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발굴한 20년 전 문건
이것도 이른바 문건이다. 어디 쓰려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새로운 교육운동, 교사운동을 모색하면서 작성했던 걸로 보인다. 당시 내 나이가 서른 셋인가 넷으로 추정된다. 얼마전에 "나빼고" 담론으로 학교에는 이상한 선생들이 많다는 식의 말을 함부로 하지 않게 되었다고 점잖은 글을 썼는데, 나 역시 삼십대 시절에는 이렇게 거침없이 "나빼고 다 이상해" 담론을 구사했다. 그것도 사회학 비스무레한 탈을 쓰고, 맑스 타령을 해 가면서 말이다.
아 20년 전에 나는 대체 어떤 인간이었단 말인가? 한가지 확실한 것은 내 소설 속의 권오석 선생보다 훨씬 못한 인간이었음에 틀림없다. 많은 독자들이 자꾸 오석 샘을 보고 나의 페르소나라고 그러는데 택도 없는 소리다.
어쨌든 돈 도 한 푼 안나오는(!)글을 무려 원고지 300매 분량이나 써 댔다. 대체 뭐하러 그랬나 싶다.
그래도 시대의 기록이니 일종의 아카이브 삼아 여기 올려둔다.
중간중간에 정치적으로 빻은 인식을 보여주는 대목들도 있지만 그건 20년 전의 기준으로 봐야 할 일이니 그냥 둔다. 여기 나오는 내용 중 상당부분, 지금의 나와는 다른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