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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고 Jul 15. 2018

20.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

John Coltrane, <My Favorite Things>

나는 어려서부터 좋아하는 게 굉장히 많았다. 좋아하는 것에 따라 꿈도 많이 바뀌었고, 일단 해보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성격 탓에 또래 친구들보다 굉장히 많은 것을 경험해봤다. 물론 이런 이면에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믿어주시고 도와주신 부모님의 역할이 컸다.


초등학생 시절, 형이 국토종단을 하는 것을 보고 중학교 1학년 때, 나도 국토종단을 했다. 보름이 넘는 기간 동안 우리나라를 걸어 다닌다는 것이 너무 재미있어 보였다. 운이 좋게도 나는 발에 물집 하나 잡히지 않고 전 구간을 완주했지만, 몇몇 친구들은 발바닥에 물집이 잡히고 사타구니가 쓸리는 등 아픔을 겪기도 했다.


바로 그다음 해에는 방학을 이용해서 자전거로 국토종단을 했다. 땅끝 마을에서부터 내가 살던 광명시까지 자전거를 타고 오는 과정은 어딜 봐도 걸어오는 것보다 힘들었고, 평지의 넓은 시골길을 이용하는 게 아니라 화물차가 끊임없이 오고 가는 1번 국도를 따라 올라왔기 때문에 위험하기도 했다. 당시의 나는 마른 것에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어서 남들도 똑같이 힘들어하는 것에 도전하며 마른 것에 대한 콤플렉스를 없애려고 노력했다. 허벅지가 끊어질 듯이 아프고, 살이 새카맣게 탔지만, 자전거로 국토종단까지 마치고 난 뒤에는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솟구쳤다. 그리고 이 자신감은 내 학창 시절 동안 굉장히 큰 도움이 되었다. 이 외에도 일본어를 배우고 싶을 때에는 일본인 유학생을 집으로 불러 과외를 하기도 했고, 사진을 배우기도 했고, 악기도 배우게 해주셨다. 윈드서핑을 배울 때에는 생활 체육 자격증까지 땄다. 


학생 때라 부모님이 지원해 주시지 않았더라면 이런 활동들은 이루어지지 않았겠지만 - 정말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 이와 더불어서 내가 좋아하는 걸 계속해서 찾았기 때문도 있었다. 여러 가지를 할 줄 아는 덕에 친구들은 가끔 나와 대화하다가도 '너 그런 것도 할 줄 알아?' 라며 놀란다. 대학은 상경계열을 왔지만 정작 내가 하는 일들은 사진을 찍거나, 영상을 편집하고, 음악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이다. 친구들이 놀라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대학교에 들어와서는 학교를 다니는 것 외에도 사진, 영상제작, 학과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과목 공부하기, 소설 쓰기 등 더욱 많은 분야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지금은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스펙 쌓기도 힘든데 다른 활동들 그렇게 하면 도움이 되냐?

   

대외활동을 하다 만난 친구는 술자리에서 나에게 이렇게 물었다. 그 친구는 대외활동을 한 번에 두세 개씩 소화하고, 학교와 성적에 관련되지 않은 활동들은 철저히 배제했다. 대답 대신 물음을 던졌다.


"너는 재밌어?"

그 친구는 가만히 있더니 "아니 솔직히 재미는 없지, 근데 해야 되잖아."라고 이야기했다. 물론 해야 되는 건 맞다. 그래서 나는 그 친구가 대단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가 틀린 것도 아니라고 했다. 대학이라는 곳이 취직하기 위해 졸업하고, 그 졸업을 위해 내가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고 재미도 없어하는 것에 목숨을 걸어야만 하는 곳일까? 나는 친구에게 그렇게 말했다.


나는 회사에 들어가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나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실제로 많이 보았다. 회사를 다니는 친구들은 일 년도 안돼서 때려치우고 싶어 하고, 일에 대한 불평을 몇 광주리나 풀어놓는다. 물론 남의 돈을 가져오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모든 회사에서 겪는 상사와의 불화나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는 정말 극소수의 회사를 제외하고는 만국 공통이다. 그렇다면 조금이라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그 불평을 덜하고, 창의적으로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좋아하는 것에 몰두해 보면서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건 그런 불편하고 소모적인 과정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고 싶기 때문이다.

