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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고 Jul 20. 2018

21. 불완전하면서도 완벽한.

Thelonious Monk

새벽이 되면 컴퓨터 앞에 앉아 컴퓨터를 켠다.

모두가 잠든 새벽 2시부터는 온전히 내 세상이다. 딱히 용건이 없는 이상 핸드폰도 멀리 두고 컴퓨터 앞에 앉아 노래를 찾아 듣는다. 대부분 유튜브를 통해 이름이 있는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듣다가, 연관 동영상으로 점점 찾아 들어가는 식이다. 노래를 들을 때에는 의자에 기대고 눈을 감는다. 음악적 이해도는 초등학생 때 피아노를 배운 이후로는 좀처럼 늘지 않으니 그런 쪽으로는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한 '이미지'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그 노래를 듣고 처음으로 생각나는 이미지를 생각하고, 메모 해 둔다. '이 곡은 어떨 때에 듣기 좋고, 어떤 느낌이 나고, 이 부분이 좋다' 같이 간략하게 정리를 하고 나면, 그 아티스트에 대해서 공부한다. 영화나 다큐멘터리, 혹은 신빙성 있는 곳의 자료들을 읽어보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상상해본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는 것은 상당히 재미있다. 단순히 노래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노래를 만들 당시 아티스트의 상황을 대입해서 들으면 조금 더 상상력의 폭이 넓어진다. 요컨대, '이래서 ~ 그랬을 것이다.'가 아니라 '~ 해서 그러지 않았을까?'에 초점을 맞춰 노래를 듣는 것이 이미지를 상상하고 음악을 듣는데 도움이 된다.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 'Fly me to the moon'을 들으면 일단 감미로운 그의 목소리에 쓰러지는 여성 팬들이 생각난다. - 젊었을 적의 시나트라는 아이돌의 원조격이었다고 한다. 오죽하면 그의 별명 중 하나는 '졸도 유발의 황제'였다. -  팬들이 소리 지르며 박수를 치는 와중에 피아노와 드럼의 간결한 인트로가 흘러나오고, 그가 농익은 목소리로 첫 소절인 'Fly me to the moon'을 부르면, 팬들은 '당장 죽어도 좋아!'할 정도로 박수를 치는 장면이 그려진다. 물론 라스베이거스 샌즈에서 라이브를 했을 때에는 나이가 쉰 살이 가까이 되었을 때니 팬들이 그러진 않았겠지만, 그런 장면들이 생각이 난다. 요즘 많은 인기를 누리는 아이돌(Idol)의 시초답게 내 머리 속에서 그의 모습은 언제나 인기가 많고, 많은 무대 경험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농담들과 무대 매너들이 생각난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프랭크 시나트라에 대한 자료들을 찾아보다 보면, 그는 여자관계가 굉장히 복잡했고, 마피아와도 연관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찾을 수 있다. 진실인지 아닌지는 지금 알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인간 시나트라는 욕할 수 있지만, 가수로서의 시나트라는 욕할 수 없다.'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이러한 상상들과 실제 정보가 얽히면 머리 속에 더욱 잘 들어온다. 특히 나는 친구들에게 음악을 추천해주기도 하고,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가수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씩 하는 편인데 이 부분에서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된다.


'프랭크 시나트라라는 엄청난 가수가 있어'

라는 시시하고 당연한 말보다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 상대방의 흥미를 좀 더 끌 수 있지 않을까?


무대 아래에서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입을 모아
'인간으로서는 저질일지라도, 노래만으로는 엄청나다!'라고 평가하는 가수가 있어!
 


델로니어스 몽크(Thelonious Monk)는 빌 에반스 다음으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재즈 피아노 연주자 중 한 명이다. 비밥과 모던 재즈, 양 쪽에 걸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받는 그는 굉장한 황소고집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재즈 색소폰으로서는 빠질 수 없는 찰리 파커(Charlie Parker)와, 마찬가지로 트럼펫에서 빼놓을 수 없는 디지 길레스피(Dizzy Gillespie) 등과 함께 비밥을 이끌어간 그는 굉장히 독창적인 스타일의 연주를 구사했다. 노래를 들어보면 알 수 있겠지만, 그의 노래는 안정적이고 정확하다기보다는, 불협화음을 조화롭게 구성해서 들려주는 느낌이 있다. 분명 그 마디를 들을 때에는 물음표를 짓다가도, 노래가 이어지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오늘은 'Don't Blame Me'라는 곡을 들었다. 이전에 지나가는 식으로 제목만 들었던 곡이었는데, 직접 찾아 듣고는 그 이미지를 바로 상상할 수 있었다.


델로니어스 몽크(Thelonious Monk), 'Don't Blame Me'


내 머리 속에서 몽크는 '사춘기 시절의 천재'같은 느낌이 난다. 굉장히 유머러스할 것 같다. 그의 피아노는 처음 들었을 때 한 번에 확 꽂히는 그런 음악이 아니다. 우리가 그동안 익숙해져 있던 화음의 구조에서 벗어나 엉뚱하게 치는 그의 연주는 분명 유머러스 하지만 틀리지 않다. 오히려, 어떻게 저런 화음을 가지고 음악을 이끌고 가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정말 신기하게도 이 곡을 들으면 디즈니 애니메이션 '101마리 달마티안'의 악녀, '크루엘라 드 빌(Cruella De Vil)'이 생각나기도 한다. 불협화음에서 나오는 불완전함과 불안함, 하지만 노래 자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워할 수 없는 구석이 있다. 그의 노래들이 그렇다.




글쓴이 / 하고(HAGO) / 前 음악 듣는 기린

소개    / Crate Digger, 어쩌다가 LP의 매력에 빠져버려서 모으기 시작한 게 취미가 되어, 블로그와 브런치를 오가며 음악을 소개해 주는 글을 작성하고 있습니다. 후에 개개인의 취향을 저격하는 음악들만 골라서 소개해 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여러 생각들을 글로 정리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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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前 음악 듣는 기린입니다. 에세이에 관한 강연도 다녀오고, 앞으로 쓸 글들을 생각하면서. 닉네임이 주는 한계가 있을 것 같아 오늘(7월 19일) 닉네임을 바꿨습니다. 하고(HAGO)는 '~를 하고 싶다' 할 때의 그 하고입니다. 앞으로 더욱 많은 것을 하고, 글을 쓰고 싶어 닉네임을 지었습니다. 갑작스럽게 이름이 바뀌어서 놀라신 분들도 있겠지만, 앞으로는 필명 '하고'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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