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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el May 21. 2024

어머나, 내 아이가 내 아이가 아니었구나...!


둘째 이안이가 

오늘 어린이 집에서 승마체험을 하러갔다. 

좋은 어린이의 달 5월이 찾아오니 

지천이 자연인 강릉에서는 그것을 가만 놔 둘 리 없다. 

산으로 들로 바다로 어린이집은 더욱 바빠 졌다. 


올해는 특별히 신나는 체험이 많다. 

얼마전엔 요트타기 체험도 했었고, 오늘은 승마다. 

일곱살 꼬마 일주일 스케줄이 나보다 더 화려하다.  


소풍이나 체험등 이벤트가 있는 날이어도 

집에서는 아침에나 조금 분주하지 

아이들이 등원하고 나면 나의 일상은 비슷하게 시작된다.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하고 

청소를 시작한다. 

아침의 활기는 금새 차분함으로 바뀐다.  


'카톡!' 

청소를 하다말고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어린이집 원장님이다.


커다란 말에 올라타 씨익 웃는 모습의 이안이

사진과 영상을 두어개 보내주셨다. 

말 여러 마리가 아이들을 한명씩 태우고 

마방에서 연습삼아 실내를 돌고는 바깥까지 나온다. 


이안이는 두려워하는 기색은 없고 

싱글싱글 웃으며 카메라를 보고 손을 흔든다.  

'이야~ 이안이 멋있다! 이안이 최고최고!' 

원장님의 칭찬이 쏟아진다. 


카메라속에는 선생님들이 아이들 사진을 담느라 

분주하고, 말 고삐를 잡고 안내해 주시는 분들도 

여럿 보인다. 


별생각 없이 사진을 들여다 보다가 

별안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머나...! 

이안이를 내가 키운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순간에 이안이는 원장님과, 관리사님, 

선생님들, 차량 기사님이 키워주고 계시는구나. 


내 손이 닿지 않는 시간과 공간에서는 

다른 많은 인연들이 이안이를 키워주시는구나. 

내가 줄 수 없는 시간과 경험과 사랑을 

다른 많은 사람들이 채워 주고 있구나. 


내가 낳았으니 당연히 내 자식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이 아이가 내 아이라기 보다는, 

내가 그저 다른 사람들보다 좀 더 연이 깊어

이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일 뿐이었다. 


그저 좀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일 뿐, 

우리는 누구도 내것도 네것도 아니다. 


연이 닿았다는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 그렇다.  

그 이유를 내가 대부분은 당장 알지 못하지만 

그 연을 통해 내가 배울것이 있다는 것은 확실히 알고 있다. 

내가 배울 것이 있기에 이 경험이 나에게 일어난다. 


두 해전, 

엄마가 돌아가셨을때 문득 이런생각이 들었다. 

아, 우리엄마는 여기까지구나. 

나 라는 사람에게 엄마는 마흔까지만 존재하는 거구나. 

엄마와의 연은 여기까지 이구나. 


엄마가 있을 때 배워야 할 무엇이 있었을 것이고

엄마가 떠남으로 해서 배울 무엇이 또 있을 것이다. 


내가 지금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은, 

싫든 좋든 나와 연이 닿아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몇 십년이 넘는 깊은 인연일 수도, 

며칠 만에 스쳐지나가는 가벼운 인연 수도 있겠지만  

연의 깊이와 무게와 길이와 상관없이 

함께 있을때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 - 


진심으로 기울여 이야기를 듣는 것이든, 

따뜻한 밥을 한끼 차려내는 일이든,

싱긋 미소한번 짓는 것이든, 


그 한번의 최선을 다함이 

내가 그 연으로 부터 배움을 얻는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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