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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우너 Jun 04. 2022

사실에 대한 사실

고장 난 바이올린을 타면 깐따삐야에 간다_14

우리는 더 이상 믿어 의심치 않는 것들을 '사실'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사실이라 믿는 것들을 기반으로 살아가고 그것들로 내 삶을 구성합니다.

신의 존재를 사실이라고 믿으면 그에 맞춰 살아가고

돈의 양과 행복이 정비례한다고 믿으면 그에 맞춰 살아갑니다.


사실이라는 것다수가 그렇게  믿기 시작하면

어느 시점부터는 더 이상 근거를 필요로 하지 않기에 꽤 오랫동안 사실로 유지됩니다. 맹목적으로.

하지만 근거를 따지고 들어가면 많은 사실들이 허술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모래 위에 지은 집처럼.


너무나 확실한 사실인 '나'조차 내가 나인 이유를 묻기 시작하면 당황스럽기 그지없어요.

언제부터 나였는가, 어디서부터 나인가, 무엇이 나인가, 어떻게 나인가, 왜 나인가?

의심의 여지없는 현실도 현실이라고 믿는 근거를 스스로 묻고 답해보세요.


과학에서 사실이라고 말하는 것들도 잠정적 사실, 분석된 사실일 뿐이기에

오히려 '사실화된 가설'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 아닐까요.
경직된 사실을 말랑말랑한 가설로 변환하는 만큼 삶도 유연해집니다.  


모든 것을 '사실'로 가두어두면 모래 위의 작은 집만이 내가 머무는 곳이 됩니다.

문을 열어 갇혀있던 모든 사실을 풀어주면 집도 사라지고 나도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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