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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el Oct 14. 2022

역사 속 인물들에게 고마움을 느낀 적이 있다면...!

스무 살 무렵, 근현대 역사를 책과 영화로 접하면서부터 나에겐 부채의식이 생겼었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수많은 그들에게 너무 큰 빚을 졌다는 생각에 너무도 고맙고 미안해서 당장 어떻게라도 갚아야 할 것 같은 느낌이 한동안 들었다. 아무 일 없이 평범한 내 일상이 사치스럽게까지 느껴졌다.

그러면서 내가 당장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았다.
관련 단체에 들어가 일을 해야 하나? 이런 역사를 알리려고 노력해야 하나? 아니면 정기 후원이라도 해야 하나? 어느 것 하나 선뜻하지도 못하면서 전전긍긍 마음만 불편했다.

고심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지금 내 자리에서 감사하며 잘 사는 것이었다.  


내가 다 갚을 수 도 없겠지만, 만일 꿈에서라도 그들을 만나

"이리 큰 것을 거저 받았는데 제가 뭘 해드리면 좋을 까요?" 하고 묻는다면,  아마 그들은 "지금 거기에서 잘 살아주는 것"라고 답할 것 같았다.


본인들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지금의 이 좋은 시절을 그냥 마음껏 누리라고 할 것 같았다. 그게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라고...


거저 주어지던 것들은 보통 대단한 것을 주면서도 내게 대단한 걸 바라지 않았다. 푸른 하늘도 선선한 바람도 시원한 바다도 모두 내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다. 그냥 내가 마음껏 즐길 수 있게 거기 있었다.   


내가 배 아파 낳은 아이가 혹여 라도, 

“엄마, 저를 낳으시느라 많이 힘드셨을 텐데 제가 어떻게 해드리면 좋을까요?"


라고 정말 혹여 라도 묻는다면, 

내 대답은...


”그래, 나 힘들었으니 안마를 해라,

그리고 오늘부터는 네가 밥을 차리도록 해라 “가 아니라


"그저 너의 삶을 잘 살면 된단다.  나를 통해 이 세상을 본 너에게 내가 바라는 것은 그저 네가 네 삶을 즐기며 잘 사는 것. 그거면 충분하다"라고 이야기할 것 같다.


7살이면 7살만큼의 삶을 17살이면 17살만큼의 자기 앞의 삶을 잘 살아내 주기만 한다면 정말이지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 너 살기도 바쁠 텐데 어찌 내 생각까지 했니. 물어봐준 것이 외려 감동 일정도이다.


역사를 배우고 공부하는 이유는 과거와 현재를 잘 알기 위함이라 생각한다. 지금의 나와는 당장 상관이 없어 보이는 일일지 몰라도 내가 알지 못하는 많은 것들이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무슨 일이 왜 일어났는지 알기는 해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너무 치우쳐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누군가 에게는 그런 일이 숙명이나 소명처럼 생각되어 세상에 전하고 맞서 싸우려 노력하겠지만은 모든 사람이 그럴 필요는 없고 또 그럴 수도 없다는 것을 안다. 그것이 모래알처럼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사는 이유이겠지.


역시나 나의 결론은 주어진 내 삶에 감사하며 잘 살아가는 것으로 흘러든다.


내 앞에 놓인 생을 즐겁게 잘 살아냄으로써 거저 받은 빚을 조금이나마 갚는 것. 그리고 나 또한 다음 세대가 편히 건널 수 있는 작은 돌다리 하나가 되어주는 것. 내가 이 세상에 온 이유를 알고 그것이 고유의 빛을 내도록 하는 것.


그것은 지금 내가 읽는 책 한 줄일 수도 두 아이의 점심 도시락을 닦는 일일 수도 있을 것이다. 무엇이 되었든 그것은 나의 지금을 감사하며 충분히 즐기고 충실히 잘 살아내는 일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내 앞의 생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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