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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교사 Nov 22. 2020

생각과 글, 글과 생각

글을 쓰고 싶은 당신에게 (2)

(배경 그림은 본문 내용과 아무 관계 없습니다)


 

지난 번에 글을 잘 쓰고 싶으면 먼저 생각을 잘 하라는 어쩌면 하나마나한 훈계성 글을 올렸다. 


https://brunch.co.kr/@hagi814/90

하나마나하게 들리는 까닭은 그런데로 좋은 말이긴 하지만 당장 키보드 앞에만 앉으면 눈 앞이 캄캄해 지는 사람에게 직접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아마 당장 이런 질문이 튀어나올 것이다.

그럼, 생각은 대체 어떻게 하냐고요? 생각이 안 나니까 글을 못 쓰는거 아닌가요?


이 말도 맞다. 글 쓰기에 고통을 겪는 분들은 대부분 생각 단계에서 막힌다. 머리 속에 떠오르는 게 없으니 글이 안 나온다. 그렇다고 평소 머리 속이 텅 비어 있는 주제에 무슨 글을 쓰려 하느냐고 꾸짖자고 하는 말이 아니다. 평소에는 생각이 머리 속에 가득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막상 글을 써야겠다 하고 마음 먹는 순간 생각이 뿔뿔이 흩어져 달아나 버리는 것이다. 어디 그 뿐일까? . “글”이라는 단어가 무슨 저주라도 되는양 그 생각을 하는 순간 아예 생각 자체가 멈춰버리는 기막힌 경험을 말하는 것이다.


참 이상한 일이다.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 아닌가?  실제 우리는 평소에 늘 무엇인가 생각하지 않는가? 이름 높은 선사들이 이구동성 하는 말이 “마음을 비우라”다. 마음은 생각으로 차 있다. 마음을 비우라는 말은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것인데, 그만큼 생각 하는 것보다 생각 안하는 게 어렵다는 말이다. 생각 멈추는게 얼마나 어렵냐 하면 다른 모든 신체가 완전히 멈춰버리는 잠자는 시간에도 우리 뇌는 꿈을 꾼다. 꿈이라는 것 역시 결국 생각 아닌가? 그런데도 그걸 한 두 모금 길어다 글로 옮기려고만 하면 싹 사라져 버린다. 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생각이 많을 뿐, 생각을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생각이 있다와 생각을 한다는 전혀 다른 뜻이다.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의 주인임을 믿는다. 몸과 마음 모두 자신이 주인이라고 믿는다. 아니 내 몸, 내 마음인데 그럼 내 것이지 뭐냐고 반문할 정도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우리는 얼마나 자기 자신의 주인인가? 의외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된다. 우선 몸을 충분히  뜻대로 다루지 못한다. 심지어 움직이고 멈추는 것도 마음대로 하지 않는다. 사실 우리 몸은 잠시도 멈추지 않는다.  가만 있다고 여기는 순간에도 근육은 이쪽이든 저쪽이든 긴장된 상태로 있다.  같은 자세로 움직이지 않고 오래 있으면 오히려 근육통이 오거나 뭉치는 이유다. 아무리 가만 있는 것 처럼 보여도 근육이 힘써 멈춤 상태로 지탱하고 있는 것이다. 멈추는 것도 마음대로 안 될 뿐 아니라 움직이는 것도 마음대로 안된다.  우리가 원하는 동작이  그 순간에  바로바로 나오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금새 지치기까지 한다. 그럴 때 마다 우리는 저질체력을 한탄하며 “평소의 운동 부족”을 후회한다. 


"평소의 운동" 여기에 열쇠가 있다. 아니 가만 있는 것이 불가능한 사람의 몸인데 평소 운동이란 대체 무슨 뜻일까? 늘 운동 상태로 있는 것 아니었나? 여기서 말하는 평소의 운동은 다만 움직이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목적과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특정한 목적과 의도를 가지고 몸을 사용하는 경험이 계속 누적되는 것, 그게 평소의 운동이다. 그리고 이 경험이 누적되면 그 목적과 의도에 맞는 상황이 오면, 그 평소의 운동 능력이 발휘되는 것이다. 


목적과 의도


생각도 마찬가지다. 우리 뇌는 늘 분주하고, 늘 무엇인가 생각한다. 아무 생각 안하고 있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다. 하지만 "목적과 의도"라는 필터를 끼우면 갑자기 얘기가 달라진다. 우리는 평소 "목적과 의도"를 가진 생각을 얼마나 하는가? 때로는 거의 하지 않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루 종일 수많은 생각들이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가지만, 특별한 목적과 의도를 가지고 특정한 방향을 향해 생각을 집중시키고 몰고가는 경험은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노력을 하려면 그 목적과 의도를 정당화할 이유, 즉 동기가 있어야 한다.


어떤 동기에 의해 힘을 얻고, 여기 때라 뚜렷한 목적과 의도를 가지고 하는 생각, 이것을 앞으로 사유라고 부르겠다. 그리고 그런 방향성 없이 머리속을 스쳐지나가는 생각, 이것을 상념이라고 부르겠다. 특별히 노력하지 않는한 늘 바쁜 우리 두뇌는 사유가 아니라 상념으로 분주하다. 그리고 상념은 마치 알콜처럼 휘발성이 강하여 스쳐 지나가면 아무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이제, 글을 쓰기 위한 첫 관문이 분명해졌다. 그것은 상념으로 바쁜 두뇌를 목적과 의도에 따라 정렬하는 것이다. 이때부터 두뇌는 사유의 도구, 사고 기관이 된다. 글이라는 것은 바로 그 결과를 문자라는 매체에 실어 담아 두는 것에 불과하다. 


물론 사유 없이 상념을 글로 옮길 수도 있다. 그럼 그 글은 그저 수다 같은 것이 된다. 가령 트위터에 올라오는 글자들 중에 '글'이라 부를 만한 것이 얼마나 되는가? 그것들은 대부분 문자화된 상념들이다. 하지만 이 상념들을 수집하고 분석하여 그 속에서 무엇인가를 설명하려 한다면? 이때부터 그 상념의 기록들은 목적과 의도에 따라 정렬될 것이며, 그 결과물은 글이 될 것이다.


사유하라. 목적과 의도에 따라 생각하라. 그 경험이 쌓이고 쌓이면 글은 저절로 넘쳐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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