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니스구 Apr 24. 2024

예지몽

진짜인가 개꿈인가

2주 전, 왼쪽 엉덩이에 갑자기 없던 문신이 생겼다. 뻗어나간 나뭇가지에 잎사귀가 몇 개 달린 문신이었다. 꿈에서 깬 나는 허겁지겁 수첩과 볼펜을 찾아 생각나는 그대로 그렸다. 그리고는 네이버에 '엉덩이 문신 꿈'이라고 쳤다. 없던 문신이 갑자기 생기는 건 승진, 재물, 지위, 권력상승을 의미한다고 했다.


앗싸!!! 내심 기분 좋아진 나는 무슨 좋은 일이 생기려나 싶어 하루 종일 마음이 들떴고 남편한테도 이 사실을 카톡으로 알렸다.


그 꿈을 꾸기 하루 전, 6개월에 한 번씩 받던 유방초음파 검사를 건대병원에서 받았고

일주일 후에 결과를 들으러 갔다.


교수님 뵙기 전에 대기하면서 네이버에 올라온 유방암에 관련된 글을 읽다가 어찌어찌

링크를 타고 들어갔는데 다음과 같은 그림을 보게 되었다.


갑자기 뒷목이 서늘해지는 느낌.

달달달 떨리는 손으로 '유방림프절'을 더 검색해 보았다. 꿈에서 봤던 그 문신이 무엇을 뜻하는지 영화 속 휙휙 지나가는 장면처럼 떠올랐다.


'아니겠지... 아닐 거야...' 하며 앞서가는 상상력을 제어하고 있을 때 내 이름을 부르는 간호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교수님 앞 의자에 조심스레 앉는 순간, "이게 왜 생겼지? 뭐가 또 생겼는데?" 하셨다.


헉! 내 눈은 초음파 사진에 고정되었고 정말 혹 같은 뭔가가 있는 게 보였다. 이어 세포검사가 진행되었고 일주일 후에 결과를 보자고 하셨다.


천겁 만겁의 시간 같은 일주일이 지나고, 이상세포 소견이 나왔다며 암인 거 같다고 하셨다. 

유방암이 재발한 것이다.

6년 전 수술한 왼쪽 가슴에서.


뭐지? 그 문신꿈은?

해몽이 정말 잘못됐네, 아이 씨.


하... 이 사실을 언제 어떻게 또 가족들한테 알린담.

6년 전 첫 암선고를 받았을 때에 비하면 이번엔 그저 덤덤했다.

5년 후 가장 많이 재발한다더니 올 것이 왔구나 하는 느낌이었다.


이제 막 고급 와인의 맛을 알아가기 시작했는데 술 때문이었나, 

매일 한잔씩 즐기던 카페라테 때문이었나, 

난각 1번 유정란이 아닌 싸구려 계란을 먹어서인가, 

우유와 치즈를 즐겨 먹어서인가,

1군 발암물질이라는 소고기, 돼지고기를 너무 많이 먹었나. 


비만은 전혀 아닌데...

출산도 두 번이나 했고,

모유수유도 일 년씩 두 명에게 했고,

초경도 중1 때 했고,

집안 조상중에 유방암으로 돌아가신 분도 없다.


또 이 지긋지긋한 원인 찾기에 돌입했다.

문신꿈은 예지몽이었을까 개꿈이었을까.

이전 01화 공감능력 부재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