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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고 Aug 03. 2018

23. 멀리 떨어져 즐기는 세상

Sidney Bechet의 재즈와 함께하는 휴가.

Sidney Bechet, 'Si Tu Vois Ma Mère'


영화 <Midnight In Paris>에 수록된 Sidney Bechet의 'Si Tu Vois Ma Mère'. 아마 시드니 베셋은 모르더라도 이 노래는 한 번씩 들어봤을 것이라 생각한다. 한적한 파리의 모습을 아침부터 밤까지 보여주는 이 장면은 시드니 베쳇의 노래와 함께 파리에 대한 로망을 한껏 키워준다. 실제로 내가 프랑스 파리를 여행할 때도 이 음악을 들으면서 돌아다녔는데 이보다 프랑스스러운 음악은 아직까지 들어보지 못했다.


휴가 시즌을 맞이해서 여행에서 들으면 좋을 법한 아티스트들 중 누구를 고를까 하다가 시드니 베쳇을 고르게 되었다. 그의 노래들은 사람을 편안하게 해 주는 느낌이 있다. 휴가라는 말에 걸맞게 바쁜 일상에서 살짝 벗어나 더욱 나은 삶을 위해 한 템포 쉬어주는 이 시즌, 시드니 베쳇을 소개한다.


Sidney Bechet, 'Sweet Lorraine'


영화의 배경음악으로 쓰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듯 그의 노래는 1인칭보다는 3인칭에 조금 더 어울린다. 조금 멀리 떨어져서 바라보는 장면들을 더욱 로맨틱하게 만들어 준다. 한적한 도시나, 자연 풍경들을 찍고 그의 노래를 집어넣는다면 보는 것 만으로도 힐링되는 영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물론 가서 보고 직접 즐기는 것도 좋지만, 바쁘고 지친 현실에서 한 걸음 물러나 3인칭으로 우리가 사는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무엇보다 힐링되는 휴가가 되지 않을까?


Sidney Bechet, 'Stormy Weather'

시드니 베쳇, 재즈에 색소폰을 도입하다.


시드니 베쳇은 원래 클라리넷 연주자였다. 재즈가 대중들에게 인기를 끌기 시작할 무렵부터 재즈의 고향으로 불리는 뉴올리언스의 재즈 밴드들은 3관 편성으로 재즈를 연주했다. 금관악기 두 대와 목관악기 한 대로 이루어진 3관 편성이었다.


금관에는 주 선율을 연주하는 트럼펫낮은 꾸밈음을 연주하는 트롬본이 있었고, 높은 꾸밈음을 담당하는 클라리넷이 있었다. 시드니 베쳇은 클라리넷 연주자였기에 주 선율이 아닌 꾸밈음을 연주하는 파트를 맡게 되었고, 이에 불만을 가졌다. 하지만 클라리넷이 금관악기의 소리에 묻히는 것은 사실이었다.


 

클라리넷이 주인공이 못된다면 색소폰으로 주인공이 되겠어!


결국, 그는 색소폰을 들고 나온다. 1840년대 아돌프 삭스에 의해 발명된 색소폰은 이후 시드니 베쳇을 거쳐 재즈의 세계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역할로 자리 잡게 된다.


시드니 배쳇이 불고 있는 악기는 소프라노 색소폰. 다른 색소폰들과는 다르게 일자로 되어있다.


색소폰에 대한 한 가지 상식

색소폰은 생긴 것으로 보면 금관악기에 더 가깝지만, 관악기를 분류할 때에는 발성 원리에 따라 분류를 한다. 트럼펫이나 트롬본 같은 금관악기는 입술을 마우스 피스에 대고 진동시켜 낸다. 목관악기는 숨을 불어넣는 곳에 리드(Reed)를 장착하여 소리를 내는데, 이 같은 악기로는 클라리넷과 색소폰이 대표적이다.


새로운 악기가 들어오고 그 소리마저 좋으니 이는 어마어마한 혁신이었겠지만, 당시 뉴올리언스 밴드들은 이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이미 모든 관심을 꿰차고 있던 트럼펫이 가만히 있지를 않았겠지. 애석하게도 당시의 미국 재즈는 색소폰을 수용하지 못했다. 결국 시드니 베쳇은 프랑스로 넘어가게 되는데, 프랑스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둔다. 우리가 그의 노래를 들으면 프랑스가 생각나는 건 그가 주로 활동했던 무대가 프랑스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후 빅밴드의 거장인 듀크 앨링턴(Duke Ellington)은 시드니 베쳇에게 자신의 밴드에 들어오는 것을 권했으나 시드니 베쳇은 이 제안을 거절했고, 그의 제자인 조니 호지스(John Cornelius Hodges)가 듀크 앨링턴 오케스트라의 대표적인 색소폰 주자로 활약하게 된다.





이번 휴가 시즌에는 시드니 베쳇의 재즈로 한층 여유롭고 즐거운 휴가가 되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내가 생각하고 있는 휴가 기간은 8월 19일부터 21일까지 인데, 서핑을 하러 강원도로 갈 예정이다. 그 기간 동안은 브런치도 쉬고 재충전하면서 더 좋은 노래를 찾아봐야지.


 




글쓴이 / 하고(HAGO) / 前 음악 듣는 기린

소개    / Crate Digger, 어쩌다가 LP의 매력에 빠져버려서 모으기 시작한 게 취미가 되어, 블로그와 브런치를 오가며 음악을 소개해 주는 글을 작성하고 있습니다. 후에 개개인의 취향을 저격하는 음악들만 골라서 소개해 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여러 생각들을 글로 정리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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