 연수는 빵-하고 크게 클락션을 울렸다. 자세히 보니, 그 이야기꾼이었다. 연수는 핸드폰을 켰다. 충전이 전혀 되지 않았는지, 아니면 그나마 된 게 이 정도인지. 15%가 남았다. 연수는 차를 몰았다. 핸드폰 충전기를 연결하지 않고 노래를 5 정도의 크기로 틀어놓고 집으로 향했다. 차도, 사람도 별로 없는 한산한 마을이었다. 연수는 주차를 하려고 자리를 찾는데 익숙한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 아까 그 이야기꾼이었다. 연수의 차는 어둑해지는 하늘 아래에서 방황했다. 편의점에 갔는데, 이야기꾼을 수배한다는 홍보를 대대적으로 하고 있었다. 진짜인지, 새로운 마케팅인지 연수는 헷갈렸다. 편의점에서 망을 보며 들어간 지 30분이 되었을 때, 들어왔다. 연수만이 그 이야기꾼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여자가 있었는데,” 편의점 카운터에 있는 사람은 이어폰을 꽂고 있었다. “죽었어.” 연수가 쓰러졌다. 쿵 소리가 났는데도 아무도 돌아보지 않았다. ”그리고 살았어.“ 이야기꾼은 연수를 흔들어 깨웠다. ”너 내 이야기 다 들었지?“ 연수가 지금 화면에 비친 너를 보고 있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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