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 유저가 줄어든 탓일까, 아니면 나의 힘이 쇠약해진 탓일까? 1-2년 전만 해도 썼다 하면 별거 아닌 글에도 좋아요 500-1000은 쉽게 찍던 내 포스팅이 요즘은 100 찍는 것도 감지덕지 할 정도로 짜그라 들었다.
자업 자득이다.
그토록 차단을 찍어 대며 사방 팔방에 적을 만들었으니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나는 차단의 칼날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유는 따로 없다. 내맘이다.
나에게 페이스북 담벼락은 그야말로 내 집 담벼락이다. 누구라도 자기 담벼락이 듣기 싫은 말로 낙서가 되어 있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내 담벼락에 자꾸 듣기 싫은 말을 남기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 집에 오지 마" 하는 것은 내 자유다. 나에게 차단이란 그런 의미다. 그래서 나는 한 마디로 "꼴 보기 싫거나", "자꾸 피곤하게 굴면" 바로 차단했다. 그 밖에 조롱조나 무례한 표현을 사용하여 댓글을 달아도 차단했다.
혹자는 그러는 나 더러 소통하지 않는다며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무슨 정치인이나 사업가도 아니고, 내 페북이 그런 홍보 매체도 아닌데 왜 소통해야 한단 말인가? 자기들이 나한테 돈 내고 내 페북 보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연예인을 '공인'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해 못하겠는데, 겨우 책 몇권 팔았다고 눈과 귀를 활짝 열고 듣기 싫은 소리도 받아주어야 할 이유 따위는 없다. 그냥 내 마음대로 하는 거지.
하지만 게 중에는 내 담벼락을 더럽히기도 전에 선제적으로 의도적으로 차단한 경우들도 있다. 말하자면 일종의 타임라인 '방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돌아 보면 나의 페북 방역의 역사는 지난 5년간의 숨가쁜 한국 현대사의 희비극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2015년 까지만 해도 주로 태극기부대류, 어버이연합류, 소위 말하는 수구꼴통류들을 선제적으로 차단했다. 그런 종류의 댓글을 달아도 차단했고, 그런 글이 우연히 뉴스피드에 올라와도 차단했고, 그런 글을 뉴스피드에 올라오게 만든 사람도 차단했다. 우연히 서핑 중에 그런 글을 발견해도 차단했고, 어디선가 그런 종류 사람의 이름을 들으면 검색해서 차단했다. 이렇게 열정적으로 차단한 배경에는 담벼락 방역 뿐 아니라 자기 방어의 목적도 있었다. 내 포스팅을 캡쳐해서 "교사가 정치 편향적인 글을 쓴다." 따위의 민원을 올리는 사례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2015년 정도 되자 소위 수구꼴통류들은 거의 다 차단 되었고, 나의 담벼락은 매우 위생적이 되었다. 그런데 2015년부터 또 다른 종류의 오염원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런 말 하기는 매우 미안하지만 전교조의 일부 과격 정파 활동가들 혹은 그들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었다. 당시 나는 '실천교육교사모임'이라는 교원단체 결성에 참여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무렵 전교조 지도부를 이루고 있던 급진계열 정파는 이를 일종의 '소부르주아 세력의 노조파괴행위' 정도로 인식한 모양이었다.
그 전에는 무시하고 있었던 모양인데, 회원수 500명이 넘어가면서 부터는 실질적인 위협으로 간주한듯했다. 그 시기를 계기로 실천교사 모임을 주도하는 활동가들에게 문자 폭탄을 보낸다거나, 내부에서 이간질을 한다거나 하는 등의 패악질이 늘어났다.
나는 물론 이 모임 결성을 주도하는 활동가들도 사실 대부분 전교조 조합원들이었고, 굳이 기존 조직 파괴, 분열범이라는 누명을 써야 한다면 전교조 파괴공작 보다는 교총 파괴공작이 더 실제에 가까웠지만, 막무가내였다. 특히 페북이나 페북 그룹에서 주고 받은 대화내용을 캡쳐해서 조리돌리면서 수구보수반동으로 몰아가는 '공작'(?)이 반복되었고, 저격글도 올라왔다. 저격글을 올린 사람들 중에는 나에 대해 알지 못하면서 전해들은 이야기만으로 분격한 경우도 있었다. (사실 내가 알기 쉬운 사람은 아니다)
그래서 전교조 급진그룹과 관련이 있어보이는 페친들을 대거 정리했다. 내 글이 악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아예 차단했고, 그들이 내 글을 간접적으로라도 전해 받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그들과 친분이 있는 분들도 선제적으로 차단했다. 방역은 원래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하는 법이니까. 이 과정에서 억울하게 차단당한 분들도 있겠지만, 어쩔수 없었다. 적의 친구는 적이니까. 그 분들의 배신감 보다는 나의 정신적 평화가 더 중요하니까.
2017년 이후에는 엉뚱하게도 친문들이 주로 차단대상이 되었다. 사실 2017년 대선 이전까지는 친문들과 SNS상에서 사이가 좋은 편이었다. 적어도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고 하니문 기간 까지는. 아마도 평창올림픽 까지가 하니문 기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원칙도 기준도 없는 반기업 정책(거의 정서적인 수준)이 나오는가 하면, 지난 10년간의 교육혁신 노력을 조롱하며 자신의 교육 공약마저 부정하는 교육퇴행정책(수능정시 확대), 그리고 모엇보다도 이런 퇴행의 원인을 "공교육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높아서"라며 도리어 교사들에게 삿대질 하는 모습에 환멸을 느끼고 사실상 지지를 철회했다.
당시 나 뿐 아니라 많은 지식계층들이 지지를 철회했는데, 그럴때 마다 친문들의 패거리 짓는 행패가 이어졌다. 그들은 댓글로 끈질기게 싸움을 걸기도 하고, 캡쳐를 따서 조리를 돌리기도 했다. 당연히 대꾸하지 않고 차단했고, 조리돌림이 확인되면 이 역시 차단했다. 당연한 거 아닌가?
2019년에는 무분별한 반일몰이, 토착왜구몰이가 주요 차단 원천이었다. 그들에게 파시즘의 광기가 느껴져서 견딜수 없었다. 기왕 그렇게 하는 김에 이덕일, 전우용 류의 유사역사학에 동조하는 사람들도 면식이 있건 없건 선제적으로 차단했다. 이 역시 방역의 일환이다. 그들의 광기어린 모습이 타임라인에 올라오는 것이 피곤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이런 글을 왜 쓰고 있는지 까닭을 모르겠다. 그냥 여기까지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