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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고 May 10. 2018

10. 결국 우린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Sarah Vaughan, 『Lullaby of birdland』

간혹 자려고 누워도 잠들지 못하는 밤이 있다. 실은 꽤 자주 있다. 잠은 자야되는데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는다. 자기 마음대로 큰 도화지를 머릿속에 펼치고 정신없는 색들로 인정사정없이 낙서를 한다. 초등학생의 그림일기에 그려질 법한 그런 특징 없는 그림이다. 영양가는 없고 순수함만 있다. 그렇게 채워지는 도화지는 1초라도 빨리 구겨서 버려야 한다. 안 그러면 그 날 잠잘 수 있는 타이밍을 놓쳐버리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누워서 스트리밍으로 노래를 듣고는 했는데 항상 듣던 곡이 바로 사라 본(Sarah Vaughan)『Lullaby of birdland』였다. 어쩌다가 듣게 된 곡인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이 곡을 듣고 있으면 굉장히 차분해지고, 세 번 정도 돌려 듣다 보면 잠이 든다. Lullaby(자장가)라는 이름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노래가 차분하고 좋다.


여성 재즈 보컬의 3대장


Sarah Vaughan (1924 ~ 1990)


엘라 피츠제럴드 이야기를 하면서 여성 재즈 보컬의 3대장을 이야기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세 명은 노래의 개성이 확연히 차이가 나는데, 감정으로는 산전수전 다 겪은 빌리 홀리데이를 따라갈 수 없고, 엘라 피츠제럴드는 그 발랄한 성격에서 나오는 스캣과 박자감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와중에 사라 본이 보컬 3대장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이는 그녀가 가지고 있는 남다른 고급스러움이지 않을까 싶다.


유년기가 순탄치 않았던 두 거장들과 비교해서 사라 본은 그나마 정상적인 유년기를 보냈다.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난 사라 본은 교회에서 노래를 배웠고, 청소년기에는 피아노 교육을 받고 오르간 연주자가 되었다. 그러던 중 1942년 아마추어 대회에 참가하여 우승을 하고는 얼 하인즈(Earl Hines)의 밴드에 고용되면서 화려한 커리어를 쌓기 시작한다.


Sarah Vaughan (1924 ~ 1990)


버드랜드의 자장가


버드랜드(Birdland)는 찰리 파커의 별명이었던 'Bird'를 따서 만든 재즈클럽으로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성지와도 같은 클럽이다. 찰리 파커가 살아있을 때부터 지금까지 쭈욱 열고 있는 클럽이니 그 역사가 얼마나 위대한지는 대략적으로라도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재즈클럽 'Birdland'의 외관.


당시 버드랜드에서는 음악 방송을 녹화했었는데, 이때 시각장애인 재즈 피아니스트인 조지 쉬어링(George Shearing)이 이 곡을 작곡했다.


재즈 피아니스트 조지 쉬어링(George Shearing)


그는 너무 격하지 않은 스윙을 바탕으로 감성적이고 아름다운 곡들을 많이 작곡했는데 그중 『lullaby of birdland』재즈 스탠다드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https://youtu.be/LKXvMbAKAmY

George Shearing - 『lullaby of birdland』


피아노 건반도 보지 못하지만 연주 중에 선글라스를 올리는 모습부터 싱글벙글 웃으면서 얌전하면서도 격렬한 스윙을 보여주는 그의 연주는 수많은 뮤지션들에게 귀감이 되었다.


재즈 스탠다드인 만큼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이 곡을 불렀는데, 멜 토메, 엘라 피츠제럴드  전형적인 재즈 아티스트들부터 팝 가수인 머라이어 캐리, 에이미 와인하우스 등이 있다. 


하지만 나는 그 수많은 사람 중에서도 사라 본의 곡을 단연 으뜸으로 뽑는다. (이 부분부터는 개인적인 감상이므로 참고용으로만 보면 좋을 것 같다.)


https://youtu.be/x8cFdZyWOOs

Sarah Vaughan - 『lullaby of birdland』


Lullaby of Birdland, that's what I,
새들의 정원에서 지저귐 소리가 들려요..
always hear, when you sigh, Never in my wordland could there be ways to reveal.
내가 언제나 듣고 있는 그 노랫소리, 당신이 손짓할 때, 결코 내 마음은 드러내 보일 길이 없지만요. 
In a phrase, how I feel.
단지 한 마디 말로.. 어떻게 내가 느낄 수 있을까요..

Have you ever heard two turtle doves, bill and coo, when they love. 
서로 사랑을 속삭이는 유순한 거북이, 비둘기 한 쌍의 노랫소리를 들어본 적 있나요?
That's the kind of magic music we make we our lips, when we kiss 
놀라운 마법과도 같은 음악, 우리가 키스할 때 입술에서 나는 소리처럼 아름다워요...

And there's a weppy old willow, he really knows how to cry, 
오래된 버드나무 한그루가 있었지요... 정말 어떻게 고통을 호소하는지 알고 있었던 나무였어요..
That's how I'd cry on my pillow, if you should tell me farewell and goodbye 
그래서 난 얼굴을 베개에 파묻고 울었던 거예요.. 만약 당신이 내게 헤어지자고 말하고 떠나가버리면...

lullaby of Birdland, whisper low, kiss me sweet, and we'll go
새들의 정원에서 지저귐 소리가 들려요. 내게 달콤하게 키스해 줘요. 그리고 우린 함께 가는 거예요..
Flyin' high in Birdland, high in the sky up above. all because we're in love. 
새들의 정원에서 높이 날아보아요, 저 하늘 위로 날아올라.. 결국 우린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풍부한 성량으로 사랑받았던 그녀 답게 노래를 하는 데 있어서 고음부터 저음까지 자유자재로 다루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특히 마지막의 두 소절은 고음부터 저음까지 파고드는 음색이 너무 자연스럽고 포근하게 느껴져서 옆에만 있다면 꼭 끌어안아주고 싶은 느낌이 든다. 더군다나 노래 중간의 소울 넘치는 스캣은 정말 최고다.

너무 이상적인 사랑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 좋아서 헤어지면 겪게 될 아픔까지 걱정하는 모습은 마치 우리들이 사랑하는 모습을 보고 쓴 것만 같다.  


사라 본 본인도 자신의 레코딩 중 최고로 뽑은 <Sarah Vaughan With Clifford Brown>


1989년 사라 본은 그래미 평생 공로상을 수상하고는 이듬해 폐암으로 사망해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지만 이렇게 앨범으로라도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은 행운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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