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고 Apr 11. 2018

04. 너무 쿨(Cool)한 그의 피아노.

Bill Evans Trio, <Portrait in Jazz>

이해를 편하게 하기 위해 곡 명은 『』

앨범 명은 < >로 표시하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1950년대 재즈를 무척 좋아한다. 당시 다소 난해하고 어려웠던 비밥에서 모던 재즈로의 그 흐름이 이동하고 있었던 탓에, 여러 갈래의 재즈들이 태동했고 그 장르들의 탄생은 재즈 100년 사에서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연주자들을 배출해 낸, 말 그대로 황금의 시대였다. 당시의 유명한 연주자들로는 마일즈 데이비스, 빌 에반스, 쳇 베이커, 바로 전 글에서 이야기 한 아트 블래키, 존 콜트레인, 『Take Five』로 유명한 데이브 브루벡, 호레이스 실버 등 이름만 말하면 다 알 수 있는(혹은 그들의 대표곡을 들으면 바로 '아! 이 노래!' 할 수 있는) 연주자들이 가득했던 시대이기도 하다. 그래서 아주 터무니없는 생각으로 당시에 재즈 클럽에서 연주하던 연주자들에게 "나랑 레코딩 좀 하자" 하면 전부 명반이 되었을 것만 같은, 그런 착각도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황금시대인 것이다.


나는 재즈를 처음 접하는 친구들에게 스윙 재즈 아니면 쿨 재즈를 주로 추천하는 편이다. 이는 내가 재즈에 대해 잘 알지 못했을 때도, 분위기가 전혀 다른 스윙과 쿨, 양 쪽 모두 재즈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둘이 전혀 다른 분위기를 가졌음에도 재즈라는 것은 느낌으로도 알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재즈 내에 존재하는 수많은 장르들과 더욱 빨리 친해질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친구들에게 "재즈는 열정적이고 신나는 것만 재즈라고 하는 것이 아니야! 수많은 종류들이 있으니 골라 봐!"라고 하고 말하고 싶었다.


그래서 친구들이 한 번에 듣고 아! 하고 알 수 있는 곡들로 추천을 많이 해 주는데, 스윙으로는 "Duke Ellington(듀크 엘링턴)"의 『Take the A Train』이나  "Benny Goodman(베니 굿맨)"『Sing, Sing, Sing을 입문곡으로 추천해 주고는 한다.


https://youtu.be/cb2w2m1JmCY

Duke Ellington - 『Take the A Train』, 당시 A Train은 뉴욕의 흑인 할렘가로 향하는 지하철을 뜻했다.


https://youtu.be/r2S1I_ien6A

Benny Goodman - 『Sing, Sing, Sing』우리나라에서는 에어컨 CF에 등장해 재즈를 모르는 사람도 이 곡은 알게되었다.


그다음 쿨 재즈를 추천해 줄 때는 절대로 빠질 수 없는 "Miles Davis(마일즈 데이비스)" - 『So What』이나 『Blue In Green』, 그리고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빌 에반스 4대 명반 중 하나인 <Portrait in Jazz>이다.


https://youtu.be/zqNTltOGh5c

Miles Davis - 『So What』

https://youtu.be/pz_eGZ8U5kY

Miles Davis - 『Blue in Green』


재즈 피아니스트에 대해 이야기하려니 생각나는데, 어렸을 적에 피아노를 배우다가 악보를 보는 게 너무 어려워서 그만두었던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하면 땅을 치고 싶을 정도로 후회가 되지만 당시 놀이터에서 뛰어노는걸 더 좋아했던 나에게 음악이란 너무 정적이고 어려운 악보를 보면서 똑같은 연습을 반복해야 하는 지루한 장르에 불과했다. 물론 당시 음악학원에서 체르니나 바흐 같은 전형적인 클래식을 가르친 것도 한 몫했다. 지금은 재즈는 물론 클래식도 좋아한다. 오히려 다시 배우라고 한다면 열심히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다.


빌 에반스를 처음 알게 된 것은 『Someday My Prince Will Come』이라는 곡을 들으면서였다. 굉장히 유명한 곡으로 이야기할 부분이 많아서 이는 이 앨범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언급하도록 하겠다.



솔직히 이 외모는 너무 멋있다. 동시대에 재즈계의 제임스 딘이라고 불리우던 쳇 베이커와 비교해도 꿇리지 않는 것 같다.

빌 에반스, 뒤로 깔끔하게 넘긴 머리날렵하면서도 앳된 얼굴, 피아노 앞에서 멋지게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트레이드 마크처럼 굳어진 그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쿨 재즈를 완벽하게 보여주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물론 쿨 재즈라는 장르는 마일즈 데이비스가 만들어 내었고, 또 이끌었다는 이야기가 지배적이지만, 쿨 재즈가 백인 재즈라는 말이 붙었듯 그 면모를 보여주는 빌 에반스의 차분하고 섬세한 연주는 충분히 쿨 재즈를 대표하는 연주자로서의 자격이 충분하다는 것을 입증해준다.


