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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고 Jul 10. 2018

19. 가사가 아름다운 노래

최근 많이 듣는 노래.

첫 장마가 시원하게 끝나고 며칠 무덥더니 지금은 또 바람이 시원하게 분다.

어제부터 본격적으로 다시 운전을 시작했다. 일 년 동안 차 탈 일이 없어서 운전을 안 했는데, 감을 더 잃기 전에 다시 시작하자고 마음먹고 파주의 헤이리 마을에 다녀왔다.


자유로를 달리며 바라본 하늘에는 구름이 드문드문 보였지만 해를 가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차 안에는 추울 정도로 시원한 에어컨이 나왔지만 운전대를 잡고 있는 손은 땀이 날 것 같이 더웠다.


걸어 다니는 내내 '이게 사람이 살 수 있는 날씨인가' 하고 생각했다.


헤이리에 가는 차 안에서 친구하고 많은 이야기를 했다. 지금 쓰는 글들에 관해서, 특히 어제의 핫한 토픽은 내가 쓴 글이 브런치 인기글에 올라갔다는 이야기였다. 1시간이 멀다 하고 1000명에서 2000명, 2000명에서 3000명으로 늘더니, 두 번째 날에는 하루 만에 만 명 이상의 독자들이 내 글을 봤다. 


하지만 올라가는 조회수에 비해 구독자는 열 명 조금 넘게 늘었다. 하루에 3명 이상이 늘었던 적은 없었기에 기분이 좋을 법도 했지만, 만 명 이상이 본 글임에도 구독자가 생각보다 많이 없었던 탓에 조금 실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더 좋은 글을 쓰면 구독해주는 분들은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며 아쉬움을 접었다.


여러 이야기를 하던 중에 내 생각을 사로잡은 주제는 음악 가사에 대한 이야기였다. 친구는 내 핸드폰의 플레이리스트를 보더니, 한국 아이돌 노래들이 많이 없다면서 몇 곡을 채워줬다. 나는 솔직히 인정했다.


뭐랄까, 아이돌 노래들은 후크송이 많아서 신은 나지만
나 스스로 노래에 대해 생각해볼 게 많이 없는 것 같아.


친구는 "그렇긴 하지" 라며 수긍했다.


나는 노래를 들을 때 항상 가사를 곱씹으며 듣는 걸 좋아한다. 김광진 씨의 '편지', 정태춘 씨의 '촛불', '희나리' 같은 노래들은 가사에 담긴 감정들이 나와 동화되면서 더욱 마음에 와 닿는 느낌이 있다. 하지만 내가 초등학생 시절 유행했던 아이돌들의 노래는 신나긴 했지만 대부분 후크송이어서 가사를 보고 내 마음이 움직이는 일은 없었다. 친구들과 노래방에서 놀 때에는 노래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추고 따라 부르기 쉬운 부분을 같이 부르긴 했지만, 따로 찾아 듣는 일은 거의 없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는 건 내가 아이돌 노래를 많이 듣지 않는다는 것뿐이지 한국 노래를 듣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다. 또, 그들의 실력이나 노력을 무시한다는 이야기는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옛날보다 노래 부르는 스킬이나 퍼포먼스 면에서 아이돌들은 엄청난 발전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후크송은 아쉽게도 내 취향이 아니다. 후크송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폄하하려는 생각도 없다.


그래서 오늘은 내가 최근 자주 듣는 가사가 아름다운 노래를 추천하고자 한다.


 1. 장희원, '편지'


장희원, '편지'


장희원은 '편지'라는 곡을 통해 알게 된 싱어송라이터다. 예전에 김광진 씨의 편지는 어른들의 편지를 이야기한다면, 장희원은 어리고 풋풋한 학생들의 편지를 보는 느낌이다. 보사노바 풍의 사운드는 무더운 여름날 밤에 듣기 좋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쓸 편지를 고민하는 듯 부르는 노래는 듣는 사람들의 마음도 핑크빛으로 물들인다.


날아가지 못하게
작은 글자에 내 맘을 가두고
눈치채지 못할 때
너의 한 손에 꼭 쥐여줄 거야

장희원, '편지' 중



2. Sara Bareilles(사라 바렐리스), 'She Used To Be Mine'


Sara Bareilles, 'She Used To Be Mine'


뮤지컬 <웨이트리스(Waitress)>의 수록곡인 사라 바렐리스의 'She Used To Be Mine'. 그녀가 처음으로 뮤지컬 제작에 참여해 모든 곡을 작사, 작곡했다. 뮤지컬 앨범이라 구성이 매우 탄탄하고 노래들도 완성도가 높다.


이 곡은 웨이트리스인 주인공이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신의 예전 모습을 이야기하며 독백하는 듯 이어지는 노래는 감정은 물론이고, 가사 또한 아름답다.


She is messy but she's kind
She is lonely, most of the time
She is all of this, mixed up
And baked in a beautiful pie
She is gone, but she used to be mine

그녀는 엉망진창이지만, 친절해요.
그녀는 대부분 외롭죠.
그녀는 이 모든 것들이 섞여 아름답게 구워진 파이 같아요.
그녀는 떠났지만, 그녀는 저였어요.

Sara Bareilles, 'She Used To Be Mine' 중



3. John Denver(존 덴버) & Placido Domingo(플라시도 도밍고), 'Perhaps Love' 


John Denver & Placido Domingo, 'Perhaps Love'

스페인의 성악가로 남자 테너 3 대장의 한 사람이라고 불리는 플라시도 도밍고와 미국의 싱어송라이터인 존 데버가 함께한 노래다. 성악가와 대중가수의 만남으로 이루어진 이 곡은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조합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독특한 조합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사랑이라는 우리가 정의 내릴 수 없는 단어를 쉼터, 창문, 바다 등으로 비유하며 부르는 노래는 사람마다 사랑의 방식이나 형태가 다름을 이야기한다. 서정적인 멜로디와 가사가 돋보이는 곡이다.


Perhaps love is like the ocean
Full of conflict, full of pain
Like a fire when it's cold outside
Thunder when it rains

어쩌면 사랑은 갈등과 아픔으로
가득 찬 바다와 같을지도 몰라요
추울 날씨엔 불과 같고
비가 내릴 땐 천둥 같은 게 사랑이에요

John Denver & Placido Domingo, 'Perhaps Love' 중


이외에도 가사가 아름다운 노래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내가 최근에 많이 듣는 노래를 중심으로 이야기해 보았다. 


우리는 하루에 수많은 노래들을 듣는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노래는 다 다르지만, 노래가 자기 취향이 아닐지언정 아름다운 가사를 보고 눈을 찌푸리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보는 독자분들도 자신이 생각하기에 아름다운 가사가 들어있는 노래를 찾아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가사뿐만 아니라 그 가사의 속 뜻이나, 그 곡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찾아보면 나중에 친구들에게 좋아하는 노래를 소개해 줄 때에도 더 생생하고 자세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글쓴이 / 음악 듣는 기린

소개    / Crate Digger, 어쩌다가 LP의 매력에 빠져버려서 모으기 시작한 게 취미가 되어, 블로그와 브런치를 오가며 음악을 소개해 주는 글을 작성하고 있습니다. 후에 개개인의 취향을 저격하는 음악들만 골라서 소개해 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여러 생각들을 글로 정리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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