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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교사 Jul 09. 2020

주택 공급을 발굴하라?

모자라지는 않는데 숨어있다고?

부동산 이야기와 입시 이야기는 꺼내는 순간 블랙홀이라 웬만하면 안하려 했는데, 기왕 시작했으니 한번 갈 데 까지 가 보자. 


일단 전제를 하나 걸자. 


주택은 상품인가?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즉 '천하위공'의 정신에 따라 주택은 마땅히 자신과 가족이 평균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만 가져야 한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더 이상 이 글을 읽을 필요가 없다.  만약 이렇게 생각한다면  해결책은 국가가 전국의 주택을 모조리 매입한 다음 필요한 사람에게 임대하는 것이다.  


요에 따라 분배하라!


가령 강남에 직장이 있는 사람들에게 강남이나 그 근처 주택을 우선 배당하고, 서울에 직장이 있는 사람들에게 서울에 있는 주택 임대권을 우선 배당하고. 주택의 규모는 가족 수에 일정 평수를 곱해서 산정하고. 


문제는 서울에, 그리고 강남에 직장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그 근처 주택에 대한 필요가 준비된 주택보다  더 많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될까? 이미 공공주택 정책이 실시되었던 싱가포르나 홍콩에서 있었던 일이다.


대기번호 받고 기다린다.


기다리기 싫으면?


이런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그럼 공공이 아닌 민간 주택을 웃돈을 주고 구입하거나 임대하거나 해야한다. 그러니까 그 결과는 '실수요자'가 기약없이 기다리거나, 아니면 차라리 예전보다도 더 비싼 돈을 주고 사거나 임대하는 것이다. 물론 돈은 임대업자, 혹은 이 정부가 선호하는 용어대로라면 '투기꾼'이 번다. 


그럼 어떻게 할까? 현재 거주하는 집만 남겨두고 나머지  민간 주택을 몰수하거나, 강제 매입하거나, 혹은 민간주택으로부터 벌어들이는 임대료에 거액의 세금을 매겨 사실상 소득을 제로로 만들고, 그 세금으로 공공주택을 더 짓는 것이다. 


솔깃하게 들리나? 나는 현 정부에 진심 이런 말을 솔깃하게 듣는 분들이 많이 계실까 걱정된다. 이게 바로 <경제학 원론> 교과서에 걸핏하면 나오는 가격 상한제 아닌가? 그 상한선을 거의 제로로 만들었다 정도의 차이일 뿐. 그러니 그 폐해도 교과서 보다 훨씬 클 것이다.  그나마 있던 임대물량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싹 들어가버릴테니 말이다. 


심지어 지공주의의 원조 헨리 조지 조차 지대의 환수만 이야기 하지, 그 위에 지어진 건물 임대료는 정당한 가격으로 인정하고 있다.  토지야 자연의 것이지만, 거기에 건물을 지었다면 그건 정당한 노력의 댓가라는 것이다. 토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위에 지어진 주택은 엄연한 상품이다. 


이 전제를 부정하기 어렵다. 주택은 '거주'라는 사용가치를 가지고 있는 상품이며, 그 사용가치를 원하는 사람이 충분히 많으면 '건축'과 '임대'라는 방법으로 시장에 공급된다. 그리고 그 '거주'라는 사용가치 역시 너무 복잡하고 복합적이기 때문에 누군가가 사전에 계획해서 공급량을 정할 수 없다. 미분양 속출과 로또 분양 대박 사이를 오가면서 결정될 수 밖에 없다. 


물론 어느 지역에 어느 정도  넓이의 주택을 어떤 형태로(가령 초고층 아파트인가 단독 주택인가 등등) 얼마나 공급해야 하는지를 꼼꼼한 사전 조사를 통해 계획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계획을 세울때도 가장 중요한 정보는 인근 지역 주택의 거래 가격과 그 동향일 수 밖에 없다. 만약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면 그 지역은 주택수요가 없는 것이고, 급등하고 있으면 그 지역 주택수요가 증가하는 것이다. 만약 그 수요가 투기 수요라면? 그건 그 지역 주택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집값'을 잡는 방법은? 물론 여기서 잡는다는 말은 가격을 잡아 거꾸러뜨린다는 것이 아니라 지나친 변동성 - 폭등이든 폭락이든 - 없이 안정시킨다는 뜻이다. 그리고 대개의 경우는 폭락이 아니라 폭등을 막는 것이다. 물론 지난 20년간의 역사는  집값 폭등은 "집값을 잡겠다."라고 정부가 나설때만 나타난 현상임을 보여주지만. 


어쨌든 가장 교과서적인 방법은,  


집값이 올라가고 있는 지역에 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이다. 투기가 의심되는 지역이라면 더더더더 공급을 늘린다.


그렇다고 마구 아파트 올리고, 초고층으로 재건축 하자는 말은 아니다. 일단 이 '공급 확대'를 전제로 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중학교 수준 경제만 배워도 공급을 늘리는 방법이 무작정 그 상품의 생산을 늘리는 게 아니라는 걸 안다. 자, 어떤 방법이 있을까?


그렇다. 바로 대체재 공급을 늘리는 것이다. 


