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여구

어려운 말은 너무 어려워

by 하영

나는 길고 뚱뚱한 문장을 싫어한다. 그리고 잘 못쓴다. 그게 뭐 좋은 게 있어서 잘해야 하느냐 하겠지만, 가끔은 화려한 미사여구가 달린 문장이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최근 종종 들고 있다.

왜냐?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그게 잘 팔리니까.

세상은 잘 꾸며진 상품을 좋아한다.

현대 사회에서 내가 쓰는 글은 예술인 동시에 상업의 영역에 속한다.

시장논리에 의하면 팔리지 않는, 수요 없는 공급은 도태되어 소멸되는 것이 순리이다. 나는 소멸을 원치 않기에 잘 팔리는 글을 써내야만 하고, 그렇기에 화려한 문장이 필요한 것이다.


다음으로는 '있어 보여서'

생물은 뽐내기를 좋아한다.

인간뿐이 아니다. 동물을 보아라. 공작새는 이성의 선택을 받기 위하여 화려한 깃털을 뽐낸다. 식물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꽃잎을 알록달록하게, 암술과 수술을 길게 뽐내어 꿀벌을 불러들인다.

뽐내는 것은 생물의 원초적 본능인 것이다.

그렇기에 소위 '있어 보이는' 것들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문장이 길고 단어가 어려울수록 글의 메시지는 속으로 숨어든다. (물론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문장이 길어지는 친절한 경우도 있다.) 화려한 문장은 작가의 빈약한 메시지와 궁핍한 생각을 가리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기에 아주 좋다.

물론 미학만을 추구하여 글을 짓는 사람도 있지만, 내가 말하는 것은 그것과 다른 경우를 뜻한다는 걸 알거라 생각한다.


미사여구가 주렁주렁 달린 화려한 문장이 필요함을 앎에도 쉽고 깨끗한 문장을 좋아하는 것은, 독자에게 예리한 면으로 접촉하고픈 나의 마음이다.

keyword
월요일 연재
이전 07화연락을 기다린다는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