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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고집 Aug 05. 2024

그 슬픔조차 텅 비었다.

유수연 시인의 작품을 읽고 그림을 그렸다.


도리어

                        유수연


 고양이나 강아지의 울음을 따라 해도 우리는 사람으로 태어나 사람이었다


 사람이기에 사람의 일을 하는 것을 슬픔이라고 불렀다

 버리지 못할 슬픔을 사람의 꼬리라고 불렀다

 건물에는 불이 꺼지지 않고

 벤치에 앉은 너를 안아보았다


 빈 페트병처럼 곧 찌그러질 듯이 그러나 생각보다 비어있지 않은 너에게


 어떤 말도 하지 않기로 했지만


 다짐은 포옹을 버텨내지 못했다


 다정이 가장 아픈 일이 되었다

 그림자 같음을 걷어내기 위해


 고장난 스위치처럼 너무 많이 깜빡인 눈꺼풀

 너무 많은 침대가 생겨나고 있었다




새로운 일상

                        유수연


 우리가 거의 물이란 걸 알게 된 후

 우리가 위태로운 물풍선 같다고 생각했다

 가끔 차갑고 외로운 악수 같은 때가 있었다

균형아, 나는 너를 안으려 조금 기울었다





시집을 읽고... 제가 그린 그림입니다.

Two lightbulbs, embracing.

Two lightbulbs, embracing / @hagozip



※ 유수연. 기분은 노크하지 않는다. 경기도 파주: 창비,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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