뭐 집의 대체재라고?  말이 좀 이상하다. 집의 대체재로 천막을 제공하고, 카라반을 제공하고, 그러자는 말인가? 물론 그런 뜻은 아니다.  하지만 '강남 아파트'의 대체재, '서울 아파트'의 대체재는 얼마든지 생각해 낼수 있다. 강남에 들어가고자 하는 이유, 죽어도 서울에서 살고자 하는 이유를 다른 지역에도 만들어주면 되는 것이다.  그 이유가 단지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투기적인 기대, 혹은 허영, 이거라고 생각한다면  더 이상 생각할 여지가 없기는 하겠지만, 적어도 그 정도로 생각이 짧은 분들이 높은 자리에 계시다고 생각하고 싶진 않다. 


그렇다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그 '이유'를 알아내는 것이다. 그저 '사교육에 유리해서' 이런 식으로는 알 수 없다. 그럼 자녀가 대학 진학한 가족은 얼른 집을 팔아 차익을 실현하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야하는데 그러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굳이 서울에 살아야 하고, 특히 강남에 살아야 하는 이유는 훨씬 다양하다.  하물며 그 이유가 단지 '투기수익' 때문도 혹은 장하성 실장 말대로 "안 살아 봐서 별거 없다는 걸 몰라서"는 아닌 것이다. 

그 이유가 어떤 것들인지 여기서 굳이 밝히지는 않겠다. 어차피 경제, 교육, 문화, 녹지, 교통 등등이 총 망라 되어 있으며, 어디가 이런 이유들을 그런대로 갖추고 있는 곳인지 분석한 책들은 널려 있다. 요즘 20-30대들은 적어도 청와대 계신 분들보다 그런 분야 공부를 더 많이 했을 것이니, 그들에게 물어보면 된다.


오, 반갑다. 마침내 대통령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정부가 상당한 주택 물량을 공급했지만 부족하다는 인식이 있으니 발굴을 해서라도 공급 물량을 늘리라


나는 이 말을 대체재를 개발하라로 해석한다. 상당한 주택물량을 공급했지만, 여전히 수요자들에게 어필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니  강남이나 서울을 고집하는 수요자를 충족시킬 수 있는 의외의 대체재들을 찾아 내라는 것이다. 꼭 강남이나 서울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여기 어때? 여기도 충분히 그 역할 할 수 있는데?" 하며 알리라는 것이다.


찾아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애초에 그런곳들이 묻혀 있는 이유가 다 있었을테니까. 하지만 조금만 손 보면 대체재가 될수 있는, 뭔가 한 두개씩 모자라서 대체재가 못되는 그런 지역을 찾아  바로 그 한 두개씩의 요인들을 보태 준다면, 깜짝 대체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가령 위례 신도시는 조금만 더 가면 송파인데 왜 완전한 대체재가 되지 못할까? 뭐가 부족할까? 왜 일산은 은평뉴타운이 개발되는 순간 기가 죽어 버렸나? 뭐가 부족한가? 다들 가 보면 참 좋은 곳이다. 부족한 것이 얼른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다. 그러니 그 한 두개 결정적인것만 갖춰주면 환골탈태 할 수 있다.  


물론 그렇게 되면 그 깜짝 대체재에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그야말로 깜짝 돈벼락을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마저 배아파하면 곤란하다. 그런 대체재들이 널리 알려지고 개발되면 강남, 서울 집값이 떨어지거나 적어도 안정화될 수 있을테니. 하지만 그런 깜짝 대체재를 기껏 발견해 놓고는, "개발이익 환수" 이런 이야기나 꺼내 김을 빼면, 결국 강남불패 신화만 연장시키는 꼴이 된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랴? 구더기 몇 마리 배불리 먹는거 그 정도는 대의를 위해 좀 넘어갈 줄도 알아야 한다. 


이런 종류의 전망, 강남, 서울의 대체재가 시장에 공급될 거라는 전망, 혹은 강남, 서울 그 자체 물량이 시장에 추가 공급될 거라는 전망, 이 모든 게 가로막히면 합리적 판단은 과연 어떤 것일까? 어차피 강남, 서울이 오른다. 영끌해서 잡자, 이렇게 될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대출을 틀어막고, 구입을 어렵게 해서 수요증가를 막는다고? 아니 강남, 서울 아니면 그 대체재라도 찾아야 하는 이유들이 버젓이 남아 있는데, 물량은 내 주지도 않으면서 사는 것만 틀어막으면 어쩌라고? 이건 그냥 괴롭히고 약올리는 것 밖에 안된다. 


뭐, 그냥 내 생각이다. 이게 뭐 옳겠나?  그냥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난 절대 위례, 일산 등에 집이고 땅이고 가진 거 없다. 그리고 이미 강남에 똘똘한 한채 가지고 있고, 이 정부 덕분에 3년만에 재산이 10억 가까이 늘었다. 어차피 팔지 않고 무너질 때 까지 계속 살 생각이니 오르거나 내리거나 상관 없는 일이긴 하다.  부디 제대로 된 정책을 써서 그 10억 도로 다 내려 앉고, 추가로 몇억 더 내려갔으면 좋겠다. 진심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하 이게 그 분의 발굴이었나 보다. 이런.

 

내년에 시행되는 3기 신도시 사전 청약 물량을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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