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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고 May 01. 2018

07. 그가 영화를 기억하는 방법

라라랜드부터 복수 3부작까지

나는 어렸을 때부터 영화를 좋아하는 형의 영향을 받아 또래들에 비해서 영화를 많이 본 편이다. DVD가 판을 칠 때에도 내 방에는 형이 사다 놓은 비디오 - 당시 비디오 플레이어가 주가 아니었음에도 - 가 많았고, 무엇보다 어려운 영화를 본다는 것 자체가 있어 보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허영심 많고 있어 보이는 게 중요한 시기였으니 부끄럽긴 하지만 이해는 한다. 당시 내가 본 영화들을 기록해 놓은 블로그 글들을 보면 - 다행히 지금은 다 삭제했다. - 어디서 들은 건지도 기억 안나는 어려운 말들을 주워듣고 써 놓은 수준이라 나의 글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하지만 영화를 많이 본 것은 사실이고 지금은 나름의 기준으로 영화를 보고 해석하는 정도까지는 온 것 같다. 제일 좋아하는 것은 영화에서 나오는 상징을 해석하는 일인데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알아냈을 때의 재미는 그냥 영화를 보는 것에 비하면 천지차이이다.


아무튼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나는 영화관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당연하지만 영화관 아르바이트를 할 때의 좋은 점은 영화를 많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당시의 나는 '영화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 썸을 많이 탄다.'라는 말보다는 '내가 원하는 만큼, 무료 영화'라는 말이 더 끌렸다. 그 정도로 영화를 좋아했다. 좋아했던 영화는 영화관에서만 네다섯 번은 본 것 같다. 매니저님들이 '또 이거봐?' 하면서 희한하게 쳐다볼 때면, '좋잖아요' 하고 바보 같은 웃음으로 때우곤 했다. 그렇게 영화관에서만 비긴 어게인은 3번 정도 보고, 라라랜드는 6번은 넘게 보았을 것이다.


당시의 나는 영화를 보는 것만큼 토론하는 것을 좋아했는데, 역시 그 와중에도 제일 좋은 것은 영화를 같이 본 사람들과 밤새도록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었다.


나는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 마감 조에 들어가 있었다. 마감을 하고 나면 집으로 가는 버스는 끊겨있어서 아르바이트하는 사람들과 첫 차가 올 때까지 술을 마시거나 카페에서 최근에 본 영화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신기한 것은 영화를 보는 사람마다 그 느낌과 감상이 다 달랐다는 점이다. 다른 사람이 재밌다고 생각한 영화가 내가 보기에는 재미없는 영화로 느껴질 때도 있었고, 내가 그 영화에 보이는 애정만큼 다른 사람이 관심을 보이지 않을 때도 많았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다른 사람이 재미있다고 하는 영화가 재미없을 때에도 절대로 "그 영화 재미없는데"라는 말은 안 한다. 내가 재미있다고 하는 영화를 다른 사람이 재미없다고 말할 때 느끼는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던 탓이다. 내 취향이 부정당하는 기분은 아무리 생각해도 썩 좋은 종류의 기분은 아니다.


사운드트랙 앨범과 스코어 앨범?


영화를 평가할 때 - 한낱 영화 보는 것만 좋아하는 사람이 무슨 평가를 하겠냐만은 - 중요한 요소로는 스토리, 연출, 배우들의 연기 등이 있겠지만 내가 개인적으로 많은 신경을 쓰는 부분은 영화에 삽입된 노래다.


영화음악을 보면 Original Motion Pictures SoundtrackOriginal Motion Picture Score로 나눌 수 있는데, 전자인 '사운드트랙 앨범'은 우리가 알고 있듯 영화에 수록된 곡들을 담아두는 앨범이고, 뒤의 '스코어 앨범'은 '오로지 영화만을 위해 만들어진 곡'들로 주로 연주곡 위주로 만들어져 있고, 장면 장면으로 들어가는 노래들이 많기 때문에 한 곡당 짧게는 30초, 길게는 몇 분이 들어가는 곡들도 있다. 


영화에 삽입된 노래들이 전부 영화를 위해 만들어진 곡들 뿐이라면, 스코어 앨범이 사운드트랙이 될 수도 있다. 사운드트랙은 넓은 의미에서 스코어 트랙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좌) 라라랜드의 Score 앨범 (우) 라라랜드의 Soundtrack 앨범


라라랜드 앨범을 예로 들어서 설명을 하면 더 이해하기가 쉬울 것 같다.


이 둘의 수록곡들을 비교해보면 사운드트랙 앨범에는 영화의 오프닝 곡인 'Another Day of Sun', 미아가 파티에 가기 전에 친구들과 부르는 곡인 'Someone in the Crowd' 등 배우들이 부른 곡들이 위주로 들어가 있고, 음악감독인 Justin Hurwitz가 작곡한 연주곡 몇 개도 같이 수록되어 있다. 

