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연 시인의 작품을 읽고 그림을 그렸다.
도리어
유수연
고양이나 강아지의 울음을 따라 해도 우리는 사람으로 태어나 사람이었다
사람이기에 사람의 일을 하는 것을 슬픔이라고 불렀다
버리지 못할 슬픔을 사람의 꼬리라고 불렀다
…
건물에는 불이 꺼지지 않고
벤치에 앉은 너를 안아보았다
빈 페트병처럼 곧 찌그러질 듯이 그러나 생각보다 비어있지 않은 너에게
어떤 말도 하지 않기로 했지만
다짐은 포옹을 버텨내지 못했다
다정이 가장 아픈 일이 되었다
…
그림자 같음을 걷어내기 위해
고장난 스위치처럼 너무 많이 깜빡인 눈꺼풀
너무 많은 침대가 생겨나고 있었다
새로운 일상
유수연
우리가 거의 물이란 걸 알게 된 후
우리가 위태로운 물풍선 같다고 생각했다
…
가끔 차갑고 외로운 악수 같은 때가 있었다
…
균형아, 나는 너를 안으려 조금 기울었다
시집을 읽고... 제가 그린 그림입니다.
Two lightbulbs, embracing.
※ 유수연. 기분은 노크하지 않는다. 경기도 파주: 창비,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