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열정에 대하여 (1)
한국 직업능력 개발원에서 발표한 보고서 하나가 파문을 일으켰다. 사실 보고서의 자료 자체는 나쁘지 않고, 꽤 많은 의의가 있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교사와 다른 일반 직종간의 직무수행 태도를 비교한 것으로, 교사가 다른 일반 직종보다 직무수행 태도가 더 높은것으로 나타났음을 보여준다. 이 직무수행 태도는 직무윤리와 직무태도를 말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직무수행 태도를 구성하는 12개의 지표를 해석한 문장에서 비롯되었다. 보고서에서는 교사가 다른 일반 취업자보다 직무수행 태도가 우수하다고 평가하면서, 규정준수와 친철이 가장 높고 열정과 유쾌함이 가장 낮은 결과를 “고용이 안정되어 있고 반복적 직무를 수행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한 것이다. 아무런 실증적 이론적 근거가 없는 자의적인 해석이다.
더 큰 문제는 각 언론에서 이러한 결과를 보도한 타이틀(그들 은어로 야마)다. “교사 직무수행 태도 다른 직종보다 높아” 이게 보고서의 실제 결론이건만, 굳이 “교사 규정은 잘 지키지만 열정이 부족해” 이렇게 타이틀을 붙이고 보도한 것이다.
이렇게 되는 순간 대한민국 교사는 직무수행 태도가 우수한 전문직에서 졸지에 규정만 따지는 복지부동 공무원이 되어 버린다. 교사가 다른 직종보다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이 규정 준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친절, 신뢰성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넘치는 규정준수와 부족한 열정에만 방점을 찍은 것이다.
이렇게 비유할 수 있다. 갑분이라는 학생이 있다. 이 학생의 성적표를 열어 봤더니 12과목 중에 10과목이 90점 이상이고 특히 그 중에서 수학이 100점이다. 하지만 체육은 75점으로 다른 과목보다 부족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평균을 내면 92점으로 우수한 성취도롤 기록했다.
그러면 그냥 갑분이는 공부 잘하는 아이다. 그런데 굳이 “잘했구나.”라는 말 대신 콕 집어서 “아니, 체육이 이게 뭐야?”라고 지적할 이유가 있을까? 오히려 다른 과목들은 다 잘하는 훌륭한 학생이 왜유독 체육만 못하는지 그 원인을 찾아보고 걸림돌을 치워주는게 올바른 조치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교사가 다른 직종에 비해 직무수행 태도가 훌륭하다면 일단 이것을 인정하고 칭찬 한 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정과 유쾌함 부분이 낮은 이유를 따지는 게 바른 순서다.. 세상 그 어느 전문직도 저 지표 12개를 모두 만족 시켜야 하는 직종은 없다. 그런 직종은 하나 밖에 없다. ‘신’ .
12개 중 어떤 부분이 강조되면 다른 부분은 어느 정도 희생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열정이라고 하는 것이 교직에 어느 정도로 중요한 지, 이것이 규정준수, 신뢰, 친절함 같은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인지부터 따져 볼 필요가 있다. 물론 그 모든 것에 앞서 여기서 말하는 ‘열정’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더 면밀히 따져 보아야 하고.
나는 개인적으로 열정이라는 것이 있으면 좋긴 하겠지만,중요하다고 보지는 않는다. 사람의 능력은 유한하다. 특정한 영역을 취하고 덜 중요한 영역은 버려야 한다. 그리고 우선순위를 부여한다면 교사에게 열정의 우선 순위는 12개 지표 중 뒷 순위에 해당된다.
물론 나는 사람들이 다 인정하듯 매우 열정적인 사람이다. 하지만 이는 내가 교사 이외에도 많은 다른 정체성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그야말로 오직 교사로만 평생을 살아야 한다면 절대 열정을 앞세우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나의 열정은 교사로서의 직무수행에 방해가 되기도 했고, 동료교사들에게 민폐가 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과정은 다 생략하고 대뜸 “열정이 앖는 까닭은 고용이 안정되어 있어”라고 방점을 찍는, 한 마디로 “철밥통론”을 들먹이는 것은 전혀 전문 연구자 답지 않은 해석이다. 직무에서 열정이란 자기 직무에 대한 헌신성, 가치부여 같은 것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니 오히려 철밥통이 될수록 자기 직무에 대해 더 헌신할 유인이 생긴다.
만약 철밥통을 열정을 식히는 원인으로 주장한다면 편의점 알바가 과연 그 일에 엄청난 열정을 가지고 있는지, 또 어째서 다른 카페 직원들에 피해 유독 스타벅스나 커피빈 직원들이 더 열정적인 모습으로 일하는지 그 이유를 살펴볼 것을 권한다. 여기에 더해 반복적인 직무를 수행한다라고 말한 것은 해석이 아니라 연구자가 자신의 선입견을 밝인것에 불과하다. 즉 교사를 전문직이 아니라 단순노동자로 보고 싶어하는 선입견 말이다. 하지만 교직 경험까지도 필요 없고 딱 한 달 교생 실습만 나와봐도 안다. 학교에 반복적인 일이란 없다는 것을.
따라서 저 두 해석은 모두 틀렸다. 틀린 해석을 근거없이 쓴 연구자나 그 틀린 해석을 근거로 오직 “교사 깔 일” 생긴 것에만 흥분하여 멋대로 타이틀을 잡는 언론사야말로 직무수행태도가 바닥이며 열정도 없다는 소리를 들어 마땅하다.
이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지점은 저렇게 직무수행태도가 우수한 교사들이 왜 유독 열정과 유쾌함만 가라앉아 있는지 그 진짜 원인을 찾아보는 것이다.
사실 직관적으로는 이미 답이 나와 있는 문제이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