Justin Hurwitz의 연주곡은 당연하게도 스코어 앨범에도 들어가 있고, 이 앨범에서 유일하게 가사가 들어간 노래는 미아와 세바스찬이 부른 'City of Stars / May Finally come true'가 유일하다. 심지어 Featuring Ryan Gosling, Emma Stone으로 적혀있다. 


영화를 재미있게 만들어 주는 필수 요소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나는 이 영화음악에 대해 신경을 굉장히 많이 쓰이는 편인데 나는 음악이 영화와 혼연일체가 되어서 몰입감을 높여주는걸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에 사운드트랙 앨범을 들었을 때 그 장면이 떠오르는 것을 즐긴다. 노래만 듣고도 그 장면이 생각이 난다면, 그 노래는 자신의 소임을 다한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면 최근 '토르 : 라그나로크'에서는 전투 장면에 Led Zeppelin의 Immigrant Song을 삽입해 박진감 넘치는 연출을 보여주었고, 'Interstellar'에서는 인듀어런스 호가 도킹을 할 때 Hans Zimmer의 No time  For Caution을 넣어 관객들이 숨도 못 쉬게 만들어 버렸다. 또한 '태극기 휘날리며'에 수록된 'Epilogue'의 경우에도 영화의 감동을 더욱 증폭시켜주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저 유명한 사람이 부른 노래들만 영화에 들어가는 줄 알았던 나에게 '진짜' 영화음악은 감독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서 장면 장면마다 말로 설명이 불가능한 또 다른 감정을 전달해주는 '감독의 해설'과 같은 느낌이었다. 


https://youtu.be/_-TtKp7-XSo

Hans Zimmer -No Time For Caution


이렇듯 좋은 영화에는 항상 좋은 음악들이 따라붙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앨범 TOP 5를 아래에서 발표하도록 하겠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LP를 모은다면


생각보다 많은 영화음악들이 LP로 발매되고 있다. 옛날 영화에서부터 최신 영화까지 그 종류는 매우 다양한데, 레코드 샵에서 내가 좋아하는 영화의 LP를 우연찮게 찾았을 때의 기쁨은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다.


내 마음대로 영화음악 Top 5
내 마음대로 영화음악 5위
C418 - Minecraft Volume Alpha

정확히 말하자면 영화 OST는 아니다. 커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앨범은 게임 '마인크래프트'의 OST 앨범으로 게임 내에 들어있는 노래들을 LP로 제작한 것이다. 게임의 장소에 따른 배경음악은 때로는 무섭게, 때로는 평화롭게 들리기도 하는데 차분한 분위기를 내고 싶을 때에는 더없이 좋은 앨범이다. 


내 마음대로 영화음악 4위
Hans Zimmer - INCEPTION OST

영화음악의 중요성을 알려준 첫 영화이기도 한 인셉션.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여러 갈래로 변형시키며 적재적소에 집어넣는 Hans Zimmer의 인터스텔라 전 최고의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Dream within a dream은 영화 한 편을 모두 함축시켜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


내 마음대로 영화음악 3위
Guardians of the Galaxy - Awesome Mix Vol.1

영화를 본 사람들은 누구나 몸을 까딱이게 되는 마성의 노래들만 모아놓은 Awesome Mix Vol.1,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의 캐릭터들은 어딘가 80년대 감성이 듬뿍 묻어난다. 그 캐릭터들을 더욱 돋보이게 해주는 노래들로 60년대, 70년대를 거쳐 다양한 시기의 명곡들로 구성되어있다. 


내 마음대로 영화음악 2위
Justin Hurwitz - LALALAND OST

순위에서 라라랜드가 빠질 리 없다. 위플래쉬 음악 감독을 맡기도 했던 Justin Hurwitz의 라라랜드 OST, 버릴 곡하나 없이 완벽한 앨범으로 앨범을 듣는 것 만으로 영화 한 편을 다 보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내 마음대로 영화음악 1위
조영욱 - 친절한 금자씨(Sympathy For Lady Vengeance) OST

최근 구입한 박찬욱 감독 복수 3부작 중 하나인 친절한 금자씨 OST. 성가 같은 분위기의 곡들도 많았고, 특히 첫 곡인 'Sympathy for Lady Vengeance'는 첫 소절만으로도 영화의 모든 내용을 말해주는 듯 굉장히 함축적이고, 그 신비로움이 금자씨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역시 제일 마음에 드는 곡을 고르라면 'Mareta, Mareta No'm Faces Plorar'를 뽑을 수밖에 없다. 자장가가 모티브인 만큼 조용하면서 성스러운 느낌의 이 노래는 영화의 분위기와 아주 잘 맞아떨어진다. 


https://youtu.be/QLPIpt4AHhU

Anononim Alicante lullaby - Mareta no'm faces plorar


요즘에는 포토 티켓이나 영화표 등으로 영화에 대한 기억을 남기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영화의 명장면을 사진으로 담아 수첩에 고이 간직하는 것도 매력 있지만 영화에 삽입된 노래들로 다시 한번 영화를 볼 때의 감동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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