마일즈 데이비스의 역작이자, 재즈 사상 불후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Kind of Blue>Miles Davis(마일즈 데이비스)를 포함해 Bill Evans(빌 에반스), John Coltrane(존 콜트레인), Cannonball Adderly(캐논볼 애덜리), Jimmy Cobb(지미 콥), Wynton Kelly(윈튼 켈리)Paul Chambers(폴 챔버스) 같은 당시에도 실력을 인정받고 있던 연주자들과 함께 이루어졌다. (이게 내가 1950년대가 황금시대라고 말하는 이유 중에 하나이다. 대단한 사람들이 한 시대에 다 모여있었다.) 이런 명반에 빌 에반스의 역할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왜냐하면 빌 에반스가 마일즈 데이비스보다 음의 스케일을 재즈에 응용하는 면에서 뛰어난 감각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왼쪽부터 John Coltrane, Cannonball Adderly, Miles Davis, Bill Evans, <Kind of Blue>를 레코딩 할 때.


하지만 이 명반에 대해서는 추후에 더 자세하게 파고들어 보기로 하고, 나는 빌 에반스가 마일즈 데이비스와 함께 9개월간의 활동을 한 후 자신의 이름을 걸고 만든 '빌 에반스 트리오'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 싶다.


왼쪽부터 Scott Lafaro, Bill Evans, Paul Motian.


빌 에반스 트리오역대 피아노 트리오 중에서도 최고로 칭송받는 밴드 중 하나이다. 이때의 빌 에반스는 베이스의 "Scott Lafaro(스콧 라파로)"와 드럼의 "Paul Motian(폴 모션)"과 함께 혁신적인 협주 방식을 제시했는데, 이것이 저번 글에 이야기했던 Interplay 방식이다. 비록 그들보다 앞서서 이를 시도한 연주자들(비밥 시대의 케니 클락이나 맥스 로치)은 있었지만 빌 에반스 트리오가 이를 더 많은 연주자들이 따라 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해 준 것이다.


<쿨 재즈와 동시대를 살았던 장르 하드 밥(Hard Bop)에 대해 궁금하다면?>

https://brunch.co.kr/@musicgiraffe/8 


빌 에반스 트리오는 그 후 첫 번째 스튜디오 레코딩으로 1959년 <Portrait in Jazz>를 발표한다. 빌 에반스의 모든 작품들 중에서 내가 가장 애지중지하는 앨범으로 수록곡 중 하나인『Autumn Leaves』를 비롯해 모든 곡이 조화로운 인터플레이의 예를 아주 잘 보여주고 있다.


빌 에반스의 피아노와 더불어 스콧 라파로의 베이스는 서로를 존중하면서 연주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고, 매우 신사적이다. 서로의 연주들을 서로가 뒷받침해 주면서도 각 각의 악기들이 저마다 독특한 즉흥 솔로를 가지고 이야기를


폴 모션의 드럼이 두드러지는 곡은 아니지만 난 그의 드럼 또한 정말 어울리는 연주를 한다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 특히 곡의 마지막 부분에 빌 에반스와 맞추며 치는 드럼은 피아노로 드럼을 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너무 깔끔하게 잘 맞아서 뒤끝 없이 깔끔한 느낌이 든다.


https://youtu.be/r-Z8KuwI7Gc

Bill Evans Trio - 『Autumn Leaves』


하지만 나는 이 앨범에서 최고의 곡을 뽑으라고 한다면 두 말 않고 『Someday My Prince Will Come』을 뽑는다. 처음 들었을 때는 이 곡이 디즈니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에 나왔던 곡인 줄도 모르고 신나면서도 차분한 이중성을 지닌 곡으로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곡은 내 생각보다 엄청난 곡이었고, 수많은 연주자들의 리메이크를 거친 명곡 중 하나였다. 물론 나는 여전히 빌 에반스의 것이 나에게 더 맞는다.


https://youtu.be/5Wd--YgSCfA

Bill Evans - 『Someday My Prince Will Come 』


특히 3분 15초쯤부터 1분가량 이어지는 스콧 라파로의 베이스그 뒤를 잔잔하게 깔아주는 폴 모션의 드럼은 이 곡의 백미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셋이 다시 만나면서 합쳐지는 부분인 4분 13초 부분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다.



비록 스콧 라파로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그들이 함께한 연주는 4장의 앨범으로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빌 에반스와 함께한 이 4장의 앨범이 리버사이드의 4대 명반으로 영원히 남아,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것이라는 생각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Portrait in Jazz>, <Undercurrent>, <You Must Believe In Spring> 오른쪽의 두 앨범도 굉장히 좋은 노래들이 많다.




매거진의 이전글 03. 재즈, 하드 밥(Hard Bop), 완벽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