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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엠마 Aug 23. 2023

등교 첫날, 안 떨리니 아들?

"정말 안 궁금해?" 

"진짜지?" 


 3달에 걸친 긴 여름방학을 보내고, 드디어 미국 초등학교 1학년 첫 등교날이 다가왔다. 등교 하루 전, 학교 오피스 게시판에는 반배치도가 붙여진다. 학부모와 아이들은 학교에 가서, 같은 반 친구들 리스트와 선생님이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다. 나는 아들이 누구와 같은 반일지, 선생님은 누구일지, 교실은 어디에 위치했을지 너무 궁금했다. 오후 내내 시계를 쳐다보면서 오후 4시가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아들은 태평하다. 날씨도 더운데 학교까지 가기도 싫은 눈치였다. 


"누구랑 같은 반이어도 상관없어!"


 아들은 한국에서도, 처음 미국에 왔을 때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친구가 없어도 혼자 놀면 그만이고, 친구가 있으면 더 즐겁고 그뿐이다. 우리는 근처 백화점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배치 리스트를 보러 잠시 학교에 들렀다. 아들은 끝까지 배치도를 볼 필요 없다고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 할 수 없이 남편이 혼자 차에서 내려 배치도를 사진 찍어 돌아왔다. 배치도를 보니 친한 친구들은 같은 반이 되지 않았다. 어떡할래. 아들... 


 다음 날 아침, 드디어 등교 첫날. 태평한 아들과 함께 등굣길에 올랐다. 아들은 씩씩하게 혼자 교실에 들어가더니 자기 이름을 찾아 테이블에 앉았다. 그런데 옆자리에 여름 캠프에서 만났던, 가장 싫어하던 친구가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나도 놀라고, 아들도 그 아이를 보자마자 깜짝 놀란 눈치였다. 학교 종이 올리고 나는 어떨 수 없이 교실에서 빠져나왔다. 


 학교 마칠 시간쯤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아들을 데리러 갔다. 친한 친구들은 하나도 없고, 싫어하는 친구와 같은 테이블에 앉았던 아들, 과연 등교 첫날을 잘 보냈을까? 


"아들! 오늘 어땠어? 친구는 사귀었어?"

"아니! 하지만 오늘은 첫날이잖아. 이제 사귀면 돼!" 

새로운 시작을 엄마보다 훨씬 쉽게 받아들이는 아들 덕분에 나는 오늘 또 한 수 배웠다. 


 그래, 이제 다시 사귀면 되지. 언제나처럼. 


지난주 금요일, 아들은 반에서 새로운 친구를 만났다며, 발음도 어려운 '프로나운??"이란 친구를 소개해줬다. 인도계인 그 친구가 핼러윈에 대한 재밌는 이야기를 해줬다고 한다. 어제는 그 친구와 엄마와 나도 처음 인사를 했다. 용기 없는 엄마가 아들 덕분에 또 인도계 친구를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제 딱 1년 남은 미국 생활도 이렇게 우당탕탕 새로운 일들과 부딪치며 앞으로 나아가게 될 듯하다. 



1년 전, 처음 학교 등교 날에도 이렇게 아들은 해맑았다.
한결같이 파이팅 넘치는 아들!! 올 1년도 잘해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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