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뿌리는 엄마

by 엠마

나는 물건 수집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유일하게 향수를 모으는 취미를 가지고 있다. 기분 전환을 하고 싶을 때, 새로운 무언가가 필요할 때, 내가 초라하게 느껴질 때 향수를 하나씩 사곤 했다. 그것이 이미지화된 상품을 팔기 위한 상술임을 알고서도 나는 기꺼이 돈을 지불해 그 이미지를 샀다. 샤넬 향수 한병을 사서 뿌리면 마치 내 삶이 마돈나의 삶처럼 스펙타클해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한 손에 잡히는 예쁜 향수병으로 그렇게 내 삶의 빈조각을 메워왔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사 올 때 최대한 많은 짐을 처분했음에도 향수만큼은 포기하질 못했다.이고 지고 미국까지 향수들을 가져왔다. 요즘은 집에 있다가도 기분전환하고 싶을 때 향수를 하나씩 골라서 몸에 살짝 뿌린다. 첫째 아들이 신생아였을 때는 아기에게 민감할 까봐 향수를 서랍장 깊숙한 곳에 두고 꺼내지도 않았었다. 둘째는 여유가 생겨서인지 그런 걱정이 먼저 들지 않는다. 아주 적은 양을 공기 중에 뿌려 잠깐 그 향을 맡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 몸을 움직일 때마다 그 잔향이 느껴지면 다시 또 상쾌해지곤 한다. 이렇게 나 자신이 기분이 좋아지면, 아이 돌봄에 더 집중할 수 있고, 그게 더 아이에게 좋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예전에는 타인을 의식하며 향수를 뿌렸던 것 같다. 누군가가 나를 이런 향기로 기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향수를 골랐었다. 나를 우아하게 봐줬으면, 나를 멋지게 봐줬으면, 하는 그런 욕심... 그런데 아이를 낳고 나이가 들 수록 향수는 나 자신을 위한 사치품이 되고 있다. 남의 시선보다는 내가 나 자신을 북돋아 주기 위해, 나 자신을 사랑스럽게 보기 위해 향수를 사용한다. 오늘은 무슨 향수를 뿌려볼까.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에 가서 내가 가장 많이 맡을 냄새를 나 스스로 결정한다. 이런 작은 자기 결정들이 오늘 하루를 기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나는 미국에 2년 동안 머물 예정이다. 미국에 있는 동안 절대 향수를 더 사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다. 여기에서 더 짐을 늘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가지고 있는 향수들만을 가지고 2년 동안 마음껏 뿌려보면서 다 쓰고 가고 싶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갈 땐 단 한병도 남기지 않고 가뿐하게 가겠다. 매일 똑같은 하루이지만 한 방울의 향수를 더해 미국에서의 삶을 좀 더 근사하게 기억하고 싶다. 내가 그날 뿌리기로 선택한 향수와 그것을 샀었던 때의 기억, 그리고 그걸 뿌린 오늘을 기분을 기록해 보려고 한다. 이제야 비로소 향수를 이미지 소비가 아닌, 제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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