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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우너 May 19. 2022

자기중심적 사고(2)

고장 난 바이올린을 타면 깐따삐야에 간다_09

사람들은 자기중심적으로 한 생각에 은근슬쩍 '옳다, 맞다, 사실이다'는 느낌을 아주 강하게 갖습니다. 자신이 사물이나 정보를 인식하는 것이 정확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투명한 유리를 통해서 세상을 인식하며 어떤 대상과 나의 인식이 1대 1로 대응한다고 믿습니다. 컵을 컵으로, 빨간색을 빨간색으로, 타인을 타인으로 보는 게 뭐가 틀렸나요? 맞잖아요? 사실이잖아요?라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컵은 컵인 것이 아니라 컵이라고 생각하니까 컵으로, 빨간색은 빨간색이 아니라 빨간색이라고 생각하니까 빨간색으로, 너는 너인 것이 아니라 너라고 생각하니까 너로 보이는 것입니다. A 즉비(即非) A 시명(是名)A 가 여기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2015년 인터넷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파검 vs흰금 드레스> 논란이 있었습니다. 한 여성이 자신의 SNS에 올린 드레스의 색깔을 사람마다 전혀 다르게 인지한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똑같은 드레스가 어떤 사람들에게는 파란색과 검은색으로, 어떤 사람들에게는 흰색과 금색으로 보이는 겁니다. 저는 의심의 여지없이 흰금파였는데 실제 드레스는 파검이었습니다. (당시 투표에서 73%가 저처럼 흰금파였다고 합니다) 인간은 자기가 보는 색이 전부라고 생각하지만 고작 가시광선 영역대 안에서만 인지할 뿐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도 개인마다 색 인식의 차이가 있습니다. 초등학교 때 색깔 있는 셀로판지로 안경을 만들어서 낀 기억이 있으신지요? 빨간 안경을 끼면 순식간에 온 세상이 빨간색으로 바뀌고 파란 안경을 끼면 온 세상이 파란색으로 바뀝니다. 셀로판지 안경을 끼지 않는 지금도 그때의 파란 안경을 낀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반문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그때는 셀로판지 안경을 껴서 그런 것이고 지금은 아무것도 안 끼고 있는데 어떻게 지금과 그때가 같냐고 말입니다. 파란 안경을 낀 것과 무지개색 안경(가시광선 안경)을 낀 것은 보이는 색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색의 범위가 조금은 넓어졌을 뿐 렌즈에 따라 왜곡해서 실상을 인지한다는 행위 자체는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습니다.


시각뿐만 아니라 인간은 오감(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을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가 수용하는 정보들은 대부분 이 오감을 통해서입니다. 물론 오감이 모든 정보에 동일하게 사용되는 것도 아닙니다. 아는 사람이 옆을 지나가도 시각적 주의를 주지 않으면 지각하지 못하고 어떤 일에 집중해 있으면 누가 옆에서 하는 말도 듣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선택적 주의) 오감이 있어도 오감에 늘 열려있고 깨어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강력하게 사실이라고 믿는 것들의 근거인 오감 자체가 굉장히 허술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오감으로 지각한 것이 전부이고 사실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넷에서 보는 착시현상의 예들, 정보를 조작하거나 없는 일도 있게 만드는 가짜 뉴스들, 감각 몇 가지를 비슷하게 제공하면 착각을 일으키는 VR 장치들.... 인간의 오감이 얼마나 허술한지, 그래서 조작이 얼마나 쉬운지 보여주는 예는 주변에 많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과학적 근거가 확실히 있는 것들은 명확한 사실이 맞지 않냐고 합니다. 행성은 지구를 중심으로 돈다는 천동설도 그 당시는 과학이었고, 태양을 중심으로 돈다는 지동설도 과학이었습니다. 현재의 우주에는 특정한 중심이 없고 각각의 천체들이 중력의 영향을 받아 운동한다는 일반상대성이론도 과학입니다. 이처럼 과학적 근거를 다른 것보다 가장 신뢰할 만 하지만 그것이 곧 사실임을 말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일반상대성이론 역시 사실, 끝이 아니라 과정일 뿐인지도 모릅니다. 인간이 지각범위 내에서 포착하고 도출된 결론을 잠정적으로 사실이라고 부르지만 아닐 수도 있다는 여지를 열어두는 것이 과학적 태도이겠지요.


지렁이는 눈, 귀, 코가 없습니다. 이해하기 쉽게 인간의 감각이 5감이면 지렁이를 2감으로 정의해봅시다. (정확히 그렇다는 것이 아니고 이해를 위해) 지렁이는 자신이 지각하는 것이 세계의 전부입니다. 지렁이에게는 그것이 1대 1 세계입니다. 곤충들 역시, 특히 잠자리는 시각이 인간과 다릅니다. 그래서 잠자리가 인식하는 세계는 인간과 다르지만 그것이 잠자리에게는 1대 1의 세계입니다. 하지만 인간이 보면 지렁이와 잠자리가 인식하는 세계가 실제가 아니란 것을 압니다. 그럼 여기서 잠깐, 잘 생각해보세요! 지렁이와 잠자리에게 보이는 세계가 실제 1대 1이 아니라는 명확한 그 감을, 인간이라는 동물에게도, 자신에게도 적용해보세요. 지금 인간이 믿고 있는 것들이 다 실재이고 사실이고 1대 1의 세계가 틀림없나요? 인간도 고작 오감일 뿐입니다. 만약 인간의 오감을 넘어서는 8감, 10감의 생명체가  있다면 우리가 보는 것과 전혀 다른 세계를 볼 것입니다. 지렁이가 보는 세계와 인간이 보는 세계가 다르듯이. 그럼 어떤 세계를 실재라고 부를 것인가요?


이 인식을 깨는 게 참 힘듭니다. 다른 동물들에게는 명징하게 적용이 되면서 인간이라는 동물에게는 그게 잘 적용이 안 되는 이유는? 이 글의 제목으로 돌아가 인간이라는 동물이 특히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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