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반복재생 (1)

by 최예지

어디 가냐는 물음에 너는 어디 안 가, 하고 대답했다. 세상이 두 쪽 나면 또 모르지만, 하며 농담하는 여유도 있었다. 잠시 나갔다 오겠다던 인사에 별 뜻 없이 그러던지, 했다. 어쩌면 나는 어디 안 간다면서 바로 나가겠다는 네게 토라졌는지 모를 일이었다. 애꿎은 손톱만 깨물다가 날 돌아보는 너의 시선을 피해 방으로 들어갔다. "왜." 난 이 말만 반복했다. 나는 왜 시신 부검소에서 동의서를 쓰고 있고, 창백해진 피부로 눈도 못 감은 널 보고 다녀왔냐고 인사도 하지 못하게 하는 건지. 세상이 미웠다. 부검이 끝나고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나는 집에 와서도 왜, 왜, 왜, 왜 하필 너냐고, 울었다.



김세정 님의 <태양계>를 듣고 쓴 글입니다.

듣자마자 울었습니다. 이 곡만 계속 듣고 있습니다.

가사를 곱씹기도 전에, 제 손가락은 움직였습니다.

공허한 이별이 제 모습과도 닮아있습니다.

과거, 이별하는 존재라는 시를 썼었습니다.

그동안 저는 계속 이별해 왔고 그 마음을 소설로 기록합니다.


수요일 연재
이전 25화25. 내 밥은 누가 주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