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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고 Apr 15. 2018

05. 노래의 영부인, 스캣의 귀재

Ella Fitzgerald, 『The Lady Is A Tramp』

이해를 편하게 하기 위해 곡 명은 『』

앨범 명은 < >로 표시하도록 하겠습니다.


예전에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좋아하는 재즈 싱어가 누구냐는 질문을 받았었는데,

당시 친구들의 대부분이 '노라 존스'를 이야기했다. 물론 나도 노라 존스를 무척 좋아한다. 아직도  『Don't know why』를 들을 때면 나른한 일요일 오후가 생각나서 기분이 좋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혼자 '엘라 피츠제럴드하고 빌리 홀리데이 중 누구를 골라야 하려나...' 하고 고민하고 있었다. 대답을 어떻게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고민만 하다가 넘어간 것 같다.


지금 물어본다면, 그때 하고는 다르게 사라 본 까지 추가해서 고민하는 데에 더 긴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이 셋은 그만큼 재즈 싱어에 있어서는 교과서보다 교과서 같은 사람들이었으니까.


(왼쪽부터) Ella Fitzgerald(엘라 피츠제럴드), Sarah Vaughan(사라 본), Billie Holiday(빌리 홀리데이)


셋은 비슷한 시기에 태어났다. 엘라와 빌리는 각각 1917년, 1915년에 태어났고, 사라는 그보다 조금 더 늦은 1924년에 태어났다. 하지만 왕성히 활동을 했던 시기는 셋 다 비슷하니 그들이 있었던 20세기는 축복받았다고 해야 마땅한 것 같다.


셋 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가수지만, 오늘은 이들 중 'The first lady of song(노래의 영부인)'이라고 불리는 엘라 피츠제럴드의 노래를 추천해 주려고 한다. 


The First Lady of Song


재즈싱어는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춤을 추는 클럽들이 과세의 대상이 되면서부터 각광받기 시작했다. 전쟁으로 많은 연주자들이 전쟁터로 나갔고, 춤도 추지 못해 자연스럽게 싱어들이 활동할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된 것이다.


엘라 피츠제럴드는 살면서 총 13번, 사후까지 포함하면 총 14번그래미 상을 수상하고, 1996년 사망하기까지 60년 동안 재즈 싱어 최고의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1934년, 17살의 나이에 아마추어 콘테스트에서 우승했다. 이때 엘라를 눈여겨봐 둔 드러머 칙 웹이 그녀를 밴드의 전속 가수로 데뷔시키면서 그녀의 커리어가 시작되었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재능은 사람들의 입소문을 빠르게 탔고, 94년 은퇴를 하기 전까지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었다.



그녀의 첫 히트 곡은 칙 웹 밴드에서 직접 작사 작곡한『A-Tisket A-Tasket』이라는 곡으로

미국 20세기 명곡들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https://youtu.be/1bgFkeDLpSI

Ella Fitzgerald -『A-Tisket A-Tasket』

노래만 넣을까 하다가 뮤직비디오가 있는 것은 처음 알았다.

당시에는 실황도 녹화본이 있다고 하면 굉장한 사람이었을 텐데, 인종 차별이 심했던 시절, 뮤직비디오가 있을 정도면 그녀의 위상이 어디까지 솟아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음악에 있어서 그녀의 전성기는 프로듀서인 Norman Granz(노먼 그랜츠)를 만나면서 더욱 활기를 띠게 된다. 노먼 그랜츠는 엘라의 재능을 일찍 알아차리고 수년간 설득하여 그녀의 매니저가 된다. 당시 노먼은 흑인 차별 장소에서의 공연을 거부한 재즈 프로듀서로, 백인임에도 흑인 재즈 뮤지션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다고 한다.


이 중에 노먼 그랜츠의 회사인 Verve 레이블에서 발매한 <Song Book> 시리즈 8장은, 작곡가 별로 재즈를 집대성한 명반으로 1995년 그래미 어워즈 최우수 역사적 레코딩상을 수상했다.


이 외에도 그녀는 루이 암스트롱, 조지 거쉰, 콜 포터, 듀크 엘링턴, 어빙 벌린과 같은 뮤지션들과 같이 수많은 레코딩을 남긴다.




