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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AH Aug 12. 2020

소실점 - 주관적인 독후감

자극적인 소재로 기대를 많이 해서 더욱더 아쉬운 작품

소실점; 김희재

    내가 이 책을 접하게 된 계기는 페이스북에서 한창 떴던 [책 끝을 접다]라는 콘텐츠에서 본 카드 콘텐츠였다. 유독 그 페이지가 책을 읽고 싶어 지게 카드 콘텐츠를 만들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이 소설에서 가지고 있는 요소들이 자극적이어서 그런 건지 몰라도 나는 매우 기대를 하면서 이 책을 리디북스에서 결제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돈을 쓴 소비자의 입장에서 좀 불만족스러운 요소들이 좀 있었다. 찬찬히 이 책의 구성을 지극히 주관적인 시점에서 서술해보면서 나의 독후감을 써 내려가고 싶다.


00. Introduction;


이 책의 제목, 소실점의 네이버 국어사전의 뜻. 개인적으로 정말 간지 나는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소. 실. 점"이라니 개간지 아니냐..?

    소실점, 네이버 국어사전에 따르면 미술 용어로 실제로는 평행하는 직선을 투시도상에서 멀리 연장했을 때 하나로 만나는 점이라고 한다. 아니, 솔직히 다른 건 몰라도 작가가 간지 나게 제목을 지은 것은 인정한다. 그래서 기대를 엄청 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소실점이라는 단어와 전체적인 줄거리의 커넥션은 기억도 잘 안 날 정도로 임팩트가 미미하다.


    이 소설은 뒤에 나오는 지은이의 말처럼 추격, 스릴러, 강력범죄의 탈을 뒤집어쓴 로맨스 소설이다. 개인적으로 플롯은 다소 진부하다고 느낄 수 있었으나, 작가의 아이디어와 엔터테인먼트 성 만은 칭찬해 줄 수 있다. 자극적인 영화 같은 플롯, 톡톡 튀는 캐릭터들처럼 같이 잘하면 대박을 칠 수 있는 포인트가 분명 있었는데 작가가 역량이 부족해 제대로 못 이끈 것 같은 소설이다.



01. 문체;

    소설을 집필하였을 때 보통 오타나 띄어쓰기 등 검열을 하는 것으로 아는데, 이 책에서는 그에 대한 노력이 하나도 보이지 않아 매우 놀랐다. 하지만 나 자신도 맞춤법 천재가 아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 뭐라 왈가왈부하고 싶진 않다. 다만, 이 책을 편집하였을 때에 돈이 없었나 라는 생각이 들뿐이다. 작가의 문체는 좋게 말하면 현실성이 제대로 드러나는 지역 호칭과 브랜드 명 등이 이루어진 군더더기 없는 문체였다. 또한 등장인물 사이의 대화도 문어체가 아닌 현실에서 캐주얼하게 던질 수 있는 구어체로 이루어져 있어 현실감을 더한 것 같았다. 소설이 아닌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 이런 문체가 쉽게 읽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었다. 사실 이 소설이 가진 변화가 심한 플롯을 따라가려면 이런 문체가 필수적이다. 굳이 단점을 꼽자면 감정선과 캐릭터를 묘사할 때 디테일이 부족했다는 점? 하지만 이 문제는 문체보다는 작가의 역량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담백하게 '작가의 문체'라는 시각에 맞추자면 나는 만족한다. 이 문체 자체가 제한적인 3자 적 관찰 시점을 구성함으로 이 소설의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와 플롯을 보았을 때 어울리는 문체라 만족한다. 오히려 감정선을 디테일하게 표현하는 시적인 문체가 책을 다 버려놓았을 거라 생각한다. 줄거리가 빠르게 빠르게 돌아가야 하는 영화 같은 추리게임이니.


02. 줄거리;

    줄거리는 드라마에서 찾기 쉬운 자극적인 소재로 머무러 진, 비빔밥 같은 줄거리였다. 잘 만들어진 비빔밥이 아닌 그저 각 재료만이 톡톡 튀는 그런 줄거리. 분명 이런 요소를 생각해 낼 수 있다면 해당 작가가 글을 쓰고 먹고사는 경험있는 작가라는 건 알겠는데, 이 요소들을 이끌어낼 기발한 아이디어가 부족한 것 같았다. 내가 글쓴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감히 궁예를 해보자면 추리/미스터리라는 주제에 벗어난 글을 쓰던 사람인 것 같다. 역량이 부족하다. 간단하게 말하면 이 책에서 작가의 실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막무가내인 강형사와 독자들을 따돌림시키는 등장인물들의 감정선, 그리고 의문점만 드는 마지막. 그리고 내가 교훈충이라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줄거리에서 느끼는 철학적 교훈이나 메시지가 없었다. 아니, 있긴 있나. 자아에 대한 고뇌? 하지만 작가가 제대로 포커스를 안 해서 그다지 부각되지도 않았다. 만약 선우라는 캐릭터에 대해서 더 세세한 감정선을 표현했으면 아, 나 자신이 누구인가? 변태 SM 취향을 가진 사람? 아니면 사람들이 알아주는 엘리트 아나운서? 이런 질문들을 던졌더라면, 고난에 휩싸인 사이코 같지만 매력적인 캐릭터를 부각할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작가의 부적절한 강약 조절로 인해 내 안의 선우는 그저 사이코 민폐 캐릭터로 남았다. 추리 미스터리 물인지 아니면 집착 물인지 당최 영문을 알 수 없는 줄거리와 함께.


