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에게

그냥 너를 떠올리는 밤이어서 보내는 내가.

by 김얍얍

P, 오늘 나는 이 학교에서 마지막 월급을 받았어. 그리고 인수인계를 하러 갔어.

혹시 그럴 때 있어? 그냥 날 싫어 하는 사람들 속에 서 있는 느낌. 운동장 한가운데에 누워 있는 느낌.

난 오늘 그런 느낌을 받았어. 사실 며칠 됐어.

알다시피 지금 늘봄으로 시끌벅적한 교육기관이잖아. 그래서 내가 한 번 이야기를 한 적이 있거든. 특수도 방과후랑 늘봄을 늘봄실무사한테 이관해달라고. 근데 그게 위에 사람들은 조금 보기 싫었나봐. 어떤 다른 선생님은 그냥 비웃으시더라고. 그게 계속 귀에 남아서 이렇게 몇 날 며칠을 날 괴롭히고 있어.

그래서 그런지 마지막 월급이 조금 씁쓸하고 슬프게 느껴지는거 같아. 마무리를 잘 하지 못하고 그냥 꽁으로 받은 느낌. 그래서 내가 진짜 쓸모없는 느낌.

근데 이런 기분에 계속 있으면 안될거 같더라고. 그래서 충동적으로 드럼 수업을 시작했어.

사실 그렇게 충동적인건 아닌게 알다시피 내가 집 근처 마트 문화센터에서 드럼 초급 수업을 들은지 3달째잖아? 그래서 올해 언젠가는 들을 수 있겠다 싶었는데 그게 오늘이었어.

나 그래서 목요일 7시에 드럼 수업 들으러가. 드럼 수강을 하려고 상담받으러 갔는데 상담실 바로 앞 드럼실에는 우리 아빠 나이대 아저씨가 드럼을 치고 계시더라고. 그리고 드럼 강의실 설명을 듣고 있는데 어떤 할머니가 나오셔서 드럼 악보 다시 뽑아줄 수 있냐고 물어보시는데 진짜 멋있더라. 내가 또 아침에는 드립커피로 하루를 열고, 점심에는 드럼으로 활기찬 운동을 하는 그런 할머니가 되고 싶었잖아. 그러니깐 기분이 많이 나아졌어. 뭔가 다시 할 수 있을거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 역시 드럼을 치기 잘했어.

나는 지금 터널 속에 있어. 동굴이 아니라. 동굴 속은 끝이 막힌 바위로 끝나지만, 터널은 밖이라는 끝이 있잖아.

이 감정도 끝이 날거야. 이미 그 사람들과는 끝을 냈으니깐. 점점 감정은 무뎌지다가 끝날거야. 감정에 파묻혀서 동굴 속에 갇히면 안돼.

하하하하 웃기게도 계속 나에게 되뇌이고 있는 말들이야. P는 요즘 어떤 음악을 들어? P가 좋아하는 음악에 맞는 드럼 반주를 칠 수 있을 때까지 한 번 열심히 배워볼게.

나쁜 생각이긴 한데, 나 드럼 시작한 이유 이야기해줄까?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때 그 사람 머리를 칠 수 없으니 드럼이라도 쳐야지!! 하는 생각으로 드럼을 시작했어. P도 싫어하는 사람이 생기면 드럼을 한 번 그 사람이다 생각하고 쳐봐. 참고로 드럼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길, 베이스 드럼을 칠 때는 힘껏 정강이를 찬다는 느낌으로 치라고 하셨어. 그래서 그런지 난 베이스 드럼이 제일 좋아.

조금 더 연습해서 더 많은 곡을 칠 수 있게 되면 다시 이야기해줄게. 지금은 오혁의 '소녀'까지 배웠어! 그래서 이 곡 하나만 칠 줄 알아.

그럼 안녕.


2025년 2월 17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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