스캣의 귀재



그녀를 뜻하는 수많은 수식어들 중에는 스캣의 귀재라는 말도 따라붙는데, 이는 비밥 시대의 유명 뮤지션 디지 길레스피와 같이 활동하면서 비밥의 트렌드에 맞추기 위해 시작했다고 한다.


스캣(Scat)이란?
노래 선율에 아무 말 대잔치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가사 대신 "두왑 두르르닷다 다랏디리도로다라" 등 아무 뜻도 없는 소리를 내며 노래하는 창법인데, 이의 시초는 1926년 루이 암스트롱이 『Heebie Jeebies』라는 곡을 녹음할 때 트럼펫을 떨어트려서 즉흥적으로 트럼펫 소리를 흉내 내면서 부른 것이 시초로 알려져 있다. Bob-Singing(밥 싱잉) 이라고도 한다.


https://youtu.be/qUyLdaCftNQ

Ella Fitzgerald & Duke Ellington - 『It Don't Mean a Thing (If It Ain't Got That Swing)』


젊은 시절 엘라듀크 엘링턴이 함께한 곡으로 신나는 스윙에 멋진 스캣까지 곁들여진 곡이다. 한 번 들으면 빠져나올 수 없는 곡중 하나다.


하지만 참 아이러니하게도 젊은 시절의 엘라는 모르지만 나이 든 엘라가 멜 토메와 즉흥 스캣 퍼포먼스를 한 것을 본 사람들은 많을 것이다. 


https://youtu.be/bX4-4rLJsnQ

Ella Fitzgerald & Mel Torme - What's Jazz? (Scat Singing)

한때, SNS에서 '이게 바로 재즈입니다!' 라는 제목으로 올라왔던 이 영상은 엘라 피츠제럴드멜 토메1976년 그래미 어워즈에서 들려준 노래로, 멜 토메"엘라, 사람들이 재즈가 뭐냐고 물어보면 어떻게 설명할 거예요?"라는 물음에서 시작해 둘의 엄청난 스캣을 보여준다.


보는 사람들이 넋을 놓고 박수로 박자를 맞추는 장면이 마치 나를 보는 느낌이라 매번 소름이 돋는 영상이다.


The Lady Is A Tramp


아무튼 엘라의 소개는 이 정도로 하고, 내가 오늘 추천해주고 싶은 곡은 『The Lady Is A Tramp』이다.

Tramp의 해석에는 부랑자라는 뜻도 있고, 조금 거친 말로는 매춘부, 잡년이라는 뜻도 있다. 어떤 뜻으로 해석되어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노래의 경쾌하고 흥이 돋는 느낌으로 보자면 "말괄량이"로 해석해도 무방할 것 같은 게 나의 생각이다. 물론 정확한 뜻으로 해석해야겠지만, 영상에서 그녀가 환하게 웃으며 부르는 모습에서는 '매춘부, 잡년'같은 이미지는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https://youtu.be/TQkIccS-W4U

Ella Fitzgerald - 『The Lady Is A Tramp』


1937년도 녹음된 곡으로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앨범에 수록되어 있는 곡이다.

개인적으로는 혼자서 부른 노래도 좋지만 이 곡의 묘미는 듀엣으로 남성 보컬과 함께 주고받는 대화를 하듯이 부르는 게 제일 재미있는 것 같다. 


아래의 영상을 보면 그 묘미를 느낄 수 있다. Frank SinatraElla Fitzgerald가 같이 부른 이 곡은, 한 편의 뮤지컬 영화를 보듯 너무 즐겁게 노래 부르는 두 남녀를 볼 수 있다.


https://youtu.be/xafBWOxqssg

Frank Sinatra & Ella Fitzgerald - 『The Lady Is A Tramp』


재즈 싱어에 있어서 빼놓고 말할 수 없는 사람 중 한 사람이 된 엘라 피츠제럴드, 그녀는 자신의 재능은 하늘이 준 선물로 여기면서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겸손하게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그녀가 즐겁게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볼 때마다 그것이 느껴지는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고 웃게 된다. 


Ella Fitzgerald - <Ella Gold>, 그녀의 베스트 컴필레이션 앨범으로 2LP 총 28곡으로 구성되어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04. 너무 쿨(Cool)한 그의 피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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