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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고집 Nov 01. 2024

달과 6펜스

_광명하는 달을 보며 반짝이는 6펜스를 굴린다.

*서미싯 몸. 달과 6펜스. 서울:민음사, 2000.







발췌록


1. 그때만 해도 나는 인간의 천성이 얼마나 모순투성이인지를 몰랐다. 성실한 사람에게도 얼마나 많은 가식이 있으며, 고결한 사람에게도 얼마나 많은 비열함이 있고, 불량한 사람에게도 얼마나 많은 선량함이 있는지를 몰랐다.


→ 인간은 다면적인 물질과 정신임을.



2. 「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지 않소. 그리지 않고서는 못 배기겠단 말이오. 물에 빠진 사람에게 헤엄을 잘 치고 못 치고가 문제겠소? 우선 헤어나오는 게 중요하지. 그렇지 않으면 빠져 죽어요.」


→ 영혼이 사로잡혔다는 것은 결코 도달할 수 없는 경외로운 사정.



3. 자신이 속한 집단의 경향이 탈인습적이라면 세상 사람의 눈에 자신도 쉽사리 탈인습적으로 비치기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터무니없는 자존심을 가지게 된다.



4. 고통을 겪으면 인품이 고결해진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행복이 때로 사람을 고결하게 만드는 수는 있으나 고통은 대체로 사람을 좀스럽게 만들고 앙심을 품게 만들 뿐이다.



5. 무엇인가를 목표 삼고 있긴 했지만, 나로서는 도무지 알 수 없었고 자기 자신도 모르는 것 같았다.


→ 그의 구도는 자신 내부를 방랑하며 세상의 관습을 헤집고 다닌다.



6. 사랑은 사람을 실제보다 약간 더 훌륭한 존재로, 동시에 약간 열등한 존재로 만들어준다.


→ 목도리도마뱀이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7. 그는 마치 언어로는 기술할 수 없는 어떤 것을 말로 설명해 보려고 애쓰는 신비주의자 같았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한 가지 사실만은 분명하게 표현했다. 사람들은 아름다움이라는 말을 너무 가볍게 사용한다. 말에 대한 감각이 없어 말을 너무 쉽게 사용함으로써 그 말의 힘을 잃어버리고 있다. 별것 아닌 것들을 기술하면서 온갖 것에 그 말을 갖다 쓰기 때문에 그 이름에 값하는 진정한 대상은 위엄을 상실하고 만다.


→ 예술작품에만 '아우라'가 존재한다는 것은 너무 오만한 생각일 수 있다. 어떤 어휘는 걸작을 능가하는 아우라를 가진다.



8. 사람은 누구나 세상에서 홀로이다. 각자가 일종의 구리 탑에 갇혀 신호로써만 다른 이들과 교신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신호들이 공통된 의미 가치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그 뜻은 모호하고 불확실하기만 하다.


→ 내 신호가 가는 곳에도 사람이 있겠지 있어야 하는데?



9. 하기야 나는 캡틴 니콜스란 자가 터무니없는 거짓말쟁이였음을 알고 있다. 그러고 보면 그가 해준 이야기 가운데 진실은 한 마디도 없었을지 모르겠다. 그가 스트릭랜드를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마르세유에 관한 지식도 어느 잡지 나부랭이에서 얻은 것이라 해도 나는 놀라지 않을 것이다.



10. 그때 무엇인가 그에게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이었다. 뭐라고 표현하기가 힘들다고 했다. 천둥 벼락 같은 것이었다고 할까. 하지만 그렇게 말해 놓고는 마음에 들지 않는지, 그건 하나의 계시와 같았네, 하고 고쳐 말했다. 무엇인가 가슴을 뒤트는 것 같더니 돌연 어떤 환희의 느낌, 벅찬 자유의 느낌이 가득 차오르더라는 것이었다. 내 집처럼 편안한 기분이 들어 그 자리에서 단 한순간에, 그는 나머지 인생을 알렉산드리아에서 보내겠노라고 결심을 하고 말았다고 했다.



11. 그의 기행(奇行)도 여기에서는 너그럽게 허용되었다. 토박이든 유럽인이든 이곳 사람들은 그를 괴짜로 보긴 했지만, 워낙 괴짜들을 많이 보아온 사람들이라 그럴 수도 있으려니 생각하였던 것이다. 세상은 이상한 짓을 하는 이상한 사람들로 가득 찼다는 것, 사람은 자기 바라는 대로 되는 게 아니라 생겨먹은 대로 된다는 것을 그 사람들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 세상은 이상한 인간들로 메워져 있다. 이것은 명확하게 알겠다. 그런데 그 뒤의 밑줄은 아직 이해하기가 어렵다. 조금 슬픈 말인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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