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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고 May 05. 2018

09. 새로운 문을 연, 새로운 도전.

The Dave Brubeck Quartet, <Time Out>

재즈를 듣다 보면 정말 신기한 것이, 내가 모르는 노래임에도 불구하고 어디선가 분명히 들어봤던 노래를 들을 수 있을 때가 많다. 운명처럼 돌고 돌아 만나는 사랑처럼 재즈 역시 그렇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있어서는 데이브 브루벡 콰르텟의 『Take Five』가 그중 하나였다. 당시 스윙 재즈가 판을 치던 시기에 스윙을 할 수 없다고 못을 박은 5/4 박자를 처음 도입해 만든 곡으로, 클래식함과 더불어 재즈만의 즉흥연주(improvisation)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곡이다.


https://youtu.be/-DHuW1h1wHw

The Dave Brubeck Quartet,『Take Five』


영화나 광고 같은 곳에서 들어봤을 법 한 이 노래는 데이브 브루벡 콰르텟의 노래로, 많은 사람들이 데이브 브루벡이 작곡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색소폰 연주자인 폴 데스몬드가 작곡했다. 이 곡을 가만히 듣고 있으면 색소폰을 제외한 모든 악기들이 비슷한 파트만 무한 반복하는 느낌을 주는데, 오히려 드럼보다는 데이브 브루벡의 피아노가 더욱 타악기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잔잔하고 규칙적이게 울리는 조 모렐로의 심벌 소리와 미끄럼틀을 타고 오르내리는 듯한 폴 데스먼드의 색소폰, 이 모든 것을 탄탄하게 받쳐주는 유진 라이터의 콘트라베이스는 재즈 역사상 처음으로 시도되는 실험적인 음악성공적인 재즈 스탠다드로 바꿔 놓기에 충분했다.


데이브 브루벡(Dave Brubeck)과 그의 콰르텟(Quartet)


<Time Out>의 앨범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곡을 뽑으라면 단연 『Take Five』를 뽑겠지만, 나는 오늘 이 곡과 더불어 한 곡을 더 추천해주려고 한다.


재즈와 클래식의 만남,『Blue Rondo A La Turk』


『Blue Rondo A La Turk』도 『Take Five』만큼이나 난해한 곡 중 하나다. 여기에서 데이브 브루벡 콰르텟이 대단하다고 생각한 점이 바로 '변박'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능력이었다. 우리는 어떤 노래를 듣던 몸의 어디에선가 그 노래의 박자를 세곤 한다. 대부분의 노래들은 몸이 박자를 따라가지만, 익숙하지 않은 곡들은 박자를 못 따라가고 스텝이 엉켜버리고 만다. 익숙해지지 않는 노래를 계속 듣게 하기란 굉장히 힘든데도 불구하고 데이브 브루벡은 변박을 자유자재로 다루면서 이 박자에 익숙해지지 않게 하다가도 어느 순간 익숙해지게 만들고, 계속해서 노래에 빠져들게 만든다. 왠지 까탈스럽지만 자꾸 쳐다보게 되는 매력을 가진 아가씨 같은 느낌이다.


https://youtu.be/j9GgmGLPbWU


이 외에도 이 앨범에 수록된 모든 곡들은 전부 추천해주고 싶을 정도로 좋은 노래들이다. 이 글을 쓰면서 항상 염두에 두고 있지만, 결국 듣는 것은 이 글을 보는 여러분이기 때문에 개인의 취향까지 내가 왈가왈부할 수는 없다. '이 노래를 못 듣는다면 재즈는 꿈도 꾸지 마' 같은 말을 하고 싶은 것도 아니고, 당장 나부터도 좀처럼 손이 가지 않는 앨범들이 많기 때문에 나는 개인의 취향을 최대한 존중해주는 쪽을 방향으로 잡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은 소개를 해 주고 노래를 들려줘야지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들의 취향에 맞는지 안 맞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오늘도 열심히 추천해 주고 싶은 노래들을 찾고 있다.


그러니 말씀드리고 싶은 건, 이 글을 보시는 모든 분들이 새로운 노래들을 걱정 없이 시도해보면 좋겠다는 것이다.  한 번 들어보고 도저히 아니다 싶으면 끊으면 되는 것이고, 마음에 든다면 계속 들으면 된다.


The Dave Brubeck Quartet, <Time Out>의 Picture Disc LP, 앨범 커버의 그림이 프린팅 되어있다.


데이브 브루벡이 새로운 시도를 통해 앞으로 한 발자국 나아간 것처럼, 우리도 한 번 듣는 것으로 내가 좋아하던 취향을 알게 될 수 있다면 노래를 듣는 즐거움이 더욱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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