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소셜 미디어도 교육입니다
소셜 미디어 시대가 열린지 10년 이상이 지났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블랙베리 폰으로 트위터 하는 것이 화제가 되었었는데, 이제는 왕년의 슈퍼 컴퓨터를 방불케 하는 성능을 가진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면서 그런지 이미 10년도 더 지났습니다. 트위터 처럼 짧은 문장 몇개를 주고 받던 소셜 미디어가 이제는 유트브 같은 개인 방송 수준으로 발전하였습니다. 이제 스마트 폰 하나와 삼각대만 있으면 누구나 방송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심지어 연 소득이 10억이 넘는 개인 유튜버들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교사는 이런 시대 변화에 민감해야 합니다. 교사는 아이들을 과거에 붙들어 매는 사람이 아니라 미래를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존재라야 하니까요. 꼭 아이들을 위해서가 아니라도 불법이 아닌 한 교사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로 열린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 역시 결코 나무랄 일이 아닙니다. 그 동안에도 교사가 저술이나 강연 활동을 하는 것은 오히려 존경받을만한 일로 여겨져 왔습니다. 같은 활동을 유튜브나 소셜 미디어로 하는 게 뭐가 문제가 되겠습니까? 수익이라는 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교사의 인세나 강연료 소득은 당연한 것이고, 유튜브 광고 수익은 교사답지 않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이는 미래를 살아가야 할 학생들에게 삶의 여러가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게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야말로 살아있는 교육이 되는 셈입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한때 '싸이월드'라는 소셜 미디어가 있었습니다. 한 15-16년 전일겁니다. 거기에 사진 뿐 아니라 이런 저런 단상도 많이 적어두곤했습니다. 화면이 작아 불편하긴 해도, 일종의 블로그로 사용한 셈이죠. 그런데 나중에 대학에 진학한 졸업생 중 하나가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선생님 싸이 글 보면서 논술 대비했습니다.
그때부터 교사의 소셜 미디어 활동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고, 블로그를 열고, 이런 저런 글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저의 첫 책이 블로그 글들 엮어서 만든 것이니, 결국 그 졸업생의 한 마디가 저를 작가로 만든 셈입니다. 15년 전에도 소셜 미디어의 힘이 이토록 컸습니다. 더구나 지금의 소셜 미디어는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편리하고, 영향력도 큽니다.
그러니 많은 교사들이 유튜브 등 소셜 미디어에서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며 널리 권장해야 할 일입니다. 40만 교사들이 저마다의 교육활동을 클립으로 만들어 유튜브로 올린다면 그 얼마나 방대한 교육자료가 되겠습니까? 그리고 이런 것들이 사실상 무료로 제공되는 셈이니, 비싼 사교육비를 지출할 여력이 없는 계층 아이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게 바로 교육 불평등 해소가 아니겠습니까?
유튜브 뿐이 아닙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이건 요즘 거의 안 하는 추세지만), 그리고 지금 쓰고 있는 블로그 같은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소셜미디어의 세계는 무궁무진하고, 앞으로도 또 뭐가 나올지도 모르니까요. 어쩌면 증강현실이나 가상현실을 응용한 사이버 교실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꼭 교육적인 내용이 아니라도 상관없습니다. 교사 역시 자연인이며, 생활인이며, 한 사람의 시민이니까요. 정치적인 견해를 밝힐 수도 있고, 자신의 취향이나 삶의 방식을 드러낼 수도 있고, 그 밖에 각종 취미나 교양, 친교활동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교사가 소셜 미디어 활동을 할때 반드시 이 말을 명심해야 합니다.
교사는 일상 생활과 교육의 구별이 없습니다.
아,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요? 아마 교사는 삶을 기울여 가르친다는 말을 많이 들어봤을 것입니다. 교사의 일은 시간표상의 수업시간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하루 근무시간으로도 끝나지 않습니다. 그렇게 하고자 해도 그게 되지 않습니다. 제가 조광조나 사림의 도학론을 말하는 건 아니지만, 교사의 일상적인 생활이 많건 적건 학생에게 영향을 주는것만은 분명합니다. 학생들은, 특히 학년이 내려갈수록 교사의 삶을 스폰지처럼 빨아먹습니다. 교사가 드러낸 부분 뿐 아니라 감춘 부분, 심지어 교사 스스로도 의식하고 있지 못하던 부분까지 말이죠.
이게 예기치 않았던 긍정적인 효과가 되어 교육에 큰 보탬이 될수도 있습니다. 물론 반대로 부정적인 효과를 줄 가능성도 열려 있습니다. 그런데 이건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효과, 외부효과이기 때문에 미리 계획하고 설계할수 없습니다. 그러니 평소에 잘 사는 것 밖에는 답이 없는 것입니다. 평소에 배움을 좋아하는 교사라면 학생들도 배움을 좋아할 것입니다. 평소에 진취적인 삶을 사는 교사라면 학생들 역시 자기도 모르게 진취적인 삶의 태도를 배울 것입니다.
하물며 소셜 미디어는 교사가 구체적인 모습으로 드러나는 공간입니다. 만약 학생들에게 바라는 삶의 모습, 학생들이 자라서 도달했으면 하는 어른의 모습이 있다면, 좀 답답하게 들릴수는 있겠지만, 소셜 미디어에 드러나는 교사의 모습도 그러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훈계를 늘어놓는다거나 뭔가를 설명하거나 교육적인 내용을 다루라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교사의 일상적인 삶의 모습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세상에 귀감이 된다는 것을 늘 의식하고 있으라는 것입니다. 여행을 가더라도, 먹방을 다니더라도, 혹은 쇼핑후에 개봉기를 만들더라도 그 속에서 늘 자신이 확장되고 향상되는 것을 의식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교사도 사람입니다. 그러니 완전히 교육과 단절된 그야말로 철저한 휴식을 누릴 권리가 있습니다. 순전히 휴양만을 위한 여행을 갈수도 있고, 즐기기 위한 쇼핑을 할수도 있습니다. 그건 얼마든지 누려도 좋습니다. 단 그것을 굳이 소셜미디어에 퍼뜨릴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즐기십시오. 교사라는 이름을 내걸고 널리 알리지는 마시고요.
간만에 꼰대소리 한 번 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