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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고 Apr 05. 2018

02. 유럽의 가운데에서 국악을 듣다.

두 번째 달, <춘향가>

나는 외국의 클래식 말고 한국의 클래식에도 굉장히 흥미가 많은 편이다. 국악이나 판소리도 좋아하고 퓨전 국악 장르도 좋아한다. 아무래도 너무 전통적인 국악이나 판소리보다는 퓨전 국악이 더 듣기가 편하고 친숙한 멜로디가 많다 보니 그런 것 같다.


두 번째 달은 그런 의미에서 우리에게 더욱 친숙하게 다가올 수 있는 밴드임에는 확실하다. 에스닉 퓨전을 목표로 새로운 음악을 많이 보여주고 있는 두 번째 달의 2016년 앨범 <춘향가>는 우리가 생각하던 어렵고 이해하기 힘든 국악을 좀 더 현대식으로 재해석함과 동시에 우리에게 더욱 친숙한 악기들을 추가하여 높았던 국악의 장벽을 조금 낮추어 주었다.


두번째 달, 왼쪽부터 박진우(베이스), 이영훈(기타), 조윤정(바이올린), 김준수(객원소리꾼), 최진경(건반), 고영열(객원소리꾼), 백선열(드럼), 김현보(기타, 만돌린)


두 번째 달은 "세계 각국의 민요를 친근한 방식으로 재해석하여 연주하는 밴드"라는 슬로건을 걸고 드라마 <아일랜드>, <궁>, <구르미 그린 달빛>, <푸른 바다의 전설> 등에 참여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2005년 발매된 <2nd Moon>2006년 한국 대중음악상의 3개 부문을 수상하고, 2007년에는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2016년 발매한 <춘향가>2017년 한국 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크로스오버 상을 받았다.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하는 말이지만, 두 번째 달은 퓨전 국악만 하는 밴드는 아니다. 많은 나라들의 민속적 성격의 멜로디를 적재적소에 접목시켜 더욱 좋은 노래를 끌어내는 밴드이다.


https://youtu.be/zS1F3SpEHw4

두번째 달 - 달이 피었네

<춘향가>를 제외하고도 두 번째 달은 내가 좋아하는 풍의 음악을 좋아하는데, 내가 좋아하는 음악의 장르가 이 장르인 것도 최근에 알았다. 나는 과거 중세 유럽의 축제에서 나올법한 연주곡들을 굉장히 좋아한다. 아코디언, 바이올린 등이 사람들의 박수소리에 맞추어 경쟁하듯이 연주하는 그런 종류의 장르 말이다.


두 번째 달은 국악에 대한 접근성을 더욱 쉽게 하기 위해 바이올린, 아코디언 같은 우리와 친숙한 악기들을 사용했다. 그리고 서양의 악기가 접목된 국악은 그야말로 거대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중세 유럽으로 간 소리꾼이 유랑악단과 같이 버스킹 하는 듯한 느낌


https://youtu.be/vDokIpk5MLQ

두번째 달 - 적성가(feat. 김준수)


곡의 처음은 국악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경쾌하다. 춘향에게 반한 이몽룡이 그네를 타고 있는 춘향에게 반해 방자를 시켜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대목이다. 중세 유럽의 축제에서 들을법한 멜로디노래는 누가 들어도 판소리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색채가 뚜렷하다. 마치 그 옛날에 서양에 나간 소리꾼이 유럽 길거리 유랑악단을 만나 버스킹을 하는 듯한 느낌도 난다.


https://youtu.be/FQSjkABCryE

두번째 달 - 사랑가(feat. 고영열)

사랑가는 춘향가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으로, 춘향과 이몽룡이 서로 사랑하는 장면을 표현한 곡이다.

어려워도 쉽게 느낄 수 있는 달달한 가사만돌린, 바이올린과 경쾌한 드럼의 박자가 노래의 사랑스러움을 더욱 북돋아주는 느낌이다. 더군다나 객원 소리꾼인 고영열의 목소리 또한 정말 잘 녹아들어 있다.

판소리를 할 때면 소리가 세서 낭만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편견이 이 곡으로 날아가버렸을 정도로 낭만적이고 춘향과 몽룡의 연애하는 모습이 눈 앞에 그려지는 느낌이다.


판소리 특유의 한(恨)을 잘 표현해낸 이별가

https://youtu.be/lWi5EnOg1Mw

두번째 달 - 이별가(feat. 김준수)

이별가는 위 곡들 중에서도 제일 좋아하는 곡으로 처음 들었을 때는 그 분위기와 가사 때문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곡이었다. 서로 사랑하는 춘향과 몽룡이 헤어지는 대목의 노래인데, 특히 3분 20초 부분의 하이라이트가 백미인 곡으로 사랑가와 마찬가지로 객원 소리꾼 김준수의 목소리가 너무 애절함과 동시에 깨끗하고 멀리 뻗어나가는 느낌을 주어서 듣는 내내 나도 모르게 감정을 이입해서 듣게 되는 곡이다.


특히 행궁견월상심색(行宮見月傷心色)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말.


* 행궁견월상심색(行宮見月傷心色) : 행궁에서 빛을 보니, 당시 즐겁게 놀던 자리를 비치던 달빛과는 달리, 지금은 도리어 마음을 슬프게 하는 빛이 되어 사뭇 구슬픈 느낌이 듦. 

당시에는 너무도 아름답고 이쁜 달빛이었지만, 지금은 도리어 그때의 아름다운 생각을 나게 해서 마음을 슬프게 한다.라는 의미로 들으면 될 것 같다.


암행어사 출두야!


https://youtu.be/6ctwCCRu7IU

두번째 달 - 어사출두(feat. 김준수)

하지만 역시 <춘향가>에서 가장 통쾌한 부분은 변학도의 생일잔치에 이몽룡이 나타나 "암행어사 출두야!"를 외치는 장면이 아닐까 싶다.

갈등이 해소되고 옛 고전 소설의 단골 주제인 권선징악이 행해지는 대목이다. 장치가 난장판이 되고 변학도와 하인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너무 잘 표현한 곡으로, 빠른 템포의 곡과 소리가 한데 어우러져서 난장판이 된 잔치판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우리는 그 난장판 한가운데에 우뚝 서서 "암행어사 출두야"를 외치는 몽룡의 모습을 떠올리며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두 번째 달의 춘향가 LP가 있다면 웃돈을 주고서라도 구하고 싶지만 발매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두 번째 달의 <두 번째 달> LP레코드 페어에서 한정판으로 발매가 되었지만, 지금은 찾기가 조금 까다롭고(참고로 <두 번째 달> 앨범에는 이별가의 연주 버전이 들어가 있다. 소리 구성은 조금씩 다르다.), 앞으로 더욱 많은 활동으로 이런 국악 프로젝트를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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