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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엠마 May 11. 2023

내 삶을 그래프로 그려 보세요.

 글쓰기 모임에서 내 삶을 변곡점으로 표현해 보라는 주제를 받았다. 흰 종이 위에 가로선을 그어 그 안에 내 인생을 축약해 적어보는 것이다.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내 인생. 하지만 나 자신에게는 스스로 증명해 보이고 싶은 것이 많기에, 기꺼이 종이를 꺼내 들었다. 


 새벽에 일어나 비몽사몽 쓰는 글이다 보니, 깊이 고민할 것도 없이 쓱쓱 무의식적으로 글을 쓰게 된다. 뒤돌아 보면 어렵게 썼던 문장들보다 훨씬 내 속마음이 담겨 있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내 삶을 그린 변곡점들도 별생각 없이 했다. 그런데 며칠 지나서 그 그래프를 가만히 들여다보니 내가 놓치고 있던 것들이 보인다. 그래프를 보며 느꼈던 점들을 세 가지 꼽아 보았다. 




 첫 번째, 그래프에서 세로축을 무엇으로 할 것이냐. 

 수평선 위에 가로선을 길게 긋고 시간이라 하였다. 그런데 세로축을 무엇으로 둘지, 시작부터 고민됐다.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의 굽이침을 되돌아보고 싶은데, 그게 뭘까? 인생의 평탄함, 안정됨, 행복... 무엇이든 될 수 있겠지만 내가 선택한 것은 '행복'이었다. 마음이 안정될 때 행복할 수도 있고, 곁에 사람이 많을 때 행복할 수도 있다. 내가 언제 가장 행복하다고 느낄까? 그래프를 두고 가만히 살펴보았다. 


두 번째, 20대에 가장 행복하지 않았다. 

10대에는 입시공부로 찌들어 있을 때이니 그래프가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 그런데 대학에 입학해 자유를 누려야 할 20대에 나는 왜 가장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했을까? 자유도 누려본 사람이 제대로 누릴 텐데, 나는 10대까지 너무 억눌려 살다 보니 자유를 갈망하면서도 두려웠다. 선택지가 너무 많은 삶이 버거웠다. 어찌 보면 가장 행복해야 했을 20대에 '두려움' 때문에 작은 도전도 해보지 못하고 '안정'만 찾아다닌 것이 두고두고 후회가 된다.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며 방황했던 시간들이 아깝다. 아니, 오히려 더 방황을 세게 했어야 할까. 그러고 과감히 어떤 새로운 길을 열었다면 이런 후회가 남지 않을까. 


세 번째, 일을 하며 행복이 회복된다.

20대 바닥을 치던 곡선이 인턴을 시작하면서부터 상승하기 시작한다. 당시 영화 콘텐츠 개발하는 일을 우연히 하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던 소설, 영화, 동화... 등을 기반으로 영화화할 수 있는 것들이 어떤 게 있을지 고민해 보는 시간이었다. 그 경험이 나중에 영화 마케팅 일을 하는 것까지 이어지게 됐다. 내가 사회에 쓸모 있다는 감각은 나를 행복하게 한다. 만약 회사를 그만두게 되더라도, 쓸모 있는 존재가 되기 위한 노력은 계속해야 할 것이다. 


네 번째, 나는 상승곡선을 타기 시작했다. 

30대에 나는 착한 남편을 만나 결혼과 출산을 하며 행복 최고조의 곡선을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주말 부부를 하면서 육아와 일을 한꺼번에 떠맡게 된 나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모두 힘들었다. 그러다 남편이 미국 주재원이 되어, 2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가족들이 다시 모여 살고 있다. 가족이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하다. 2년 후에는 다시 어떻게 해야 할지 불안감이 바닥에 깔려 있긴 하지만. 2년 후에도 이 상승곡선을 나는 유지할 수 있을까. 



 그래프를 그리며 느꼈던 점들을 요약해 보니, 나는 가족과 함께 할 때, 일을 할 때 행복한 사람이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내 아이에게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해줘야 할지, 아이가 클수록 고민이 됐다. 삶의 변곡점들을 짚어 보며, 미국에서 보내는 시간 동안 그 답을 찾아보고 싶다. 







+ 부끄럽지만 내가 그린 그래프도 붙여본다. 

+ 삶의 변곡점 그려보기, 추천합니다! 

동생탄생 : 4살 터울 남동생이 태어났다. 동생이 생겨 너무 행복했던 시간.  

고등학교 입학, 첫사랑 : 매운 첫사랑의 시작. 마음을 표현할 줄 몰랐던. 

대학교 입학 : 방황의 시작   

휴학과 복학, x번째 연애 : 복학하면서 했던 가장 기억에 남는 연애. 가장 열렬했던 시간.   

인턴 : 꿈꿔 오던 일을 했던 시간들.   

퇴사 : 망가진 워라밸. 부산 집으로 도피    

재입사 : 두 번째 회사로 입사, 동기들과 즐거운 시간, 직장인으로 성장    

결혼과 출산 : 진주로 이주, 행복했던 육아휴직   

서울로 복직 : 주말부부의 시작   

미국 : 두 번째 출산과 육아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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