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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날씨

봄 왔다가 겨울 와. 겨울 가고 봄 오려다가 다시 겨울 오지 말고 봄 와

by 하영

벌써 3월 중순이다. 아니. 말이라고 해야 더 정확할까? 아무튼 봄이 와도 진작에 왔어야 할 때인데, 나는 아직도 신슐레이트 패딩을 옷장에 집어넣지 못하고 있다.(나는 동물털옷을 입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신슐레이트가 다운 대체제 중 가장 따뜻했다. 달콤 따스한 신슐레이트 붐이여 오라.)

그렇다고 매일 패딩을 입느냐? 그것도 아니다. 나는 매일 다른 겉옷을 걸치고 집을 나선다.

이 때문에 지금 내 옷걸이는 포화상태를 넘어 과포화상태,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태가 되었다. 패딩 외에도 얇은 가디건, 두꺼운 가디건, 인조가죽 자켓, 바람막이, 후리스, 코트와 같은 모든 종류의 외투가 버겁게 걸려있다. 내가 패션에 신경을 쓰는 사람인가 하면 딱히 그렇지도 않은데 말이지. 기온별 옷차림을 여유 있을 정도로 갖춘 사람은 나와 비슷한 상태이리라 짐작한다.

나는 더위를 많이 탄다. 정확히는 땀이 굉장히 많다. 다한증 카페에도 가입되어 있을 정도다.

그런 나에게 여름만큼이나 무서운 것이 이 계절이다. 추위를 피해 두꺼운 옷을 입으면, 이내 볕이 따가워지며 땀샘을 열어젖힌다. 그렇다고 얇게 입으면 추위에 감기에 걸리기 일쑤. 그야말로 날씨와의 눈치게임이다. 어떤 겉옷을 입느냐에 따라 하루동안의 삶의 질이 달라진다.

마치 청기백기 게임을 하는 것 같다. 물론 과거에도 꽃샘추위라거나, 변덕스러운 날씨가 찾아오기도 했지만, 몇 시간 단위로 바뀌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요즘 들어 심해진 듯한 이 느낌은 무엇일까? 기후변화 때문인지, 기후변화가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것인지 정확한 데이터를 찾아보지는 않아서 모르겠다.


그렇다. 이 구구절절한 글은 변덕스러운 날씨에 대한 나의 푸념이다.


오늘도 중요한 결정이 내려지지 않는다는 뉴스가 흘러나왔고, 시민들은 탄식했다.

그런데도 나는 이렇게나 속 편한 푸념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 푸념을 쓰고 있는 장소는 광화문 앞 농성장이다.

기다리는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데도 날씨가 이렇네 저렇네 이야기하게 되는 것이 결국은 사람인가 보다.


오늘은 날씨가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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