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기 고양이들은 어른이 되었을까?

야옹야옹 울었지

by 하영

내가 유년기에 우리 가족은 단독주택에 살았다. 서울에서도 도심에 가까운 곳이었지만 개발이 되지 않아 오래된 다세대주택이나 단독주택이 다른 곳보다 많은 동네였다.

우리 집도 그중 하나였는데, 할머니 할아버지가 이북에서 피난을 오셨을 때 터를 잡고 지으신 집이라고 하셨다. 내가 태어났을 때는 50년이 넘어 낡디 낡아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지.

그 집은 한일 월드컵 무렵 공사를 해 예쁜 목조주택으로 탈바꿈을 했다. 내가 초등학교 생활은 예쁜 집에서 보내게 해주고 싶다는 아빠의 사랑으로 다소 무리해서 시작한 일. 나는 마냥 신났다.

그런데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동네는 뉴타운 지역에 포함이 되어버렸다.

뉴타운이 되면 땅값이 오르니 좋은 것 아니냐고?

모르는 소리.

집값은 주로 철근 가격 등으로 매겨진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집은 하필 목조주택이었으니 말 다했지.

더 중요한 것, 그 동네에는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었다. 흔히들 말하는 ‘서울 집값’을 가진 브랜드 아파트.

여전히 동네 재래시장에서 장을 봐서 밥을 지어먹고, 밤이면 메밀묵 장수가 돌아다니는(못 믿겠지만 우리 동네에는 정말 있었다.) 서민 동네 사람들은 보상을 최고로 받아도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집이었다. 한 마디로, 우리는 더 이상 그곳에 살 수 없게 된 것이다.

물론 게 중 여유가 조금 있는 사람들은 환영했다. 보상을 충분히 받고, 빚을 좀 내면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었고, 아파트 값은 오를 것이라는 금빛 미래를 꿈꿨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튼, 뉴타운이 확정되었다고 바로 집을 허물지는 않는다. 나는 다행히도 초등 6년을 모두 하얀 집에서 보낼 수 있었다.

그 집에서는 참 많은 추억을 쌓았다.

우리 집은 동네의 사랑방 역할을 담당했다. 찾을 사람이 있으면 우리 집을 확인하면 될 정도였으니.

집에는 항상 맥심 믹스커피와 빠다코코낫 냄새가 났고, 할머니와 아줌마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그 틈으로 들리던 사각사각 사과 깎는 소리는 아직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리 중 하나다.

하지만, 집을 가득 채웠던 그들이 지금 무엇을 하고 사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아니, 살아는 계실까?

그나마 내 친구 몇 명과는 아직 연이 끊기지 않아 종종 만나고는 하는데, 아직도 만나면 그 동네 이야기를 한다.

다 같이 한발 뛰기를 하고 논 일, 집 앞에서 바자회를 연 일, 개똥을 밟고 우는 친구 동생을 놀렸던 일을 이야기하다 보면 시간이 금세 지나간다.

그러다가 생각난 이야기가 있다.


초등학교 6학년, 뉴타운이 시행되고 이주가 시작되었다. 주민들은 하나 둘 보금자리를 떠나 새로운 동네로 둥지를 옮겼고, 빨간 페인트로 엑스자가 쳐진 집이 90%를 넘겼다.

유난히 집에 대한 애착이 컸던 우리 가족은 버틸 때까지 버티겠다는 마음으로 끝까지 이사를 미뤄서 유령마을 같은 동네에 홀로 남아있었다. 우리 집은 더 이상 사랑방이 아니었다. 웃음소리가 나면 메아리가 되어 돌아오는 집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비어있는 옆집에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삐요삐요-

아기고양이 소리였다.

동네를 떠나지 않은 고양이가 새끼를 낳은 것이다. 사람이 떠난 건물은 새끼를 키우기엔 안성맞춤이었을 것이다.

그 고양이는 몰랐겠지. 몇 달 뒤면 그 집이 허물어진다는 것을.

나는 학교에 다녀오면 창문을 통해 옆집을 바라보았다. 아기고양이는 조금씩 자라고 있었다. 꼬물거리는 모습이 마치 애벌레 같아 신기하고 귀여웠다.

그러다 결국, 나는 아기 고양이들이 독립하는 것을 보지 못하고 그 동네를 떠나게 되었다.


티비와 신문을 보면 매일같이 재개발 뉴스가 나온다. 최근에는 그린벨트를 해제해서까지 재개발을 한다는 뉴스도 본 듯하다.

인간은 참 갈아엎기를 좋아한다. 사람이 없다고 노래를 부르면서 집은 왜 이리 많이 지어대는지 의문이랄까

그리고 항상 걱정이 된다. 저 동네 사람들도 우리 동네 사람들처럼 평생 살아온 곳에 돌아가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돈이 없기 때문에 보금자리를 잃는 것은 아닐까.

무엇보다도, 다시 만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아직도 가끔 그 고양이들이 떠오른다. 그 고양이들은 무사히 동네를 떠났을까?

건물이 허물리는 것도 모르고, 돌더미에 깔리지는 않았을는지.

무사히 동네를 떠났다면, 어디로 갔을까?

좋은 동네에 가서, 사냥법도 배우고 멋진 어른 고양이가 되었을까?

어쩌면 어른이 되지 못하고 머물러있는 건 나일지도 모른다. 추억에 매몰되어 그 동네를 떠나지 못하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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