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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el Oct 17. 2022

엄마를 보았다.


엄마를 보았다.


엄마는 새하얀 침대 속에 벌거벗고 아무렇게나 누워있었다.

반쯤 벌려놓은 검은 입에는 굵은 호스가 물려있었다.      


삐익삐익 바쁘게 돌아가는 기계 소리와 억지로 할딱이는 숨소리만 빼면 멈춰버린 시간 속에 들어온 것처럼 적막했다.

      

떨어지지 않는 다리를 무겁게 끌어당겨 겨우 엄마 옆에 다가섰다. 바들바들 떨리는 손은 차마 엄마에게는 닿지 못하고 서로 세계 부둥켜 잡고만 있었다.


금세라도 미친년처럼 무너져 버릴 것 같은 정신을 간신히 부여잡고는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엄..마..      


내가 뱉은 그 한마디에 왈칵 뜨거운 눈물이 봇물터지듯 뿜어져나오기 시작했다.


엄마.. 엄마..

나 왔어..     


생의 마지막 순간을 향해 빠르게 달려가고있는 엄마를 붙잡고 나는 작별 인사를 해야 한다.


평생 후회하지 않을 말을 건네야 하는 순간이다. 그 날카로운 순간에 내가 서 있다.      


한대 후려쳐 맞은 듯 멍한 머리를 굴려보려 애쓰고 있는데

가슴이 불쑥 먼저 말을 뱉었다.


사랑해!


엄마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엄마 사랑해!      


원초적인 날것의 목소리들이 급하게 나를 찢고 앞다투어 튀어 나왔다.


사랑해 엄마! 나 키워줘서 고마워.  

내 엄마 해줘서 고마워!

엄마 너무너무 사랑해... 고마워! 

사랑해 엄마! 사랑해! 사랑해!     


온 세상이 켜켜이 쌓인 울음을 토해냈다.

그렇게 내 엄마의 불씨가 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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