 

재즈의 수도사가 연주한 <My Favorite Things>

존 콜트레인(John Coltrane)을 처음 안 곡은 바로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The Sound of Music)'에 수록된 'My Favorite Things'를 듣고 나서였다. 멕코이 타이너(McCoy Tyner)의 간결한 인트로 후 바로 이어지는 콜트레인의 따뜻한 색소폰은 영화에서 보았던 어린 배우들의 발랄함은 조금 억제하고 대신 중후하면서도 깊은 맛을 넣었다.



콜트레인의 가장 유명한 앨범 중 하나인 <My Favorite Things>는 그가 아틀랜틱 레이블에 소속해서 만든 앨범으로 오페라 곡으로 만들어져 영화에서도 유명해진 'My Favorite Things'를 시작으로 총 네 곡을 그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하여 녹음한 앨범이다.


존 콜트레인은 재즈의 역사에 있어서 빼놓고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인물이지만, 정작 그가 활동을 한 기간은 56년부터 67년까지로 약 10년밖에 되지 않는다. 생각보다 짧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재즈 역사에 남긴 엄청난 업적은 아직도 수많은 뮤지션들의 노래에 녹아있다.


그의 방향성을 예고한 앨범


'My Favorite Things'를 듣다 보면 뒤로 갈수록 그동안 익숙했던 재즈가 아닌 '어딘가' 다른 느낌의 연주를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동안 듣기 편하고 정확한 기승전결에 따른 연주들을 들었다면, 이 곡은 기승전결은 있지만 그 뜻을 헤아릴 수 없게 몇 번이나 꼬아놓은 느낌이 든다.


John Coltrane, 'My Favorite Things'


존 콜트레인은 후반부로 가면서 프리재즈를 넘어 말 그대로 '신들린' 연주를 보여준다. 처음 들었을 때는 '이 정도면 소음이 아닐까?'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래를 몇 번 더 들어보면 지금까지 우리가 알던 미국식 재즈가 아닌 미국과 인도가 조금씩 섞인 느낌이 난다. 이는 콜트레인이 동양의 사상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힌두교, 불교, 이슬람교 등의 영향을 많이 받으면서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그는 음악에 항상 진지하게 임하면서 그만의 스타일로 재즈 내에서 새로운 시도들을 굉장히 많이 했는데, 이후 프리재즈의 발전은 오히려 대중들과 재즈를 다시 멀어지게 한 이유가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연주자들의 심오한 해석을 바탕으로 곡을 재탄생시키는 것은 아주 멋진 일이고 대단하지만 그걸 듣는 청중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듣기 싫어한다면 피드백이 되지 않기 때문에 발전을 기대하기 힘들다. 그렇게 대중들의 손을 떠난 곡들은 그대로 묻혀버리거나 아니면 다시 돌아올 유행을 기다려야 하는데, 대부분이 그대로 묻혀버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길을 믿고 나아가는 예술가들의 모습은 얼마나 멋지고 대단해 보이는가.


존 콜트레인은 <My Favorite Things>를 통해로 자신이 앞으로 하고 싶어 하는 음악의 방향을 이야기해 준 것일지도 모른다. "너희들이 뭐라고 하든, 난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할 거야."같이 말이다. 






글쓴이 / 음악 듣는 기린

소개    / Crate Digger, 어쩌다가 LP의 매력에 빠져버려서 모으기 시작한 게 취미가 되어, 블로그와 브런치를 오가며 음악을 소개해 주는 글을 작성하고 있습니다. 후에 개개인의 취향을 저격하는 음악들만 골라서 소개해 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여러 생각들을 글로 정리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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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벌써 글이 20개가 넘어갔네요 :) 그 사이에 인기글도 되어보고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구독을 해주셔서 기쁘기도 하고 의욕도 넘칩니다. 좋은 노래를 찾고 공부해서 구독해주시는 분들이 좋은 노래를 들을 수 있도록 힘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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