03. 캐릭터;

    개인적으로 많이 실망했던 요소 중 하나다. 작가가 그나마 줄거리를 제대로 이끌어가려고 그런 건지는 몰라도 캐릭터들이 잘만 하면 맛깔나게 이야기를 이끌 수 있는데 그것을 하나같이 무시하고 지나간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 책의 철학적 주제 중 하나가 선우의 자아 충돌인데, 이 부분에 대한 묘사가 살짝 불친절하다 느꼈다. 차라리 에필로그에 사건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묘사하는 것보다 선우의 감정선을 제대로 표현하는 어린 시절 에피소드나, 아니면 선우와 인하 사이의 일상과 대화를 담았다면 더 깔끔하게 표현될 수 있지않았을까. 그러면 안 그래도 정신에 문제 있어 보이는 민폐 캐릭터 선우가 더 이해되었을텐데. 오해를 살까 덧붙이지만 개인적인 입장에서 SM취향을 찾기가 힘들다 생각해도 정신병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성적 취향이나 자신의 사생활이니 자기가 알아서 룰에 맞추어 남에게 피해 가지 않는 선에서 잘 처리하면 된다. 내가 선우가 사이코 같다고 이야기하는 이유는 그녀의 알 수 없는 충동으로 가득한 무책임한 행동들 때문이다. 만약 작가가 이에 대해서 잘 서술하고 그녀의 감정선을 잘 풀어나갔으면 내 안의 사이코패스인 선우가 그나마 정상인으로 낙인 되지 않았을까. 하지만 나에게는 이미 선우라는 캐릭터는 자신의 자아 충돌에 못 이겨 타인들에게 상처만 주고 떠난 매우 이기적인 미친년으로 남았다.

    선우를 그렇게 극단적으로 설정한 이유를 작가는 인하의 헌신적 사랑을 표현하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마 솔직히 저리 헌신적 사랑이 가능하긴 한가. 나 같으면 저런 미친년 연 끝 은지 오래 일 것 같다. 물론, 내가 그 대단한 사랑을 해보지 않아 이렇게 느끼는 걸 수도 있다. 또한 주희의 감정선에 너무 치우쳐진 나머지 많은 독자들이 관심 가져할 만한 인하의 감정선이 제대로 나타나지 않았다. 이렇게 불투명하게 감정선을 표현할 것이었으면, 차라리 아예 인하에 대한 묘사를 제한 적으로 두어 독자들이 인하의 감정선을 추리할 수 있게 하는 편이 낫다. 작가가 생각한 미스터리한 훈남의 이미지는 이해가 가지만, 그래, 드라마에서 그것이 분명 인기를 끌겠지만 당신은 소설 작가이지 차은우를 캐스팅한 드라마 작가가 아니다. 차라리 그 잘생긴 얼굴 묘사를 정확하게 하여 독자들이 저래도 잘생겼으니 봐줄 수 있어하고 넘어 가게 하던지. 그리고, 그 누구냐, 선우 남편. 그분은 내가 흑막이 있으면 재밌겠다 하면서 기대하고 보았던 캐릭터다. 하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너무 미미한 분량으로 사라져 버린 그 캐릭터. 차라리 선우 남편과 선우의 미묘한 불협화음을 더 서술했으면 아, 선우가 이유 있는 미친년이였구나 하고 넘어갔을 텐데 너무나도 파트가 없어 선우는 이유 없는 미친년이 되어버렸다.


04. 총점;

    술술 넘어가는 문체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간지 나는 제목. 하지만 당최 알 수 없는 줄거리와 특이하지만 이해가 불가능한 캐릭터들의 부조화로 인해 많이 실망한 책. 고로 개인적인 별점은 2/5로 주고 싶다. 다시는 읽지 않을 책. 이북으로 사서 그나마 다행인 책.

    이 모든 독후감은 매우 개인적이고도 주관적인 나의 시점에서 서술되었기에 당신이 이 책을 읽었을 때 느낌은 나와 상이하게 다를 수 있다. 서점에 갔는데 할 것이 아무것도 없고 심심하면 한번 집어서 나와 느끼는 점이 같은지 아닌지 판단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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