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글을 쓰자

글을 쓸거야

by 하영

나는 누군가 직업을 물으면 첫번째로 작가라 답하곤 한다.

영화 크레딧에 내 이름 한 줄, 내 이름으로 출간된 책 한 권 없지만 나는 작가다.

물론 글로 돈을 벌어본 경험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글을 써서 밥벌이를 하지는 못하기에 내게 직업을 물어본 사람에게 스스로를 작가라 칭한 뒤에는, 최대한 글에 관련된 이야기를 피하려 애쓴다.

정말 구질구질해.

나는 왜 작가라는 이름에 집착하는걸까?

글을 쓰고 싶기 때문이겠지.

나는 왜 글을 쓰고 싶을까?

지독한 인정욕구 때문일까? 그저 감정의 배설구가 필요한 것일까? 알량한 지적오만함 때문일까?

나는 한동안 아팠다. 물론 몸 상태도 건강치는 않았다만, 흔히들 마음이라고, 혹은 정신이라고 부르는 그 상태가 좋질 않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글쓰는 일들을 잠깐씩 해보았지만 모두 나를 갉아먹을 뿐이었고, 나는 펜을 놓아버렸다. 사실 노트북 전원을 꺼버렸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지만.

글은 쓰지도 읽지도 못했다. 안한게 아니라 못했다. 읽는 것은 기능적으로 어려웠고, 쓰는 것은 심적으로 힘들었다. 그런데,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날 더 힘들게 했던 것 같아.

나는 매일 더 우울해졌고, 문득 내가 미쳐버린게 아닐까 의문이 들어 미칠것 같던 날, 폐쇄병동에 입원을 했다.

내가 지금 이 얘기를 왜 시작했더라.

글을 쓰지 않은 채 시간이 오래 지나면 이렇게 글쓰기가 퇴화하는 거지, 참 슬프게도. 그래, 아무래도 내가 왜 글을 써야하는가 이야기 하려던 것 같다.

그곳에서 나는 매일 개인 상담을 받게 되었는데 신기하게도 매일 나오는 이야기는 엄마, 그리고 글쓰기였다.

나에게 글쓰기는 엄마와 비슷한 무게로 자리하고 있나 봐.

너무나 사랑하는데 너무도 밉고, 날 사랑해주길 바라는데 항상 내가 짝사랑을 하도록 만드는 나의 유령.


사실 나는 의식의 흐름대로 쓴 글을 읽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마 이 글도 다시 읽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럼에도 나는 글을 쓰려고.



라고 작년에 글을 써두었네 내가. (재작년에 써서 월요일에 브런치에 발행한 글과 비슷하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다시 글을 쓰고 있다. 다신 읽지 않을 줄 알았던 이 글도 다시 읽었다. 나는 글을 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나의 디지털 호더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