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일기애보
아빠와 아이 모임은 보통 전날 '야 눈썰매 타러 어린이 회관 갈래?' 이런식으로 갑자기 시작되는 편이다. 그럼 상대방은'어 한번 물어보고 연락줄게.' 라고 답한다. 물론 물어보는 대상은 아이다. 그냥 말없이 혼자 약속을 잡으면 내 마음대로 진행이 안되는 경우가 많아 명확하게 아이의 의사를 물어봐야 약속이 파토나는 것을 방지 할 수 있다. 때로는 전날 저녁에 아이들끼리 영상통화로 '일찍자고 내일 만나자.!' 라고 확인, 얼굴도장까지 찍기도 한다. 그러면 일찍 재울 수도 있고 막판에 깽판을 치는 경우도 방지 할 수 있기때문이다.
이번 주말은 오랜만에 '부자'친구 아니 친구 '부자'와 함께 외출을 했다. 장소는 올해 마지막 눈썰매장. 지난 번에 스키장에서 반일권티켓으로 여덟번 탔다고 친구에게 말했더니 반일인데 그거밖에 안탔어? 라며 오늘은 뽕을 뽑을 것처럼 썰매장으로 향했다. 가는 차안에서(우리 팀이 밍기적 거리는 바람에 친구가 데리러 와주었다.) 두 녀석은 오랜만에 본 것도 잠시, 서로 듣고 싶은 노래를 듣겠다고 또 기싸움아닌 싸움. ('로이의 소방안전 이야기' from 로보카 폴리 vs '우리는 모두 친구' from 포켓몬). 그 싸움에 운전자 친구만 음성인식으로 말하느라 바쁘다.
이렇게 한나절 놀고 그냥 집으로 갈거였으면 우리는 나오지도 않았다. 이럴 때 집에 있을 엄마들에게 생색도 낸다. '응 밥도 잘먹고 쉬도 잘하고 잘 놀고 있어 걱정마. 저녁먹고 들어갈게 끊어(쎈척).'
저녁먹으러 근처의 중국집으로 이동. 또 노래 틀어달라고 신경전. 친구는 검색하랴 운전하랴 짜증도 낼법하지만 운전에 집중한다. 자장면은 언제든 실패하지 않는 메뉴인거 아빠들는 다 알고 있다. 아빠들도 좀 쉬고 서로 교대로 편하게 화장실도 다녀온다. 둘이 다니면 화장실 가는 것도 쉽지 않다. 후식은 근처 카페에서 아이스크림과 아빠들도 카페인 충전으로 일정을 마무리 해본다. 카페 주인분도 엄마들 없이 아빠들만 애들데리고 나온거냐며 대단하다고 칭찬. 사실 이런 맛에 데리고 나올 때도 있다. 그러기에 이미 나의 체력은 방전...
집에 도착 후 나는 당당히"오늘은 당신이 목욕 시키면 안될까(요)?" 라고 외쳐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