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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386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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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교사 Apr 25. 2020

나의 전교조 25년 (1)

386 경험담을 이야기 하자면, 나의 직업과 경력상 전교조 이야기를 피해 갈 수 없다. 일단 미리 말해 두자면 나는 현재 전교조 조합원이 아니다. 2014년 가을에 탈퇴했다. 사실 전교조 탈퇴 조합원은 학교에 아주 흔하다. 한때 10만명에 이르렀던 조합원이 지금은 5만에도 미치지 못하니, 적어도 전국의 교사 열명 중 한 명은 전교조 탈퇴조합원인 셈이다.


그런데 그 많은 탈퇴조합원들은 대부분 조용히 탈퇴했다. 분회원들에게 미안한 마음 때문에 전근갈 때 까지 기다렸다가, 새 학교 옮겨갈 때 CMS 를 끊는 방식으로 탈퇴하는 경우가 많았다. 탈퇴원을 정식으로 내는 경우는 많지 않았기 때문에 이 분들 중 상당수는  한 동안 "조합비 미납 조합원"으로 명단에 남아 있기도 했다.


나는 정식으로 탈퇴의 뜻을 밝혔고, 이를 널리 공표하기까지 했다. 그런 마음 한켠에는 어쩌면 "제발, 말려 줘" 라는 말이 숨어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붙잡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전교조를 탈퇴했고, 이후 전교조에 대해 별 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알겠지만, 내가 전교조에 대해 비판의 말을 많이 쏟아냈던 시기는 대부분 2014년 이전, 즉 내가 조합원이던 시절이었다. 조합원일때는 조합의 올바른 방향에 대해 서로 생각하는 바를 내세우며, 옳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면 자유로이 비판하는 것이 책무였겠지만, 일단 나온 다음에는 이미 남의 집안일이다.  간혹 사석에서 쫓겨나다시피 나온 억울함을 피력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전교조에 대해 적대적이거나 그렇지는 않다.

 총선이 끝난 뒤 "총선에서 승리한 여당에게 바란다."라는 제목으로 제작한 유튜브 영상에서도, 나는 여당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로 "전교조의 재합법화"를 꼽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j8ljkfgf3BY&list=PLjAoVlm8L8ah3JW-clN2iUld3PhOABNlj&index=7

세상을 바꾸는 십분: 세바텐 총선 특별편
이는 내가 비판했던 것이 전교조가 아니라 전교조를 움직이는 지도부에 속하는 활동가들이었기 때문이다. 조직의 지도부와 조직 그 자체를 하나로 생각하는 것은 봉건적 군주정의 특징이다.

지도부를 비판하는 것은 조직이 지금보다 나은 방향을 발전하기 바라기 때문이며, 조직에 애정을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어느 조직이나 지도부를 비판하면 그 앙갚음이 뼈아프기 때문이다. 어쨌든 당시 전교조가 뭔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는 걱정과 실망이 많았고, 어딜가나 분회모임에서는 지도부에 대한 실망과 비판의 목소리가 드높았다.


나 역시 한때 지도부에 속했던 경력이 있기 때문에 그런 목소리가 가슴을 후벼 팠고, 그들의 목소리가 지도부를 움직이거나 혹은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직접 일어나 지도부를 교체하는 혁명이라도 일으켰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평조합원들은 그렇게 울분을 토하다 조용히 CMS  를 해지하며 사라져 갔다. 그런 그들을 향해 지도부 활동가들이 보여준 태도는 한마디로 "비겁한자여, 갈테면 가라. 껍데기는 필요없다." 수준이었다.


"어째서 전교조가 나아갈 길에 대해 가슴아픈 충언을 하는 분들은 대부분 전직 조합원들인지 모르겠습니다."

전교조 위원장 선거에 출마하여 각 분회를 다니며 조합원을 만나던 어느 후보가 한 이 말이 정말 아프게 다가왔다.

 

그래서 나는 나가는 대신 비판하는 쪽을 선택했다. 그것은 조합에 일말의 희망과 애정을 남기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오히려 지도부와 조직을 그리고 조직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전교조는 옳아, 전교조는 좋아 이러는  한 무리의 대중들이야 말로 조직을 갉아먹는 암적인 존재라고 생각했다. 이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이 혁명을 꿈꾸듯이, 나는 전교조를 사랑했기에 나 나름의 방식으로 조합의 혁신을 꿈꾸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기존의 조합운영 방식에 기생하여 조합내 권력을 독점하고 있던 세력의 미움을 받았을 뿐이다. 그들은 내가 조합을 탈퇴하고 새로운 교원단체 결성 운동에 헌신하고 있을때 조차도 내가 전교조를 비난하고 다니는 반조합분자라며 험담을 하고 다녔는데, 그들이 그 근거로 내세웠던 내 어록들은 죄다 탈퇴 전에 전교조가 아니라 전교조를 망치고 있는 지도부, 바로 그들을 비난한 것이었다.


그들은 은연중에 이렇게 고백한 것이다.
"우리를 비난하는 것이 곧 전교조를 비난하는 것이다. 짐이 곧 전교조다."

이쯤되면 궁금해질 것이다. 도대체 그들은 누구인가? 그리고 그들은 어떻게 전교조를 망쳤는가?

어깨가 아파서 여기까지만  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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