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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교사 Sep 24. 2020

원격과 등교를 넘나드는 수업 설계(1)

하루하루가 살얼음 판인 나날이다. 


꾸역꾸역 등교는 하고 있지만 언제 전면 원격수업으로 바뀔지, 또 원격수업을 하다 언제 전면  등교로 바뀔지 알 수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등교 수업을 하더라도 온전한 형태의 교실수업은 어렵다는 것이다.


80년대 학교의 기억에서 고착된 아재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게 뭐가 다르냐 교실에서 설명하는 수업을 영상으로 찍거나 송출하면 원격 아니나 이렇게 생각할테니 말이다. 하지만 요즘 교사들에게 교실수업이란 다양한 모둠활동과 활발한 학생간 상호작용을 뜻한다. 인강의 실제 버전 수준이 아닌 것이다.


1학기때는 일정상의 다급함, 그리고 불확실성 때문에 많은 교사들이 학기 전체의 수업 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못했다.  딱 일주일 시간주고 느닷없이 온라인 개학을 한데다가 온라인 수업 정착되기도 전인 2주만에 언제라도 곧 등교수업을 할 것 처럼 계속 연기를 피우더니, 다시 2주 단위로 온라인 수업 기간을 연장하는 교육부의 하루살이 정책 때문에, 등교수업, 온라인 수업  어느것에도 집중할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마냥 교육부탓만 할 수 없다. 이제는  오락가락하는 일정 자체를 하나의 상수로 놓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조변석개하더라도 바로바로 수업이 가능하도록 학기 단위수업을 설계해야 한다. 코로나라는 재난에 교육부, 교육청의 변덕스러운 일정이라는 재난을 하나 더 집어 넣는 셈이다. 교육부, 교육청이 도움은 커녕 방해만 되지만, 어쨌든 그 방해 자체가 하나의 조건인 것이고 악조건 하이서도 교육은 계속되어야 한다.


그래서 언제든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손바닥처럼 뒤집힌다는 조건하에 몇가지 원칙을 정하고 여기에 따라 한 학기의 수업을 설계했다.

  

첫번째 원칙. 모든 수업은 온라인을 기준으로 한다.

교실 수업을 전제로 설계된 수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복잡하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훨씬 쉽다. 따라서 언제든 뒤바뀔수 있는 조건이라면 한 학기의 수업을 모두 온라인으로 실시한다는 전제조건을 깔고 설계해야 한다. 한 학기 분량의 수업을 모두 사전제작 동영상으로 찍어 놓는다거나 하라는 것은 아니다(나는 그렇게 했지만). 다만 원격에서도   있는 활동과 교수방법으로  학기 수업을 설계해 놓아야 한다는 이다.


두번째 원칙. 모든 수업을 강의나 설명으로 채우지 않는다.

온라인 수업은 자칫 강의나 설명으로만 진행하기 쉽다. 나도 1학기때는 그렇게 채워 넣었다. 게다가 어쩌다 잠깐 등교하는 날에는 각종 논술, 서술 평가 하기 바빠서 뭔가 수업 같은 것을 진행할 수도 없었다. 결국 학생들은 한학기 내내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영상만 봐야 했다.

실시간 화상수업이란  역시 대개는 설명하는 수업이 되기 쉽다. 런 식이면 학생들은 하루에 대 여섯 시간씩 디지털 화면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래서는 안된다. 한시간 수업이 45분이라면 15 이상 모니터를 보지 않도록 해야 한다. 15분 정도 자료영상을 보고(혹은 실시간 화상을 보고), 15분 정도는 스스로 무엇인가를 찾아보고, 15분 정도는 글을 쓰거나 무엇을 만드는 활동을 하도록 해야 한다. 일부 몰지각한 학부모나 교육감 교육관료가 학습 콘텐츠가 기껏 10분 짜리 동영상이라며 헛소리를 하더라도 말이다.


세번째 원칙. 협력활동은 절대 포기할 수 없다.

학생들이 각자 자기 집에  뿔뿔이 흩어져 있는 상황이라도 협력활동을 시켜야 한다. 원격 화상회의 도구는 교사가 설명하는 도구가 아니라 학생들이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협력하는 도구로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

교실에 등교하더라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한 상태로 분리된 좌석에 앉아 있어야 하기 때문에 조건이 같다. 교실 안에서도 역시 온라인 도구를 이용하여 협력활동을 해야 한다. 방법은 뒤져보면 있을 것이다.

어떻게든 학습이 고립된 경험이 되도록 해서는 안된다. 학습의 과정이 사회적 상호작용의 과정이 되도록 해야 한다. 지금 온라인 상황에서 제일 큰 문제는 실시간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고립의 경험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원칙, 퍼포먼스에 대한 기대를 낮춘다.  

원격수업은 아무리 애를 써도  교실에 모여 정상적인 상호작용을 해 가면서 이루어지는 수업과는 비교가 안된다. 반면 원격수업으로 각종 협력학습을 진행하려면 교사가 준비해야 할 것도 훨씬 많고, 힘도 훨씬 더 많이 든다. 노력은  많이 는데 결과는  열악하니  실망감은 이루 말할수 없다. 더구나 과정보다 결과에 집착하는 한국 문화는 교사의 노고를 위로하기 보다는 결과를 질타하기 바쁘다.

하지만 그걸 일단 전제조건으로 깔아야 한다. 뿔뿔이 흩어진 상태에서 무엇인가를 함께 해낸다는 경험 자체가 큰 교육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들은 각종 원격 수업 도구들을 빠르게 익혀나갈 것이며, 등교수업과의 격차를 줄여 나갈 것이다.


일단 이 정도의 원칙을 세워 놓고 2학기 수업을 설계하기로 했다.

(계속: 절단신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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