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개학이 다가온다. 처음에는 쉽게 생각했다. 5년 전 메르스 때 처럼 등하교시 발열 체크하고 유증상자나 의심환자 있으면 즉시 귀가 시키고, 그 밖에는 정상적인 수업과 교육활동을 조심스럽게 하는 것인 줄 알았다. 그러면 온라인 수업으로 지친 아이들을 다잡고, 아쉬운대로 교육을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등교 개학시 지켜야 하는 방역지침들을 보니 어마무시했다. 그걸 다 지키고서는 정상적인 수업이 불가능한 것은 둘째 치고, 아예 물리적으로 지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가장 기본적인 거리두기부터 말이다.
지침에 따르면 학생들은 전후좌우 1미터 이상의 간격을 두고 좌석을 배치하도록 되어 있다. 그냥 이렇게 이야기하니 일반인들은 그런가 보다 한다. 그냥 좀 띄엄띄엄 떨어져 앉으면 되나보다 한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
다음 그림은 통상산업부에서 정한 우리나라 중학교 교실 표준 규격이다. 이거보다 조금 작은 경우는 있어도 절대 더 크게 짓지는 않는다. 원래 교실 규격은 (30 +학생수*1.2)평방미터다. 아래 규격은 학생수 30명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이미 5년 전부터 학급당 학생수가 30명이 넘는 일은 없을 것이라 보고 그렇게 짓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 먼저"인 정부는 5년 뒤에 학생수 줄어드는 것을 미리 반영하여 교사수를 감축했고, 덕분에 대도시 학급당 인원이 30명이 넘어가는 것이 예삿일이 되어 버렸다. 대통령이 나서서 이 기회를 틈타 학급당 인원 15명으로 만들자고 했으나, 관료들은 콧방귀도 뀌지 않았고, 기재부를 필두로 "교사가 남아 돈다" 라고 나발을 불더니 이리 되었다.
자 그래도 이 규격에 맞게 학급 인원을 20명이라고 하고 계산해 보자. 20명의 학생을 저 교실에 방역 지침을 지켜 배치해 보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세로 9미터 중 2미터는 빼야 한다. 교사 역시 제일 앞 줄 학생과 거리를 떼어야 하고, 칠판에 엉덩이를 붙이고 수업하는 것은 아닐테니 그 정도의 공간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배치가 나온다. 교실에는 학생 뿐 아니라 책상도 자리를 차지한다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우리나라 중학생 책상은 가로 65센티미터 세로 45센티미터를 기준으로 만든다.
자 그럼 책상을 배치해 보자. 시비 걸지 마라. 내가 줄자로 재 가면서 해 본 거다.
가로보다 세로가 길기 때문에 5개씩 4열로 맞추어야 한다. 일단 책상과 책상 사이의 간격이 4미터, 그리고 책상 자체가 2.6미터, 합이 6.6미터가 나온다. 90센티미터 정도의 여유가 있지만 이건 제일 왼쪽 분단이 창틀에 바짝 붙었을 경우다. 창에서 조금 떨어져야 1분단과 2분단 학생들의 동선이 겹치지 않는다. 따라서 가로는 꽉 찼다고 보면 된다.
]이제 세로. 9미터에서 수업공간 2미터를 뺀 7미터를 사용해서 책상 5개를 배치해야 한다. 일단 책상이 2.25미터를 차지한다. 그리고 1미터씩 간격을 두면 5미터, 합이 7.25미터. 축하한다. 넘었다. 선생님을 칠판으로 밀어붙이던가, 제일 뒷자리 학생이 좁게 앉는 수 밖에 없겠다. 그런데 질본에서는 가로 간격보다 세로 간격을 더 띄우라고 권장한다(입과 코의 방향을 생각해 보면 당연하다.) 안되겠다. 그건. 그냥 눈 감아 달라고 할 수 밖에.
이게 딱 20명 들어가는 경우다. 그런데 서울, 경기에 있는 많은 학교들은 20명이 넘는다. 박근혜때 점점 줄어들던 학급당 학생수가 문재인 정부들어 야금야금 늘어나고 있다. 당장 우리 반만 해도 24명이다. 25명인 반도 있다. 그런데 25명이면 많은 편도 아니다. 30명 넘는 학교도 수두룩 하다. 고등학교는? 말을 말자.
여기서 더 이상 말 보태지 않겠다. 그냥 팩트만 전할 뿐이다. 알아서들 판단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