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우너 May 13. 2022

자기중심적 사고(1)

고장 난 바이올린을 타면 깐따삐야에 간다_08

아이들 두세 살 즈음 숨바꼭질 놀이를 해보면 자기 머리만 이불에 처박고 숨어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몸은 훤히 다 보이는데 아이는 자신이 숨은 줄 알고, 부모는 또 그걸 못 본 척해줘야 재미있습니다. 자기 눈에 안 보이면 다른 사람 눈에도 안 보인다고 생각하는 것이 그맘때 아이들이 보이는 발달의 양상입니다. 그러다 아이가 커가며 인지가 발달함에 따라 내 눈을 가려도 남의 눈에는 내가 보일 수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이젠 침대 밑에 숨기도 하고 옷장 안에 숨으며 점점 정교하게 숨을 줄 알게 됩니다. 이렇게 자기중심적으로 사고하는 것이 아직 미성숙한 어린아이들의 발달 과정이자 특성입니다. 그리고 어른이 되며 성숙해감에 따라 자기중심적 사고를 벗어납니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어떤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저 사람은 참 자기중심적이야'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성인이 되어서도 어떤 부분에서는 여전히 미성숙하기도 하고 무의식적으로 자기를 중심에 두고 생각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자주 가는 오래된 주택가 골목 어귀, 허름한 곳에 단골 김밥집이 있습니다. 40년 가까이 한 자리에서 새벽부터 저녁까지 한결같이 김밥을 만드는 곳입니다. 지인 분들께 그 김밥집을 소개해 드리면 드셔 보시고는 대부분 '숨은 맛집'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저는 속으로 '김밥집 사장님 숨은 적 없는데... 40년 동안 그냥 그 자리에 계셨는데...'라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가 의식하지 않고 통상적으로 쓰는 표현이긴 합니다만 내가 이제 알게 되었다고 해서 그동안 김밥집이 숨어있던 것이 되는 맥락은 아이들이 머리만 박고 숨바꼭질하는 것과 다를 게 없습니다. 이처럼 자기를 중심에 둔 사고방식은 우리 생활 곳곳에 만연해 있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에는 시민들이 자주 가는 산이 있는데 이름이 '앞산'입니다. 누가 지은 이름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름 참 쉽게 지었지요? 이 동네 남향집 기준으로 보면 앞에 있으니 '앞산'이라 부르지만 이 산의 너머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이 산이 앞산일까요. 같은 산이지만 방향으로 본다면 어떤 집에는 뒷산, 동산, 서산, 남산, 북산 수많은 산으로 불릴 수도 있습니다. 한 가지 사물에 대해서도 각자의 근거 기준, 준거틀에 따라 생각이 다릅니다. 하나의 이름으로 부르지만, 그 하나가 아니기도 합니다. 이는 금강경에서 주구장창 나오는 논리입니다.
A 즉비(即非)A 시명(是名)A 논법입니다.  A에 앞산을 대입해 보면 "앞산 즉비앞산 시명앞산". 해석하면 '앞산은 앞산이 아니라 그 이름이 앞산이다'. 즉 앞산은 원래부터 앞산이 아니라 앞산이라 부르는 것이다. 앞산이지만 동시에 앞산이 아님을 보는것. 산은 산이 아니고 물은 물이 아니지만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지금 어떤 생각으로 괴롭다면 위의 논법을 적용해보세요.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나오게 해주는 주문과도 같습니다. 괴로움은 괴로움이 아니고 그 이름이 괴로움일 뿐이다.....현실은 현실이 아니고 그 이름이 현실일 뿐이다... 어떤 생각과 판단을 하던지 간에 그것이 곧 '내'가 생각하는 그것만이 아님을 동시에 바라보세요.




작가의 이전글 어린아이 같은 마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